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3일 화요일

어떤 죽음들

일터에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일들 가운데 하나는 사망신고를 받는 것이었는데, 마지막날인 오늘, 기억에 남을만한 사람 둘을 보았습니다.
모두 국제결혼한 부부였는데, 외국인 배우자가 죽어서 남은 사람이 사망신고한 일이었습니다.

한 사람은 아주머니였습니다. 위장결혼관련혐의를 받던 사람이었죠.
남편이 병으로 죽었다고 사망진단서를 떼어서 왔는데, 역시나 얼굴에서 슬픔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직 '이제 이 사람은 지워지는 거죠?'라 다져 묻기만 하더군요. --이제 이 사람으로 문제될 거리는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하고 싶은 모양인데, 별로 배우지 못해서인지 저렇게 묻더군요[아무래도 위장결혼은 못배운 사람들이 하는 일이 많습니다].
참고로 여성이 위장결혼해서 오는 경우가 더 많긴 합니다만, 남성도 위장결혼해서 오는 일이 많습니다. 아마 이 아주머니도 외국남자와 위장결혼했다가, 이런저런 조사를 받으면서 마음고생을 했나봅니다.

다른 한 사람은 아저씨였습니다. 아내가 죽었다고 사망신고를 하더니, 슬그머니 물어보더군요.
'사망신고를 하면 화장비를 준다는데 여기서 주나요?'
그 일을 맡았던 분께서 -황당한 얼굴로- 여기서는 드리지 않고 어디서 주는지도 모르겠다고 하자, 누군가 그러더라며 얼버무리고 사라지더군요.
잘사는 것 같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리 가난해 보이지도 않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왔던 다른 사람들도 슬픔이 묻어나오는 사람은 적었던 것 같습니다. 죽은 사람과 어떻게 되시냐고 물어보면, 애인이라고 얼버무리는 아주머니들이 많았죠. 사망신고를 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어떤 불이익이 돌아올 것 같아서 하는 사람들이 거의 다였던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겪고 나면 마음이 착 가라앉으면서 맥이 쭉 빠져버립니다.
남은 아내/남편이라는 사람들이 저러고 있는 걸 보니, 죽은 사람들이 참 가엾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의 나라에 와서 쓸쓸하게 죽어갔을 테니까요.

왜 저럴까 싶다가 다시 생각해보니, 제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도 식구들이 크게 슬퍼하진 않았군요. 하지만... 그냥 그렇게 잊혀지나 싶더니, 가끔씩 뭔가가 치밀어 오르고는 했습니다.
그 사람들도 가끔씩 그런 일을 겪을까요? 아니면 누구였는지 생각도 안날까요.

문득, 어찌보면 저런 죽음은 스스로가 불러들인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나의 죽음은 어떨까요. 아마 내가 어떻게 사는가에 달려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