2014년 12월 20일 토요일

어떤 귀화신청 사유

얼마전 옷차림이 초라한 초로의 민원인이 찾아오셨습니다.
낯은 익었는데, 무슨 일로 오셨던지 얼른 생각이 안났습니다. 귀화신청 구비서류에 대한 안내문을 내미시더군요. 국제결혼을 하신 분이셨는데, 아내의 귀화신청을 하려고 안내를 받으셨던 분이셨습니다. 제가 귀화신청 구비서류를 설명하면서 메모한 흔적도 남아있었습니다.
제가 얼굴을 기억할 정도이면 몇번을 찾아오셔서 설명을 들으셨을 터인데, 그래도 설명을 다 알아듣지 못하고 다시 확인차 찾아오신 것이었습니다[참고로 귀화신청하시는 분들 가운데 구비서류가 복잡하다는 말씀을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정규교육을 받으신 분이라면, 안내문을 보며 설명을 한번 듣는 것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현실적으로 국제결혼을 하시는 분들 가운데 학력이 낮은 분들이 많아서 생기는 일이죠].
다시 설명을 해 드렸습니다만, 제대로 이해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동행하신 부인의 상태를 보니, 귀화신청을 한들 면접을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무작정 신청을 하려 합니다. 이런 경우, 대개는 아내에게 졸리다 못해 남편이 나서는 것이죠.

그런데 귀화신청에는 돈이 들어갑니다.
귀화신청시 수수료는 30만원이고, 우리나라에서 서류를 갖추는 데는 돈이 별로 들지 않습니다.
문제는 자국에서 가족관계 소명자료와 범죄경력증명서를 마련해와야 하는데, 여기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죠. 가족관계를 소명할 수 있는 자료는 우리나라로 치면 출생증명서나 가족관계증명서(호적등본)입니다. 제대로 된 국가라면 많은 돈이 들 문서가 아니죠. 그런데 결혼이민자들이 오는 국가는 대개 가난한 나라들이고, 이런 나라는 거의 부패가 심합니다. 그래서 공무원들이 별 것 아닌 증명서 한장에도 돈을 뜯어내는 일이 많답니다. 브로커의 손을 거치면 돈이 더 불어나지요[제가 귀화신청을 받으면서 민원인들에게 물어보니, 나라/지역에 따라서 적게는 수십, 많게는 200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야 했다더군요].

마침 그 분의 부인이 오신 나라는, 서류 떼는데 꽤 돈이 드는 나라였습니다.
그분 행색을 보니, 수입이 적을 것 같았습니다. 재산도 거의 없을 듯 했구요. 넉넉한 사람들에게는 별 것아닌 돈이었지만, 그 분께는 타격이 클 것입니다. 신청해봐야 떨어질 게 뻔한데 돈 들이려는 것을 보니 안타깝더군요. 보다못한 제가 은근슬쩍 한마디 했습니다.
귀화해봐야 남편에게는 좋을 것 없다고.

그 분 부인의 기록이 그닥 좋지 못했거든요.
지금 아이가 있긴 했습니다만, 결혼으로 들어와 가출/불법체류하다가 이 분과 결혼하고 임신한 덕에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갖게된 사람이었습니다.
결혼이민자 중에는 영주권/국적 따면 애 팽개치고 사라지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대단히 미안한 얘기지만, 이 사람도 '남편과 살려고 한국에 온' 것이 아니라, '한국에 살려고 남편과 붙어있는' 것일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국적이 없어도, 결혼생활을 계속하는 한 체류에 지장이 있는 것도 전혀 아니구요.

하지만 그 분의 한마디를 듣고 나니 할말이 없더군요.
'내가 가고 나면, 국적이라도 있어야 애를 키울 거 아니오'


대책없는 국제결혼의 흔한 모습을 또 마주친 것이죠.

제가 다른 사무소에 있을 때 일입니다.
결혼이민자 한 분이 동생을 우리나라에 머물게 해달라며 찾아오셨습니다. 동행하신 분께 사정을 들어보니 딱했습니다. 남편은 술 때문에 죽었고, 시댁에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 상황에서 아이 가운데 하나가 큰 병으로 입원했답니다. 동생이라도 머물면서 도와줘야 할 상황이었죠.

지금은 육아지원을 위해 결혼이민자 가족이 국내에 머물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습니다만, 그 때는 허가가 가능한 사안이 아니었습니다. 과장님께 여쭤보니, 해주라고 하시더군요. 저도 나중에 책임질 각오를 하고 해줬습니다. 감사가 못본 것인지, 보고도 딱해서 넘어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별 일 없이 넘어갔습니다.

수수료 6만원도 못 내셨을 정도로 사정이 딱한 분이라, 쉬는 날 그 아이가 입원한 병원에 몰래 가봤습니다. 병원에 물어보니, 지원을 받는 덕에 치료비 등은 내지 않아도 된다는군요. 불행 중 다행이었습니다.

또 다른 사무소에 있을 때 일입니다.
어느 결혼이민자의 신청 건이었는데, 도저히 허가할 수 없는 건이었습니다. 불허를 하고[계속 체류하는데는 지장이 없었습니다]나서 신청인과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남편도 죽었는데 나는 어떻게 살아요'하고 울음섞인 목소리로 하소연하더군요.
장애인이었던 남편은 술을 많이 마셔서 죽었고, 애 때문에 오후에만 일을 할 수 있어서 월급은 수십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시누이는 남편의 장례식까지는 많이 도와줬는데, 이후로는 왕래가 없답니다[장애인인 동생을 결혼까지 시키고 병원비 대고 장례까지 치뤄줬으면 할만큼 한 것이겠죠]. 사는 집도 남편이 얻어놓은 곳에서 그냥 사는데,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다보니 전세인지 월세인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전세라고 해봐야 보증금 얼마 안될테고, 어느 날 집 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할 것 같더군요. 다행히 정부에서 지원을 받고는 있었는데, 큰 돈은 아니었습니다.
하도 딱해서 조금 도와주었습니다만, 지금도 그 사람 생각하면 답답해집니다.

저런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딱하니까 해달라는대로 다 해줘서 국적까지 주는 게 답일까요? 나중에 감당못할 사회적 부작용으로 돌아오겠죠.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앞으로 저런 일들이 더 벌어지는 것은 막아야겠습니다. 다행히 얼마전부터 결혼사증 심사가 강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충분하지는 못한 듯 합니다. 앞으로 더 강화되어야 하겠습니다.





남자 입장에서, 돈 벌어오는 것이 가장의 가장 큰 책임으로 되는 것은 그다지 기분좋은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가장이 제구실을 못하거나 쓰러진 집들을 보면 두렵죠.
저런 집안들을 보고 있으면, 제때 월급받는 것이 죄스러운 느낌입니다.



2014년 12월 7일 일요일

어떤 결혼

언젠가 직장에서 결혼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선배님 한분이 자신의 결혼 이야기를 하시는데, 그 과정이 특이했습니다.
선배님과 형수님이 양가 어르신의 권유로 만나기는 했는데, 서로 별로였답니다.
그래서 그만 접으려고 했는데, 그 다음이 남달랐습니다.

장인어르신께서 형수님의 핸드폰도 빼았고 형수님을 감금시켰다가, 선배님이 오면 풀어주셨다네요. 형수님께서 직장을 다니고 계셨는데, '직장? 안나가도 된다'면서 가둬버리셨답니다. 수십년전 시골에서 있었던 일이 아닙니다. 2000년대 서울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결국 두분은 결혼하게 되셨구요.

사람들은 모두 '에이~ 설마'하면서 선배님의 허풍 쯤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짚이는 것이 있어서, 처가 쪽도 기독교 집안이냐고 물어보니 그렇답니다.
선배님이 독실한 기독교인이거든요.
그래서 그냥 신앙때문에 일어난 일인가보다 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선배님의 장인어르신께서 위독해지셨습니다. 선배님께서는 다른 사위들보다 더 지극하게 장인어르신을 돌보신 듯 합니다. 그저 결혼과정을 생각하면 장인 어른을 더 잘 모셔야하려니 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장인어르신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장례식장에 가보니, 형수님께서 외동딸이셨던지라 선배님께서 아들/상주노릇까지 하고 계시더군요.
장모님께서는 사위의 직장사람들이라고 하니 더욱 신경써주셨습니다. 형수님은 전업주부이시고, 이제 믿을 사람이라고는 사위 하나 남았으니 당연하다는 생각에 뭉클했습니다.

