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5일 목요일

어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

요즘 웬만한 비인기직종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쓰입니다.
대표적인 기피직종인 어업에서도 마찬가지죠. 어선원 관련 업무를 하면서 보고들은 일들을 두서없이 몇가지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 어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고용허가제에 따른 E-9자격을 가진 분들과 선원법에 따른 E-10자격을 가진 분들로 나눌 수 있습니다(E-9자격에도 어업 이외의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 더 많고 E-10 자격소지자에도 내항선원 등이 있어, 모두 어업에 종사하는 것은 아닙니다).그런데 공통점은 비인기 직종이란 것이더군요.
고용허가제로 들어오시는 분들은 한국어 교육을 받고 오는 분들입니다(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말이 통하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만). 그 가운데 성적이 가장 낮은 분들이 어업으로 오게된다는군요(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말이 있습니다). 고용허가제의 다른 업종들 가운데 기피업종이 아닌 것이없습니다만(기피업종이 아니라면 비전문취업의 대상 자체가 아닙니다), 어선원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한가 봅니다.

 - 왜 이렇게 될 까요? 근본원인은 언제나 그렇듯 돈입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은 거의 법정최저임금입니다. 어선원들의 월급은 '표준근로계약서[외국인 근로자의 근로계약은 고용센터 등에서 정해둔 내용과 서식을 따라야 합니다. 이것이 표준근로계약서죠. 물론 외국인근로자 보호를 위해서 입니다]'상 일반 제조업 종사 외국인근로자보다 10만원 정도 높지만, 실제 받는 돈은 적습니다. 야간/휴일 근무 수당 때문에 그렇죠.

 - 노무관리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제조업체도 일정규모 이하의 중소기업에서만 고용허가제도를 통해 외국인근로자를 쓸 수 있다보니 노무관리가 뛰어나진 못한 듯 합니다. 건설업체의 경우 규모제한은 없습니다만, 건설업이란 특수성이 있죠. 그러나 어선원들의 경우 그만도 못합니다. 중소기업에 근무하시는 분들 가운데 '가족적인 분위기의 회사'라면 치를 떠는 분들이 많죠? 그런데 그보다 더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번은 외국인 근로자가 도망을 가서, 선주의 신고로 소재불명자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외국인근로자의 의견을 듣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도망갈만 하더군요. 월급은 두세달에 한번주는데 이자는 물론 없었습니다. 표준근로계약서상 규정된 월급이 10만원 올랐는데도 5만원만 줬더군요. 선주가 외국인근로자에게 대리권을 수여받아 일을 처리[외국인이 행정업무를 보기 힘드니, 고용주가 외국인을 대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하는 것을 틈타 임금인상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입니다.
그 외국인 근로자는 임금을 정산받고 다른 업체로 근무처변경을 하였죠.
그 선주는 다른 외국인을 쓰려고 하길레 불허해버렸습니다. 고용주의 귀책사유로 외국인근로자가 이탈하면 불허대상이거든요. 그런데 모두들 '원래 그런 건데 왜 그러냐'고 하더군요. 졸지에 저만 물정 모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똑같은 선원자격이지만, 내항선원은 어선원과 달리 이탈이 없습니다. 배를 탄다는 것만 같을 뿐이지 일이 다른 것도 있습니다만, 선사에서 제대로 된 노무관리를 하거든요.

- 어선의 선주분들께서는 '제발 좀 어업인이나 관련 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보내달라'고 말씀하십니다만, 관련기관에서는 그렇게 하질 못하는 모양입니다. 그런 기술이 있는 사람들은 여길 오지 않는다나요. 그리고 어업경력이 있는 분들이 오더라도, 우리나라에 와서 겨울바다 한번 겪어보면 다 도망간답니다[동남아 출신]. 동남아에서 조업하던 분들이 우리나라에서 겨울에 조업하면 견디기 힘들겁니다. 더구나 고기를 잡다보면 러시아쪽까지 가야 할 때도 있는 모양인데, 그러면 더 말할 것도 없겠죠.

