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14일 토요일

합법적인 브로커

우리의 법제도 또는 저희가 하는 일이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불만이 있는 사람들도 생기기 마련이죠. 그래서 법적인 구제절차가 있는 것이고, 거기까지 이르진 않더라도 민원이 생기기도 합니다.

밖에서 보는 눈은 다르겠지만, 제가 보기엔 정말 억울한 일은 민원만 제기해도 해결이 되고, 웬만한 일은 법적인 구제절차를 밟으면 민원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되도 않는 억지를 쓰면서 뭘 좀 챙겨보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인권단체'로 가더군요. 인권단체의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아 못 보았습니다만, 국민의 정부 즈음부터 인권침해가 줄어든 모양입니다. 교정시설의 인권상황이 문민정부 즈음부터 좋아졌으니까, 그보다도 한걸음 느렸던 셈이죠. 역사적으로 저들의 가치가 있던 시절도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좀 많이 아니더군요. 그래서 저들이 합법적인 브로커가 아니냐고 비판하는 분들도 많고, 인권장수/인권팔이라고 비아냥 거리기도 합니다.

정부 보조금을 타기 위해 집회시위를 하는 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저와 함께 일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참 어이없는 일들도 있습니다.

어떤 인권단체에서는 불체자들에게 '우리 회원권이 있으면 단속을 피할 수 있다'면서 회원권을 팔았다는군요. 물론 아무런 법적 효력도 없는 것이지만, 말도 잘 안통하는 불체자들은 거기 속아서 회원가입하고 매달 몇만원씩[우연인지/노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합법적으로 체류기간연장허가를 받을 때 내는 수수료와 같은 액수더군요] 냈던 모양입니다. 단속이 된 불체자가 아무 것도 모르고 당당하게 그 회원권을 내밀때.... -웃으면 안되지만-참 웃겼던 모양입니다.

또 어디선가에서는, 단속을 나가자 불체자가 제발로 걸어와서 잡히더랍니다. 이게 웬일인가 해서 보니 어느 단체에서 심하게 뜯어낸 눈치더군요. 대개 저런 곳에서는 종교와 관련된 간판을 내거는데, 기독교쪽 간판을 걸어놓고는 십일조를 걷어버린 듯 했습니다. 3d 업종에서 죽어라 일해서 대개 한달에 100만원 좀 넘게 받는데, 아무 것도 해주지 않으면서 매달 돈십만원 넘게 뜯어낸 모양입니다.

저희쪽에도 인권단체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인가로 오가는 것만 몇번 보았고, 제 업무가 아니어서 자세한 사정을 알지는 못했죠. 그런데 관련된 일 하나를 제가 맡게 되면서 보니, 참 명불허전이더군요.

자세한 사정은 말할 수 없습니다만 대강 써보면...
어떤 사람이 불행한 일을 당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누구의 책임도 아닌 일이었죠. 그런데 유가족과 저들이 달라붙으면서 일이 요상하게 변했더군요. 한마디로 책임이 없는 쪽에 책임을 덮어씌우고 한몫 뜯어내려 한 것입니다. 그에 더해 저 일을 핑계로 유가족이 여기에 눌러앉으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외국인은 구제절차가 끝날 때까지 우리나라에 머물 수 있는 것이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있는데, 그걸 악용한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말도 안되는 일인데, 인권단체의 극성에 밀리면서 가능했던 것이죠. 저희야 유가족이 우리나라에 머물 수 있게만 해주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잘못도 없이 책임추궁을 당하는 분들은 피가 마르겠죠[다행히 법적 책임을 지지는 않았지만, 그 일 때문에 여러해 동안 고생하신 듯 합니다]. 인권단체의 극성에 저희가 밀리면서, 애꿎은 분들이 당하는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저 같은 하급직원이야 위에서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고, 위에서는 언론이나 여론에 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여론은 저희에게 좋지 못합니다. 인권단체에서 저희에게 '인간사냥꾼'이라며 비아냥거리는 것이 상당히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더군요[제 친구들과 만날 때도, 제 앞이라 차마 말은 못하지만 저희 일을 안좋게 보더군요]. 단속을 나가봐도, 저희에게 호의적인 국민들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저희가 인권이란 말과 엮이는 순간, 여론에 두들겨 맞는 일만 남게 되죠. 그 때문에 위에서는 인권단체만 마주치면 몸을 사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저희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게 되고, 저런 일들이 벌어지게 되더군요.

언젠가는 나아지겠죠. 머지 않아서 여론의 흐름이 돌아서는 날이 올 거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