그렇게 조문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문득 장인어르신께서는 이 모든 것을 내다보고 선배님을 사위로 점찍으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과정은 별로였지만, 지금은 형수님도 잘 살고 있습니다. 언젠가 형수님이 그랬답니다. 선배님이 어디가서 바람필 사람이 아니란 것을 믿는다고. 제가 옆에서 봐도, 가족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가장으로서 믿어도 좋을' 사람입니다.
그 분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죠.

경우가 조금 다릅니다만, 탁고지신이란 말의 무게가 달리 느껴집니다.
사람을 알아보는 것, 그것은 무엇보다도 큰 능력인 듯 합니다.

2014년 12월 6일 토요일

유명인

저희 쪽 일을 하다보면 유명인과 마주칠 일이 종종 있죠. 저는 워낙 한직으로만 돌다보니, 그럴 일이 없었습니다만. 그런데 저도 한분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입맛이 쓰네요. 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어느날, 다른 사무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유명한 아무개가 관할을 잘못 알고 그 쪽 사무소로 왔는데, 저희 사무소로 가시도록 안내했으니 친절하게 대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희 업무는 지역적 관할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업무는 관할사무소에서만 다룰 수 있지요. 이 때문에 엉뚱한 사무소를 찾아가서 헛걸음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전국에 저희 사무소가 많지 않다보니, 사무소 사이의 거리는 꽤 멉니다. 이 때문에 사무소를 잘못 찾아갔다가 가야할 사무소로 다시 가는 분들은 몇시간씩 허비하게 되죠.
게다가 대부분의 사무소는 간다고 바로 일을 볼 수도 없습니다. 민원인이 워낙 밀려있어서 대기시간이 무척 길죠. 예전에 제가 서울사무소에 근무할 때는, 민원인이 번호표 뽑고 세시간 넘게 기다리는 것은 예사일 정도였습니다.
그러면 민원인은 담당자 얼굴을 보기도 전에 폭발하기 직전이 되죠.

때문에 헛걸음한 민원인에게 정확한 관할사무소를 안내하고, 그 사무소에 연락해서 어떤 분이 헛걸음하고 가니 또 몇시간씩 기다리는 일은 없게 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저희가 받은 연락도 그 비슷한 것이었죠.

한 때 국민적 영웅 대접받던 분이 무슨 일로 오시나 했더니, 지인이 관련된 건에 그냥 따라 오셨더군요. 한마디로 병풍 치는데 불려온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좀 거만하더군요. 와서는 대뜸 소장을 찾더니, 반말을 합니다[저보다 몇살 많은 사람이 나름의 친근감을 표시한 것인데, 제가 오해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출하겠다고 가져온 서류도 거의 빈칸입니다[헛걸음 하기 전 미리 준비한 것이겠죠?]. 이걸 꼭 써야하냐는 식이었죠.

아무튼 몇시간 헤매다 왔으니 짜증났겠지 싶어, 접수를 받고 제 나름대로는 최대한 친절하게 민원의 성격/보완서류/추후 절차에 대해 안내하여 보냈습니다. 그런데 가고 난 다음 찬찬히 낸 서류 살펴보고 다른 자료 찾아보니, 허가해 줄 수 있는 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불허의견으로 결재 올릴 수 밖에 없을텐데, 아마 그 사람과 얼굴 붉힐 일이 있겠죠.

이 글을 쓰기 전 그 사람에 대해 검색해보니, 평이 그닥 좋지는 못하더군요. 좋지 못한 일과 관련되었다는 언론보도가 몇 뜨고, 포털사이트 연관 검색어도 별로더군요.

어느 유명인이 방송에서 공무원을 질타하면, 그 사람 말이 틀릴 수 있다는 것도 한번 쯤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국민적 영웅 대접받던 분도 잘못하면 타인에게 좋지 못한 인상을 남기는데, 저 같은 녀석이야 더 말할 것도 없죠. 몸가짐을 조심하고 살아야겠습니다.


유명인 이야기 나온 김에 좀 더 해보죠.

먼저 유명인 하면 떠오르는 연예인입니다.
연예인 가운데 외국인-교포를 포함-은 저희를 안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단순한 기간연장/자격변경 관련 건만이 아니라, 좋지 못한 일로 보게 되기도 하죠.
사람들이 법을 어기면 일단 사법처리가 되죠. 국민은 검찰/법원에서 처리한 것으로 끝입니다만, 외국인은 저희도 봐야합니다. 법을 어긴 외국인이 계속 우리나라에 머물 수 있게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거든요.

좀 더 자세히 말씀드려 보자면....
누군가가 법을 어겨서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거나, 법원에서 형을 받았다고 해봅시다.
이 사람이 국민인 경우, 그것으로 끝입니다.
그런데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법을 어긴 경우,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입국/체류하기 위해서는 법무부장관의 허가가 필요하죠.
우리 법을 어긴 일이 없는 외국인도, 모두 우리나라에 있게 해주지는 않습니다. 하물며 법을 어긴 외국인을 우리나라에 머물도록 해줘야만 할 이유는 없겠죠?
그래서 외국인이 법을 어기면, 체류기간 연장허가/ 체류자격 변경허가를 불허하는 경우도 있고, 이미 해준 허가도 취소해버리고 강제퇴거[추방이라고들 알고 계시죠]/출국명령[강제추방은 아니고, 제발로 나가라는 명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범법정도/국내 체류실태에 따라서는 계속 머물도록 해줘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소한 범법을 가지고 모든 외국인을 쫓아낼 수는 없겠지요. 또한 대대로 우리나라에서 살아온 화교, 우리나라에 고액을 투자한 외국인, 우리나라에 시집와서 애 낳고 잘 살고 있는 결혼이민자와 같은 경우는 일반 외국인과 같이 다루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법을 어긴 외국인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정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실무상 사범결정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외국인 연예인을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때 이들이 그닥 좋은 인상을 남기지는 못한다고 하네요.
좋지 못한 일로 뉴스에 나왔던 어느 연예인은 아무일 없다는 듯이 계속 활동하고 있더군요. 이 사람도 처리과정에서 되먹지 못한 특권의식을 보여줬나 봅니다.
그래도 할말 없습니다. 이 사람이 무슨 처분을 받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외국인노동자였다면 어림없을 처분을 받았는지 지금도 잘 살고 있으니까요.




아무튼, 우리나라가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4년 10월 11일 토요일

해경의 중국어민 단속과정에서 일어난 사고를 보고

제가 해경이 아니므로 잘 모릅니다만....
이런 문제를 크게 줄일 수 있는[바다에서 단속하는 것이므로 사고를 아주 없애기는 힘들겠죠] 방법은 간단할 겁니다.

인력증원이죠.

저희가 단속할 때도 충돌이 가끔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언제 그렇게 될까요? 간단합니다. 저들 입장에서 '해볼만할 때' 그런 일들이 터집니다.
그러니까 단속반원이 숫자가 적어서, 저들 입장에서 '붙어볼만 한데?'라는 생각이 들 때 저런 일들이 터진다는 겁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해경은 12명이었죠. 중국어민들은 [언론에 따라 다릅니다만] 80~100명 정도였다고 합니다.

어떤 범인 한명을 체포한다고 생각해봅시다.
경찰 한명이 다가가서 체포를 시도한다면 어떤 분위기일까요? 범인 입장에서는 저항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경찰 대여섯명이 몰려가서 체포를 시도한다면? 저항할 생각 자체를 안하겠죠. 충돌 자체가 없을 겁니다.

이번 사안에서도, 만약 해경이 중국어민보다 많이 갔다면 단속과정은 크게 달랐을 겁니다.
그러면 해경들은 이런 걸 모를까요? 당연히 잘 알겠죠. 인력충원을 여러차례 호소했을 겁니다.

그러면 앞으로 나아질까요? 앞으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고, 무슨 큰 사고라도 터져야 몇명 찔끔 늘어날 거라는데 한표 던집니다.

총을 쏴야만 했던 해경분들이, 이번 일로 시달리지나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2014년 9월 20일 토요일

공무원이 먼저 명함 건네는 시대

저와 가까운 분께서, 언젠가 검사를 만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검사가, 얼마 뒤 옷 벗고 개업할 거라며 명함을 주더라네요. 그 검사는 사건을 다룰 때, 정당한 검찰권의 행사를 먼저 생각했을까요? 아니면 자신이 변호사 개업한 뒤 받을 영향을 먼저 생각했을까요?

공무원 연금개혁으로 말이 많습니다.
연금학회의 개혁안이 보도된 날, 직장에서는 부업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런데 사기업에서 난다긴다 하던 사람들도, 퇴직금/집 담보대출 묶어서 치킨 집 차렸다가 3년을 못버티고 말아먹는 일이 많죠.  하물며 사기꾼의 타겟이라는 공무원이 부업을 해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지금이야 제대로 실감하지 못해 부업이야기를 하지만, 먼저 퇴직한 사람들이 사업실패하고 길거리 나앉는 꼴을 보는 순간 부업 이야기는 사라질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작년 말 즈음에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언론보도를 보니, '연금에 손 대려고 바람잡는구나' 싶더라구요. 공무원을 보는 시선이 험악한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손을 대면 무사하기 힘들 것 같았습니다.
정부만 믿고 있다가는 큰일 나지 싶어서, 내 살길은 내가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틈틈히 퇴직 이후에 할 수 있을만한 일의 공부를 하기로 했죠. 하지만 직장다니면서 공부하려니, 제대로 되질 않습니다. 아마 다른 분들도, 직장다니면서 전문적인 일을 배워보려면 잘 안될 겁니다.
그나마 딸린 처자식이 없는 저도 이 모양인데, 직장 다니면서 가정까지 돌봐야 하는 분들은 말 다했죠.

부업도 안되고, 다른 기술/자격증도 힘든 상태에서 연금이 사라진다면... 공무원들은 어떻게 할 까요? 결국 자기분야에서 해답을 찾게 되겠죠. 어떻게 해서든 퇴직 후 갈 자리를 만들어 두려 할 겁니다. 그 과정에서 볼만한 일이 많아겠죠.

그런데 낙하산도 아무나 가는 것이 아닙니다. 사무관급 이하 퇴직공무원이 낙하산으로 가기는 힘들죠. 그런데 퇴직공무원의 절대다수는 이들입니다. 이들은 어떻게 할까요?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아마 비리가 창궐하게 될 겁니다.
주변에서 공무원에게 청탁했던 일 있었습니까? 그 때 반응이 어떻던가요?
제 주변에서 청탁을 받으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거 해주면 내가 잘려요' 아니면 '당신이 내 연금 책임질거요?' 입니다. 으레 하는 말입니다만, 이 두가지가 공무원의 마음속에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업무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 주변에서는 민원인에게 명함을 주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성명과 업무상 연락처는 당연히 밝힙니다만]. 저는 아예 명함도 없죠. 사람들이 저희 인격을 흠모하여 연락할 리는 없고, 연락이 오면 청탁일테니까요.
그러나 연금개혁 이후에는 달라질 것 같습니다. 공무원이 먼저 명함을 돌리는 시대가 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 더 있군요. 앞으로 뛰어난 사람은 공직에 들어오지 않겠죠.
지금도 솔직히 공무원 준비하는 사람들이 일급 인재라고 보기는 힘들겠습니다만, 예전의 '할것 없으면 공무원 하는 시절'에 들어온 사람들 보다는 훨씬 뛰어납니다. 그런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겠죠. 그들이 나랏일을 어떻게 꾸려갈지는 뻔하죠.

2014년 9월 13일 토요일

잘못된 언론보도를 보고 2014.9.13

잘못된 언론 보도가 있어서 몇자 적습니다.
단속직원 사망건으로 글 쓸 기분도 아니고, 개인적으로도 길게 글 쓸만한 여유는 없습니다만,
악의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보도 내용을 보고, 사람들이 오해할 것 같아 간단히 적습니다.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4/09/12/20140912003599.html

- 고용허가제가 완벽한 제도는 아닙니다만, '현대판 노예제'는 아닙니다. 근로자는 횟수의 제한은 있습니다만, 이직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11. 9. 29.선고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4항 등 위헌확인 등 [2007헌마1083, 2009헌마230·352(병합)] 사건에서 합헌으로 판결한 바 있습니다.
고용주 동의없이 근무처변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노예처럼 산다구요? 고용센터/출입국관리사무소는 한번 가보고 쓴 기사인지 모르겠습니다.

2014년 8월 30일 토요일

관심

얼마 전, 인천 사무소에서 단속 중 직원 한분이 크게 다쳤습니다.
떨어져서 머리를 다쳤다는 군요. 사고 후 20일이 가깝게 치료 중이지만, 의식불명상태라고 합니다.
저는 알지 못하는 분입니다만, 제 선배님 한 분은 함께 근무했던 분이라면서 착잡해하더군요.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언론을 뒤져봤지만 이 일에 대한 기사는 전혀 없었습니다.
아마 단속 도중 불체자가 다쳤다면 언론에서 가만히 있지 않았겠지요.

언젠가 업무중 알게된 전직 소방관 한 분이 생각납니다.
근무도중 머리 한 쪽이 말 그대로 '날아가버린' 분이었습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지셨지만,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게 되어 퇴직하신 것 같더군요. 사시는 곳도 싸구려 아파트였습니다[개인적으로 그 보다 낡은 아파트는 본 적이 없습니다].
모르긴 해도, 이분이 사고났을 때도 사람들은 잘 몰랐을 겁니다. 기껏해야 뉴스에 한줄 나고 끝났겠죠. 그 뒤로 사는 건 뭐.....

업무중 다친 소방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즘 소방장비 노후 및 관련 예산부족으로 말이 많죠. 지자체에서 돈이 없다며 하소연을 하더군요.
그런데 제 생각은 완전히 다릅니다. 적어도 지자체는 돈 없다고 할 자격이 없습니다.
선거로 당선된 지자체 장이 -말 그대로- 헛짓거리해서 낭비하는 돈이 얼마나 많은데요. 제가 있는 곳에서도, 어처구니 없는 정책을 추진해서 해마다 수십억씩 하늘에 날리는 꼴을 보고 있습니다.
예산항목이 달라서 전용할 수 없다고 하겠지만, 그러면 처음에 예산 짤 때 잘 짰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처음 몇해 그러는 것이야 시행착오라 쳐도, 지금 지방자치 실시한 지 몇년째입니까.
기본에 충실할 생각은 전혀 없고, 어떻게든 선거구민 눈에 띄는 일에만 돈을 퍼붓는 자들 입에서 나올 소린 아닙니다.

아무튼..
위기상황에서 움직여야 할 사람들이 제 몸만 사린다고 해도, 그 사람들 탓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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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중 다치셨던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 조영남실장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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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말을 들었습니다.
불체자 단속 도중 부상을 입고 사망하신 조영남 실장님께서 순직으로 인정받기 힘들 것 같다는군요.
정말로 그렇게 될지, 그럴 경우 유족분들께서 소송을 하시면 어찌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런 말이 나온다는 자체가 정말 황당하네요.

지금까지 공무원 생활하면서, 나름 어처구니 없는 꼴 많이 보고 들었다 싶었는데....
정말 두손 두발 다 들었습니다. 뭐라 할 말도 없습니다.

불체자 단속할 때, 앞으로 누가 뛰겠습니까?

2014년 8월 16일 토요일

비정

저희 일과 관련된 언론기사가 났더군요.
http://news.donga.com/3/all/20140814/65758935/1

이 일을 하기 전이었다면, 무척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저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을 것 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다릅니다.
무척 비정하죠? 피도 눈물도 없다고 욕 먹을만 합니다. 하지만 저도 지금까지 보고 듣고 겪어본 것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왜 이러는지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먼저 저 언론기사 말고는, 저 사람들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찾아본 것이 없다는 것을 밝혀둡니다.

1. 아버지가 1999년 입국후 반년만에 산재를 당했지만, 돈이 없어서 2004년에서야 수술을 받았다고 하는군요.
이 것을 보면, 아버지가 불체상태였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합법체류자였다면, 보험혜택을 받아 치료를 받았겠죠. 물론 불체하다가 산재를 당했다하여도, 치료가 늦었다는 것은 분명히 불행한 일입니다.

참고로 99년 당시에는 어떠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현재는 산재를 당한 불체자는 범칙금을 면제받고 체류자격을 부여받습니다[최근에 이루어진 변화는 아닙니다]. 그리고 보험혜택을 받아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이 때문에 산재를 당한 불체자 또는 고용주가 제발로 오는 일이 종종 있죠].

2. 2000년 어머니가 자식들을 데리고 입국하였다고 하죠.
 불체다발국가의 경우, 사증발급이나 입국심사가 쉽지 않습니다. 제 짐작처럼 아버지가 불체자였다면 더욱 힘들어지겠죠.
어찌되었든, 산재피해자에 대한 인도적 배려차원에서 가족들에게 사증이 발급되었을 것입니다. 입국심사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겠죠. 이 때 어머니는 '부상당한 남편의 병간호를 위해 입국하는 것뿐이며 다른 목적은 없고, 병간호가 끝나는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어떠한 행동을 했는지는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3. 2003년 즈음, 아버지는 불체자에 대한 구제정책의 혜택을 받았던 듯 합니다. 합법적인 체류자격으로의 전환과정에서, 아버지는 자발적인 귀국을 다짐했겠죠.
그러나 그 약속은 지키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비전문취업 체류자격은 기업체 취업을 전제로 합니다. 취업이 된 것을 보면 아버지는 장애가 없거나 경증의 장애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4. 기사에 나오는 '2006년에 다시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로 체류 기간이 2008년 9월까지 연장됐다'는 내용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간병 및 가족상봉'이라는 인도적 사유를 주장하며 데려왔을[그게 아니었다면 입국할 수 없었을] 아이들이, 부모 체류기간 연장의 방패로 쓰였다는 것은 확실하죠?
--찾아보니, 2006년에 불체아동 및 부모에 대한 한시적 구제 조치가 있었습니다. 당시 체류기간을 2008년 2월말까지 충분히 부여하였고, 부모는 자녀에게 귀국적응교육을 하고 기간안에 아동과 출국할 것을 서면으로 약속했습니다. 물론 이 역시 지키지 않았죠.


5. '아동의 교육권 보호 차원에서 자녀들이 학교 교육을 받고 있는 동안 강제 출국 조치를 할 가능성은 적지만' 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악용가능성이 크니 자세한 내용을 다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불체자의 자녀가 학교에 다닐 경우, 학습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강제퇴거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했더니 결과는 어떻습니까?
'덕분에 학교를 마쳤다. 이제 돌아가겠다'가 아니었습니다.
'난 한국말 밖에 할 줄 모른다. 돌아가면 할 줄 아는 일도 없다. 그냥 여기 살게 해달라'입니다.
물론 부모도 함께.


일반인들은 '사정 딱한데 그냥 봐주지. 피도 눈물도 없구나'라고 하시겠지만, 지금까지 사정이 어떠했는지 짐작가는 저희 입장에서 보면 좀 다릅니다.
인도적 사정때문에 하나를 봐주면,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악용하는 사례도 좀 많은 게 아니죠.

언젠가 불체자가 돌연사한 일이 있었습니다. 장례문제로 가족을 입국시켜줬죠. 들어와서는 죄도 없는 관련자를 형사고소했습니다. 가족이 죽었으니 그럴 수도 있죠. 거칠 절차 다 거쳐서 무혐의 처리되자, 재정신청을 하더군요. 여기까지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 행정소송/국가배상청구 등등 닥치는대로 소송을 걸어댔습니다. 말도 안되는 건이라 모두 졌습니다만,  끝까지 계속하더군요. 왜 그랬을까요? 불법취업때문이었습니다. 소송을 핑계로 수년씩 한국에 머물면서 돈을 벌기 위해서였죠.

여기에, '호의가 되풀이 되면 권리인 줄 아는' 경향까지 보태집니다.

이런 건들을 보다보니, 저희들도 비정해지더군요. 솔직히 저도 이런 제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딱한 사정이 있어서 편의를 봐주면, 그걸 악용하지 않고 제 나라로 제 때 돌아가는 사람만 있었다면, 저희도 비정해지지 않았겠죠.

불체자가 임신하면 임신중이라 강제퇴거가 안된다고 합니다.
아이를 낳고 나면 돌아가는 게 아니라, 아이가 어려서 강제퇴거가 안된다고 하죠.
아이가 조금 크면 돌아가는 게 아니라 학교에 보냅니다. 이제 아이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강제퇴거가 안된다고 하죠.
여기까지 저들의 뜻대로 이루어졌습니다[이 기사에 나온 사람들이 그랬다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이야기입니다].
학교를 마치게 해줬더니 이제, '아이가 그 나라말도 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돌아가면 할 일도 없으니 강제퇴거가 안된다'를 주장하는 군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 얼마전 문제되었던 '이주아동 권리보장 기본법'이었습니다. 이 법안에 대해서는 할말도 없습니다.

비정한 저희가 잘못일까요, 인도적 사유를 악용하는 저들이 문제일까요?

2014년 8월 10일 일요일

실패한 구조

저희 사무소는 항만에 있습니다. 부둣가 가건물에 세들어 있지요.
얼마전 비가 내리던 날, 동료와 점심을 먹으러 가고 있었습니다.
길로도 갈 수 있고, 부둣가로 갈 수도 있는 갈림길에서, 별 생각없이 부둣가로 갔습니다. 냄새도 나고 더럽기도 하지만, 웬지 길보다는 부둣가가 좋거든요. 동료도 별 생각없이 따라왔습니다.

부둣가에 접어들자 마자, 바다에 사람이 하나 엎어진채 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를 흘낏 보더니 한 손을 조금 움직이더군요.
어처구니없게도, 처음에 든 생각은 '저 사람 수영하나?'였습니다. 해수욕장도 아니었고, 옷을 다 입고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두어걸음 옮기자 상황파악이 되더군요[2~3초 쯤 걸렸을 겁니다] .

일단 급하게 해경 122에 신고했습니다[부둣가에 있어서, 해경쪽 광고 전광판을 자주 봤기에 전화번호는 알고 있었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들고있던 우산을 팽개치고, 그 사람 옆에 정박해 있는 작은 어선으로 뛰어올라갔습니다. 그 상황에서도 물에 뛰어들면 함께 빠져죽으니, 밧줄이나 장대로 구해야 한다는 것은 생각나더군요.
올라가보니 어선에서 쓰는 굵은 호스가 있었습니다. '아저씨 아저씨'하고 소리지르면서 호스를 그 사람쪽으로 던졌습니다. 호스도 닿지 않았고, 그 사람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호스를 있던 곳에 던져놓고 다른 것을 찾아 두리번 거리는데, 119에 신고를 마친 동료가 장대를 쓰라고 하더군요. 어선이라서 그랬는지, 선실 위에 대나무 장대와 갈고리가 달린 대나무 장대가 있었습니다만 닿지가 않더군요.

수십미터 옆에 낚시꾼들이 있었습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낚싯대를 가져오라고 하니[낚싯대로 끌어당겨 보려는 생각이었습니다], 몇 분이 달려오셨습니다. 아저씨 두 분이 상황을 보더니, 안되겠다면서 옷을 벗고 바다로 뛰어드셨습니다. 마침 뱃머리에 굵은 밧줄이 있어서 던져드렸습니다[이제와 생각해보면, 호스나 장대보다 훨씬 눈에 띄기 좋게 있었는데 처음엔 왜 못봤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 둘이 뛰어들어갔고 굵은 밧줄까지 충분히 있었습니다만, 건져지지가 않았습니다.
엎어져 있던 그 분을 돌려놓은 것까지는 되었는데, 그 이상이 되질 않았습니다. 밧줄로 어떻게든 묶어보려했지만 잘 되지가 않았습니다. 사람이 물에 떠 있으려면 두손/두발을 모두 써야 하죠. 그 상태에서 의식을 잃은 사람을 밧줄로 묶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신고한지 5~6분 만에 해경 구조보트가 나타났습니다. 신고한 곳에서도 전화가 와서는, 구조대가 정확하게 가고 있냐고 물어보시더군요. 방향을 한번 정정해드리자, 바로 저희쪽으로 오셨습니다. 구명대로 건지려다 두번 실패하고, 그냥 보트를 붙여서 끌어올렸습니다.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서 급하게 돌아가시더군요.

물에 뛰어들으셨던 분께 수고하셨다고 말씀드리면서, 출동해서 상황파악하고 있는 다른 해경에게 연락처라도 남기고 가시라 했지만[그 때는 구조된 줄 알고, 나중에 그분께 좋은 일이라도 될까 싶어 그랬습니다], 그냥 웃으면서 가시더군요[그 분은 '뭘 이런 걸로.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다'라는 뜻이셨던 것 같았습니다].

사다리차[부둣가에서 사람 건져낼 때 쓰려했던 것 같습니다]까지 동원한 119도 도착했습니다만, 해경에서 먼저 구조해 갔다고 하자 돌아가셨습니다. 오해를 막기위해 덧붙이자면, 소방서는 해경보다 멀리 있어서 몇분 더 늦게 오신 것입니다.

제가 처음 발견했을 때로부터 신고하기까지 2분이 안걸렸고, 신고받고 구조팀이 도착하기까지 10여분 이상은 걸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처음 봤을 때 희미하게나마 의식이 있었던 것 같았으니, 그 분께서 목숨은 건지셨을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동료와 함께, '물에는 뛰어들지 못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사람 하나 구했구나'하고 뿌듯해 하면서 점심먹고 사무소로 돌아와서 일하고 있는데.. 해경에서 연락이 오더군요. 그 분께서 돌아가셨다고.
당시 정황을 조사하기 위해 해경분께서 저희 사무실로 오셔서는, 간단하게 진술서를 받아가셨죠[참고로 저는 그 분의 인적사항이나, 물에 빠진 경위 등은 알지 못합니다].

그 뒤에야, 물에 떠 있을 때 이미 그 분의 입에 흰거품이 가득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그 분야의 문외한입니다만, 해경이나 119에서 잘못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골든타임 내에 구조가 이뤄지면 '살 수도 있다'는 것이지, '모두가 산다'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성인남자 넷이 밧줄까지 있었지만 제대로 구해내지 못했습니다. 구조란 게 절대 쉬운게 아니더군요. 아무튼 착잡했습니다. 그 분을 살리기 위해 애쓰셨던 모든 분들 수고많으셨습니다.

비리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희 쪽에도 비리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언론을 탄 것도 있군요.
http://news.donga.com/3/all/20140804/65576095/1

인터넷 속담에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하지 않은 말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더군요. 하지만 제가 여기에 무슨 소리를 한다한들......-_-;;

- 비리건에 대해서는 정말 할말 없습니다.
옛날에는 공무원 처우가 좋지 못해서 비리 없이는 먹고살기 힘들었다고 합니다만,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언론이나 일부 네티즌이 떠드는 것처럼 많은 월급과 연금을 챙기는 것은 아닙니다만, 아껴쓰면 먹고 살 정도는 받습니다. 비리에 협조하지 않으면 밉보이는 것도 맞습니다만, 사표써야 되는 정도는 아니죠. 8급 서기가 서기관급 기관장 둘이 엮인 비리를 막아내는 것도 봤습니다.
한마디로, 모자란 것은 양심과 용기지 제도와 여건은 아닙니다.

- 비리 등을 막기위해 감사를 받습니다만, 현실적으로 감사과정에서 잡아내지 못하는 일도 많습니다. 현실적으로 짧은 기간에 많은 일을 감사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 감사관이 저희 쪽 일을 잘 모르는 문제도 있습니다.

- 적발되어도 무사히 빠져나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뻔뻔하게 잘 살더군요. 참고로 공직사회에서 '뇌물 받아먹었다고 자르는 것은 심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2014년 6월 21일 토요일

난민관련 기사를 보고


언론에 난민관련 기사가 좀 떴더군요.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4/06/18/0200000000AKR20140618197100004.HTML?from=search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4/06/18/0200000000AKR20140618199100004.HTML?from=search

제 업무분장상 난민업무도 들어있기는 합니다만, 제가 워낙 한직에 있다보니 제가 있는 곳에 난민신청을 한 사람은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 좀 부끄러운 얘기지만 난민업무는 잘 모르죠.
다만 예전에 겪었던 일, 보고들은 얘기들을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난민신청자가 체류기간 연장차 온 적이 있었습니다[난민신청한 사람은 G-1-5 라는 체류자격이 부여되는데, 이 자격의 체류기간 연장으로 난민인정업무와는 별개 건입니다].
별 생각없이 물어봤죠. 어쩌다가 난민이 되었냐고.
내전 때문에 서로 죽고죽이는 상황이라더군요. 자기가 돌아가면 죽을 거랍니다.
좀 못 미덥긴했지만,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바로 그 나라에서 온 다른 사람이 다른 일로 왔더군요.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당신 나라에서 서로 죽고죽인다는데, 가족들 괜찮아요?'
그러자 그 사람 하는 말. '도대체 무슨 말이요?'
'아니, 그 나라 내전상태라던데?'
'내전? 아... 그거. 10년 전에 끝났소.'

제가 겪은 일은 아닙니다만, 어떤 사람이 '내가 A종교에서 B종교로 개종했다. 고향에 돌아가면 가족들이 나를 죽일 것이다'라며 난민을 신청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아버지가 그 사람에게 지어준 이름은 B종교에서 대표적으로 쓰는 이름이었죠. 한마디로 원래 B종교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이, 우리가 모를 줄 알고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난 것입니다.
어디서 들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만, 어떤 사람은 체류기간 연장이 안되자 자기 나라 대사관에 찾아가서 욕 한바가지 퍼붓고 나서는 난민신청을 했다죠.
이 밖에도 불법체류자가 단속되면 난민을 신청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난민신청자의 대다수는 난민이 아닙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요?
어떻게든 우리나라에 머물면서 돈을 벌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에서 나온 것처럼, 난민판정은 오래 걸립니다. 이 동안은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다는 뜻이죠. 난민불인정 처분이 나도, 행정소송을 제기해서 대법원까지 간다면 더 오랜기간 버틸 수 있습니다.
참고로, E-9/E-10 자격으로 한국에 머물면서 돈을 버는 것은 최대 4년10개월까지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하려는 사람이 줄을 서서 대상자로 뽑히기 힘들죠.  그런데 난민신청자는 이에 버금가는, 아니 머리만 잘 쓴다면 이보다 더 오랜기간 머물면서 돈을 벌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자국에서 E-9 대상자로 뽑히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죠.

위 언론보도를 보시면, [최대 82명까지 입주할 수 있는 난민지원시설에는 현재 23명만이 생활하고 있다. 자유를 찾아 이국땅을 밟았는데 보호시설로 들어가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외국인이 많고, 도심에서 멀어 일터를 오가기 불편한 탓이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오해하도록 써 놨습니다만, 난민지원센터는 외국의 난민수용소와는 완전히 다른 시설입니다. 언제든지 나갈 수 있죠. 숙식제공하면서 언제든지 나갈 수 있는데도 난민지원센터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기사에도 인정하듯 주변에 일자리가 없어서 돈벌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게 뭘 의미할까요?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거짓 난민신청이 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난민신청자를 다른 나라처럼 수용소에 넣지 않기 때문입니다. 난민인정되면 좋고, 난민인정 안되도 몇년동안 자유롭게 살면서 돈 벌다 나가면 되니까 손해볼 게 전혀 없는 거죠.

우리나라는 식민지배와 독재를 겪어본 나라입니다. 정치적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면 돕는 것이 당연하겠죠. 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은 걸러야하지 않을까요?
너그러운 것과 호구가 되는 것은 다르죠. 이웃들에게 너그러워야 하겠습니다만, 국제호구가 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이 기사와 상관없는 일입니다만, 난민 이야기가 나온 김에 써 봅니다.
어떤 집단은 정말 난민이 맞습니다. 자국에서 박해받고 있죠. 그러나 우리 법질서를 준수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집단으로 불법체류자 단속반을 습격해서 단속된 불체자를 탈취해가는 짓까지 했으니까요. 이들도 난민으로 대접해줘야 할까요?

2014년 5월 24일 토요일

공무원이 열심히 일하면?

퀴즈를 하나 내보겠습니다. 공무원이 열심히 일하면 어떻게 될까요?


정답: 감사[査]를 받는다. - 사람들이 고마워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설마하시겠지만, 제가 모시던 분이 당한 일입니다.

얼마전, 제가 모시던 분께서 다급하게 연락하셨습니다.
감사관이 자신이 조회한 개인정보들에 대해 조회사유를 소명하라고 하니, 당시 했던 일들을 좀 찾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정보 누출 / 불법적인 개인정보 조회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던 것 때문에 그런 듯 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당연한 일 아니냐고 생각하시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그 분께서는 확실하게 업무파악을 하고 계신 분이었고, 그 때문에 결재가 올라오면 관련자료를 직접 조회해보셨던 것입니다. 반대로 대충 훑어보고 사인만 했던 사람들, 업무파악이 되지 않아 뭐가 뭔지도 모르고 사인만 했던 사람들은 관련자료를 조회해 봤을리 없습니다.  따라서 조회한 개인정보의 양이 다를 수 밖에 없고, 그런 사람들은 감사를 받을 까닭이 없죠.

그런데 문제는, 일을 한 뒤 시간이 흘러서 정확한 사유를 기억/소명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제게 도움을 청하신 것이었습니다.

당시 처리했던 일들을 다시 조회해서 대상자들을 찾아냈지만 많은 건이 남더군요. 그런데 마침 당시 문제되었던 사안이 떠올라서 간신히 조회사유를 찾아냈습니다. 그래도 몇 건은 사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당시 상황으로 봐서 무엇 때문에 조회했는지 짐작은 갔습니다만, 구체적인 근거는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물론 개별 건을 처리할 때마다 개인정보 조회사유를 모두 입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저처럼 한직에 있는 사람이야 가능하겠지만, 서울이나 인천공항처럼 바쁜 곳에서는 일하지 말라는 말밖에 안됩니다.
만약 모든 개인정보시마다 조회사유를 입력해 둔다면? 그 때는 '입력사유의 진실성'에 대한 감사가 벌어지겠죠. 명목만 다를 뿐 똑같은 상황이 펼쳐질 겁니다.

그 분과 반대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업무에 대해 아는 게 없습니다. 결재 때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과연 이 사람이 우리 직원 맞나 싶었습니다. 누군가는 그 사람의 지시를 들을 때 '머리속에서 천둥이 치는 느낌'이라 하더군요. 업무시스템 아이디도 잊어버렸을 정도로 업무에 관심이 없죠.
어떻게 그 자리까지 갔나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의전 주특기였더군요.
또한 이 사람은 문제가 될만한 일들은 미리 아랫사람에게 떠넘겨뒀습니다.
이 사람이 저런 감사를 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모든 사람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제가 그 분이 아니니, 그 분께서 불법적인 목적을 가지고 개인정보를 열람하신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분께서 열심히 일하지 않으셨다면, 저런 투망식 감사에 걸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 점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 일이 아주 특이한 사례는 아닙니다.
감사를 할 때 '처리한 일'에 대한 감사도 벅찹니다. 그러다 보니 '일한 사람'만 감사를 받게 되죠. 처리한 일의 적정성을 따지려면, 그 일을 한 담당자에게 물어볼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결과적으로 '한 일이 없으면 감사받을 일도 없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 '일을 열심히 한 사람이 성과급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승진하지 않겠느냐' 라고 하시겠지만.....
글쎄요. 그저 웃지요.

여러분께서 공무원이시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2014년 5월 10일 토요일

빗나간 선의

좋은 뜻으로 한 일이,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때가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얼마전 귀화허가를 받으신 분께서 찾아오셨습니다. 귀화허가 이후의 절차를 밟기위해서였죠.
외국인이 귀화허가를 받아 우리 국적을 취득하면, 원국적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만약 원국적을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 국적이 상실되죠.
그러나 일정한 경우에는 '외국국적불행사서약'이라는 것을 하면, 원국적을 포기하지 않아도 우리 국적을 상실시키지 않습니다. 이것이 몇해전부터 시행된 복수국적의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일정한 경우[모든 귀화허가자가 여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귀화허가를 받은 사람은 원국적을 포기하거나, '외국국적불행사서약'을 할 두가지 선택권이 있는 셈이죠.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복수국적 인정은 상대적 효력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귀화자의 원국적국이 단일국적주의를 따르고 있다면, 우리 국적을 취득과 함께 원국적이 사라지게 됩니다. 설명이 더 필요할 듯 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중국인이 우리나라에서 혼인귀화를 하였다고 가정해봅시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국국적불행사 서약을 하면, 이분은 중국국적을 포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얼핏봐서는 복수국적을 누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국국적 취득시, 중국법에 따라 중국국적은 사라집니다. 아무리 우리 정부가 외국국적불행사서약을 통한 복수국적을 인정해줘도, 원국적이 사라져버리므로 복수국적은 가질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이런 나라가 꽤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복수국적을 제한적으로만 인정하고 있을 뿐, 자발적으로 다른나라 국적을 취득한 우리 국민은 즉시 우리국적을 상실하게 되죠.
그러니까 원국적국이 단일국적주의를 따르고 있다면, 외국국적불행사서약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됩니다.

또한 원국적국이 단일국적주의를 따르지 않는다고 하여도 문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라에 따라서는, 자국민이 외국에서 일정한 내용의 선서를 하는 경우 자국국적을 상실시키는 곳도 많습니다. 우리는 선서/서약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만, 유럽쪽 문화에서는 선서/서약에 대해 아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자국민이 외국에서 일정한 내용의 선서를 할 경우 국적까지 상실시켜버리는 내용이 법률에 포함된 듯 하고, 이것이 비유럽권 국가의 법에도 영향을 준 것 같더군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귀화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서약서를 작성한 경우 및 외국국적불행사서약을 한 경우, 해당국가에서 이 사실을 어떻게 평가할 지 알 수 없습니다. 별일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그냥 넘어가겠지만, 자국국적 상실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실'이 아닌, '한국에서 일정 내용의 선서를 했다는 사실'이 문제가 되어 국적을 상실할 지도 모릅니다.

여기에 국적관계 법령뿐만 아니라, 원국적국의 다른 분야 법령까지 더해지면서 문제가 훨씬 더 복잡해지게 됩니다.
- 지금은 주민등록법이 개정되었지만, 외국에서 영주권을 취득한 우리 국민은 주민등록이 말소되고 재외국민거소신고를 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민등록 말소로 사실상의[법률상은 아니라도] 불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도 이런 문제가 있는 듯 하더군요.
- 우리 세법상 거주자/비거주자는 달리 취급되죠. 다른 나라도 비슷한 것이 있을 것이고, 그 판단과정에서 우리 국적의 취득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을 듯 합니다[우리나라는 다른 것 같습니다만].
-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혜택과 관련해서도 우리 국적의 취득이 영향을 미칠 수 있겠죠.
- 아무리 복수국적이 인정된다고 하여도 국가안보와 관련된 일정분야에서 타국 국적을 가진 사람에게 각종 제한을 두는 입법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후진국의 경우, 이를 넒게 해석하여 사실상 아무 상관도 없는 분야에서도 문제가 되겠죠.
- 토지분배 등을 앞둔 나라도 있는 듯 합니다. 이때 우리 국적의 취득은 큰 영향을 미치게 되겠죠.

제가 생각해본 것만 이 정도이고, 수많은 다른 문제가 더 있겠죠. 국적문제로 인한 파생적 법률관계가 어찌 돌아갈지는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 예컨대 국적취득후 출입국에도 문제가 생기지만, 여기까지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발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하면 우리 국적이 상실됩니다. 그러면 가지고 있던 우리나라 여권도 별도 절차없이 그 효력을 상실합니다. 출입국시 효력이 없는 여권을 행사한다면, 출입국관리법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외국국적을 취득하고도 국적상실신고 등 절차를 밟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 생각없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며 한국여권을 썼다가 처벌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물론 악의없이 몰라서 그런 사람에 대한 구제조치는 있습니다]. 외국도 이런 것이 있는 듯 하고, 그 처벌은 우리보다 가혹한 경우도 있는 듯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 국적을 취득할지, 취득한다면 외국국적불행사서약을 할지/원국적을 포기할지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그러나 귀화자 가운데, 이 모든 것을 생각해서 결정하는 분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잘 알아보신 다음 결정하시라고 말씀드려도, 그냥 '아는 사람도 그렇게 했다' 또는 '자국 대사관까지 가서 절차를 밟는 것이 귀찮다'면서 외국국적불행사 서약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외국국적불행사서약은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간단하게 끝나거든요.

그날 오신 분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귀화허가를 받기는 했어도 관공서에 혼자 오는 것이 부담스러웠던지, 아는 분과 함께 오셨더군요. 문제는 그 함께 오신 분이었습니다. 도우려는 마음에서 시간을 내서 함께 오셨으니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이 분야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셨습니다. 나중에 문제가 되어도 아무런 책임도 질 수 없고 도움도 될 수 없는 입장, 한마디로 남의 일인데도 자신이 간단하게 일을 결정해버리더군요.
마침 귀화하신 분의 원국적국은, 자국민이 타국에 귀화할 경우/ 타국에서 일정한 내용의 선서를 할 경우 국적을 상실시켜 버리는 나라였습니다. 그런데도 함께 오신 분께서 '아무개도 그렇게 했다'며 그냥 외국국적불행사서약을 하겠다고 결정하더군요.
보다못해 인터넷에서 그 나라 대사관의 전화번호를 찾아, 귀화하신 분께 적어드렸습니다. 한번 전화해서 알아보신 다음에 결정하시라고. 그러나 귀화하신 분도 공무원보다는 시간을 내 함께 와준 사람이 믿음직했던지, 전화 한번 해보지 않고 그냥 함께 오신 분의 말씀대로 하겠다고 하시더군요.
자국에서는 어찌되었든, 우리 국적법상 외국국적불행사서약을 하실 수 있는 분입니다. 제가 그 분에게 원국적을 포기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죠. 그냥 외국국적불행사서약을 수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선의를 가지고 남을 돕는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돕지 않음만도 못할 때도 있습니다. 마치 척추에 손상을 입은 환자를 들쳐업고 뛰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선의만으로 뛰기엔, 세상이 너무 복잡해진 것 같습니다.

2014년 4월 27일 일요일

불체자의 아이

1.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살다보면, 여기서 아이를 낳는 일도 많습니다.
합법체류자의 아이는 그에 걸맞는 체류자격이 부여됩니다. 부모의 체류자격에 따라서 F-3, F-1, F-4, A-1 등의 자격이 부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법체류자도 아이를 낳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2. 한국인과 혼인을 한 뒤 아이를 낳는다면, 국적법 2조에 따라 아이는 우리 국적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문제는 불체자와 한국인 남편이 혼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난 경우지요.
사실혼관계에서 태어난 아이와 아버지는, 법적으로 부자가 아닙니다[다만 인지/준정에 따라 부자관계가 되겠지요].

법적으로 한국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보니, 아이는 우리 국적을 가지지 못하고 태어납니다[다만 외국인으로서 F-2-2라는 합법적인 체류자격이 부여될 수 있습니다].
우리 국적은 없지만 한국인의 아이이므로, 국적법 3조에 따라 신고만으로 간단하게 국적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국적법 4조~9조에 따른 국적취득은 법문상 허가로 되어 있습니다만, 그 실질은 강학상 특허에 해당하고 더 어려운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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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서 반드시 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제대로 절차를 밟으면 문제가 해결이 됩니다만, 그렇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습니다. 
국적법에 따른 국적취득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충 호적에 이름을 올려두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국적법에 따라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찌어찌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라가 있다고 해서 아이가 국민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경우 해당 가족관계등록부는 폐쇄대상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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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이 쉽지 않게 될 때도 있습니다.
국적취득신고든, F-2-2 자격부여든, 어머니 - 그러니까 불체자- 의 나라에서 아이의 여권을 만들어 줘야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 나라 대사관에서는 나몰라라하고 여권을 만들어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사정은 대충 짐작이 갑니다만, 그러면 안되겠지요.

저희 쪽에서 여권은 모든 절차의 시작입니다. 그런데 아이의 여권이 없다보니, 저희는 어떻게 손도 못대게 됩니다.
'아니, 어찌되었든 해주면 되는 거 아니냐. 공무원들이 쓸데없이 서류를 요구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법리상/실질적인 문제상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제가 잘 알지도 못하거니와, 자세한 사정을 밝히는 것은 악용가능성 때문에 부적절한 듯 싶습니다].

대개의 경우,  불체자가 임신했을 때부터 아이 아버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이런 말하기는 그렇지만,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돈입니다. 불체자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거든요. 임신 후 출산까지 모두 비보험으로 처리하려면 돈이 꽤 깨지나 봅니다]. 어찌되었든 빨리 온 만큼 문제가 비교적 쉽게 풀리지요.
그러나 아이가 태어난 뒤에도 한참을 그냥 있다가, 뒤늦게서야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저렇게 되지요.

3. 한편 불체자들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는 일도 있습니다.
제가 전에 몇건 불체자들의 가족과 관련된 글을 쓴 적도 있군요.
http://keyboardwarrior7.blogspot.kr/2011/10/blog-post_9804.html
http://keyboardwarrior7.blogspot.kr/2010/10/blog-post_23.html
http://keyboardwarrior7.blogspot.kr/2010/04/blog-post_24.html

그런데 얼마전, '이주아동 권리보장 기본법'이라는 것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4/04/03/0200000000AKR20140403138800372.HTML?input=1179m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40403000159&md=20140406004847_BK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404141817341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404/h2014040421035721950.htm
http://news1.kr/articles/1616841

저 법안에 대해 알아보려 했습니다만, 신뢰할 수 있는 곳에서 법안내용 등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언론보도밖에 읽어보지도 못했으니, 법안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비판은 접어두겠습니다.
언론보도대로라면 틀린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기자가 잘못 이해하였거나 편집과정에서 왜곡되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예컨대 불체자의 아이는 무국적자가 아닙니다. 그 나라의 아이이죠. '아이에게 국적을 부여할 의무'를 지고 있는 국가는 불체자의 나라이지 우리나라가 아닙니다.
언론보도상 법률안의 내용이 맞다면, 글쎄요... 제가 가진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라 뭐라 할 말도 없습니다.

불체자도 보장할건 해야죠. 현재 실무상으로도 불체자가 산업재해를 당하면 구제가 가능하고, 불체자가 임금체불이 되면 - 비록 그 실질이 불법행위를 통해 얻은 수익이라 할지라도- 노동청/법률구조공단/법원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런 법안은 문제의 차원이 다릅니다. 과거 불체상태에서 받은 피해구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래의 계속적인 불체를 보장해주는 것 아닙니까.
나는 계속 불법적행동을 할 테니, 대한민국은 내 편의를 돌봐야 한다는 주장이 타당할까요?

언제나 되풀이 합니다만, 한국정부는 불체자를 지옥에 처박는 것이 아닙니다. 제 나라로 돌려보낼 뿐이죠. 아동에 대한 여러가지 권리보장 다 좋습니다. 그러나 그 주체는 그 나라지 우리나라가 아닙니다. 그리고 아동을 핑계로 불체를 보장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아닐까요?

저 법안을 주도하는 분은 귀화자 출신 국회의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람이 뿌리를 잊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라면,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야 하지 않을까요? 말로만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하지 마시고, 한국인에 걸맞는 정체성을 보여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몽골에서 귀화한 분도 장관이 되야 하고, 베트남이 고향인 총리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아이가, 마치 오바마처럼 대통령이 될 날도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건 아닙니다. 지금 저 분의 행동은 다른 귀화자, 다문화가정출신의 정계진출에 찬물을 끼얹는 것 밖에 안됩니다. 저분이 저런 행동을 하고 나면, 앞으로 누가 귀화자의 정계진출을 도울 수 있겠습니까?

2014년 3월 29일 토요일

친절

공무원이 친절해야 함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저희 쪽은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문에 욕도 많이 먹고 있죠. ^^;;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몇해전 어느 장관 때 일입니다.
그 장관의 자식이었던가? 아무튼 아주 가까운 사람이 인천공항에서 출입국심사를 받았습니다. 그 때 저희 직원에게 '푸대접'을 받았다고 느꼈나 봅니다.
그 일로 저희 조직에는 장관의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사실관계를 해명하는 사람에게는 '그럼 내 자식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이냐'라 호령이 돌아왔고,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통행료 징수하는 직원들 봐라, 얼마나 친절하냐. 너희는 왜 그모양이냐'는 질책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곧바로 '친절'이 저희 조직을 휩쓰는 태풍으로 되어 버리더군요.

공무원이 친절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습니다만, 저희의 기본적인 임무는 국경관리입니다. 친절은 그 다음 일이지요. 쉽게 말하면 저희는 대한민국의 경비견입니다. 애완견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경비견에게 애완견처럼 못한다고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죠. '친절'과 '민완' 모두가 중요한 가치입니다만, 그 가운데 하나를 택하라면 저희 쪽에서는 당연히 '민완'입니다.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는다고 느껴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좀 더 설명해보자면, 저희도 검/경과 같은 공안직군에 속합니다. 수사관이 가장 먼저 갖춰야하는 것이 뭘까요? 친절? 당연히 민완입니다. '참고인에게 친절하지만 범인은 못잡는 수사관'을 생각해보십시오.
저희도 똑같습니다. 출입국심사는 '그냥 여권에 도장찍어주는 일'이 아닙니다. 국익위해사범이 국경을 통과하지 못하게 막는 일입니다. 저희가 출입국심사를 할 때 중요한 것은, '환하게 웃으면서 여권에 보기좋게 도장찍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과연 이 사람이 테러범/인터폴 수배자/불체자/출국금지된 범죄자인가, 이 여권은 위변조된 것인가, 타인여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닌가 등등을 놓치지 않는 것이죠.
신경을 곤두세워 이런 것들을 살펴보면, 당연히 얼굴은 굳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언젠가 다른 기관 분들과 자리를 함께한 일이 있습니다.
어느 분께서 저희에게 한마디 하셨습니다. 출입국은 왜 그리 불친절하냐고. 뭐 솔직히 그 쪽도 친절과는 거리가 먼 곳이었던 터라, 지금 생각하면 웃기기도 합니다만 ^^;;
듣고 있던 국정원 직원이 조용히 한마디 하더군요.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관광안내소가 아닙니다'
그 분은 저희가 뭘 해야 하는 집단인지 알고 있었던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외국에서 ‘출입국심사 서비스 부분’ 최고상을 수상하거나,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절대 자랑이 아닙니다.
윗분들이나 대외홍보를 맡은 분들은 큰 자랑으로 여기겠지요. 그러나 우리 조직이 지켜야 할 기본이 무엇인지, 저 것을 얻기 위해 무엇을 잃고 있는지 생각해본다면 자랑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무튼 장관이 질책이 쏟아지자, 일선 현장은 뒤집어졌습니다.
마침 당시 기관장도 소신있다는 소린 못 들어본 사람이었나 봅니다. 제가 그 때 그 곳에 근무하지 않아서 잘은 모릅니다만, 볼만한 사태가 벌어졌다는 군요.
심지어 불친절한 팀으로 찍힌 곳은 간부들이 검찰에서 조사까지 받았다네요. 솔직히 저는 이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자신이 불친절한 것도 범죄가 아닌데, '부하가 불친절한 것'으로 무슨 검찰조사를 받겠습니까. 그런데 실제로 그걸 당한 사람은 울분을 토하더군요. 불려간 자신도 황당하고, 조사를 해야하는 검찰직원도 어이없는 일이라, 서로 민망하게 앉아서 잡담 좀 하다가 돌아왔다고 합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그 때 국경관리에는 거의 구멍이 뚫려있었습니다.
친절하라고 했을 뿐인데 무슨 구멍이냐 싶으시겠지만, 사실입니다.
모든 일에는 불만이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저희가 하는 일은 더욱 그렇죠. 물론 저희가 하는 일에 실체적/절차적인 법적하자가 있다면, 그에 대한 항의는 받아들여져야 하죠.
하지만 말도 안되는 트집은 단호하게 배척되어야 합니다. 예컨대 불체자 단속시 '사전 예고도 없이 단속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 '불체자가 놀라지 않느냐', '왜 단속에 가죽장갑을 끼고 왔느냐'라는 불만[모두 실제 있던 것들입니다]은 받아들여져서는 안되는 것이죠. 그런 트집이 받아들여지면 공무집행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런 상황에서는, 무슨 일이든 '공무원이 불친절하다'로 트집잡으면 끝입니다. 아무리 정당한 공무집행이라도, '왜 그렇게 불친절하냐' 한마디에 담당자가 깨지거나 좌천되는 분위기에서 무슨 일이 되겠습니까. 뚫릴 수 밖에 없죠.

이 일은 장관의 산하기관 업무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거기에 장관 말이라면 꼼짝못하는 고위 공무원들이 일을 키웠죠.
손해는 말단 공무원들이 봤고, 피해는 사회 전체가 봤습니다. 국경이 뚫렸으니까요.

문제는 이런 일들이 얼마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불행히도, 일을 모르는 위/ 소신없는 아래는 저희만의 문제가 아니니까요.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 규제개혁을 보면서 마음이 착잡해지는 것은 이때문입니다[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은, 불합리한 규제를 옹호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언론에서는 규제가 공무원 집단의 탐욕이 만들어낸 것으로, 대통령도 어쩌지 못하는 괴물처럼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규제는 법률에 위임을 받은 행정규칙[훈령/예규 등. 일선에서는 지침이라고 부르죠]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행정규칙들은 장관 또는 해당 조직의 장이 결재권자입니다. 기안자는 사안에 따라서 다릅니다만 6급 주사에서 5급 사무관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규제가 공무원의 탐욕에서 비롯된 말도 안되는 것이라면? 결재권자가 결재 안하면 그만입니다. 모르고 결재했다면, 나중에 폐기하라고 지시하면 그만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장관만 진노해도 조직이 뒤집어지는데, 대통령도 못 고치는 규제는 있을 수 없습니다.
헌법학이나 행정법학에서 행정규칙에 대한 통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만, 현실에서는 거기까지 갈 일도 없습니다. 정말로 잘못된 규제라면, 언론보도만 한번 나와도 얼마 뒤에 폐기됩니다.

그러면 언론에서 아무리 비판하고, 여론이 들끓어도 바뀌지 않는 규제는 뭘까요?
간단합니다. 그게 옳거나, 현실적으로 어쩔수 없는 일이겠죠. 언론에서 몰랐거나/다루지 않은 다른 사정때문에 꼭 필요한 규제이거나,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규제개혁 끝장토론을 잠깐 보았는데, 참 씁쓸했습니다. 그 때 마침 끌려 나온 규제는, 제가 알기로는 꼭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그 규제로 불편을 겪는 사업주들이야 불필요한 규제라고 주장하겠지만,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는 완전히 얘기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장관이 자기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면, 이러저러해서 꼭 필요한 규제라고 당당하게 설득할 수 있었겠죠. 그러나 그러지 못하더군요.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씁쓸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습니다. 제 역량이 모자라서,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