- 결국, 아무런 기술이 없어서 제돈 내고서라도 한국에 와야 하는 사람들이나 오게 된답니다. 이는 어선원의 체류기간 연장/체류자격 변경의 제한문제로 연결됩니다. 저런 분들이 무더기로 우리나라에 눌러앉는 일은, 국익에 보탬이 되지 않겠죠. 그래서 저희가 일정 기간 이상 체류기간 연장을 해주지 않고, 다른 체류자격으로 잘 바꿔주지도 않습니다.

*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힘들고, 문화적 차이에서 오해도 많은 가 봅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나 우리 선주분들이나 모두 외국어에 능통하진 못하신 분들이죠. 상대국가에 대한 경험도 별로 없는 분들입니다.
 - 스리랑카인의 경우 어선원으로 왔다가, 종교상 이유로 하선하기도 합니다. 돈벌러 한국에 와서, 다른 일에서 밀리고 밀려 어선에 타게 되었는데, 막상 배를 타 보니 고기도 잡고 고기 배도 따야 하거든요. 그 것이 불교도로서 차마 못할 짓이라고 느꼈나 봅니다. 그런데 골뱅이는 잘 잡는다네요. 절에서 고기는 안 먹어도 굴은 먹는다는 말[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것과 같은 이치인지 모르겠습니다.
 - 인도네시아에서 오신 분들은 화장실 문제로 다툼이 있나봅니다. 어선주 분들 댁에서 언제부턴가 하수구가 자꾸 막히더랍니다. 이상하다 싶었는데, 알고보니 데리고 있던 인도네시아 분들이 '범인'이었답니다. 큰 일을 볼 때 변기에서 보지 않고, 수채구멍에 일을 보더랍니다. 이게 처음 한두번이야 웃으면서 말로 끝내겠지만, 허구헌 날 되풀이되면 정말 화가 나겠지요. 인도네시아 분들 입장에서는, '선주가 뭐라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어찌어찌 이해해 보니 이상한 짓을 시키더라'일테고.
- 동티모르에서 오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희 사무소에 처음 동티모르 사람이 나타났을 때, 말이 안통해서 한참을 서로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었습니다. 이 친구가 도망갔을 때는 걱정부터 앞서더군요. 어디에서 밥이나 얻어 먹을까 싶어서요. 불체자들도 동포들끼리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생활정보를 얻고 일자리를 구하는데, 우리나라에는 동포가 거의 없는 동티모르사람이니.... 지금도 어디에서 뭐하는지 걱정됩니다.

* 이러다보니, 어선원은 이탈율이 높니다.
 - 그런데 외국인 근로자의 이탈에 대해 고용주들은 어떤 책임의식도 없습니다. 고용주들을 처벌하는 것도 아니고, 도망간 만큼 신규 인력 도입만 막을 뿐인데도 반발이 거세죠. '제발로 도망가는데 그게 왜 우리 탓이냐'는 말을 합니다.
물론 고용주가 책임질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컨대 체류기간이 다 되어서[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어선원은 국내 체류기간의 상한이 있습니다], 더이상 국내에 합법체류가 불가능하면 도망가버리기도 합니다. 그런 경우는 저희도 이해합니다.
그러나 근로자 이탈의 절대다수는 처우문제 입니다. 불법체류자가 일하는 곳 가보면 근무여건이 좋지 못합니다. 또 합법적인 신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는 불체자들이 더 잘 압니다. 그런데도 도망가는 것은, 지금 있는 곳이 불체자들 있는 곳만도 못하기 때문이지요. 한두명이 달아났다면 외국인근로자쪽에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여럿이 달아났다면 해당 선주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 아닐까요?

- 이탈자가 다수 발생한 업체에서 외국인근로자를 쓰겠다고 하면, 해당업체에 문제가 없는지 조사하기도 합니다. 한번은 순박한 표정의 어민이 와서 귀책사유가 없다는 자료를 제출한 일이 있었습니다. 믿을만한 내용은 없었지만 순박한 표정에 좀 흔들렸습니다. 그런데 서툴게 돈봉투까지 주시더군요. 못받는다고 사양해서 돌려보내 놓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내가 괜히 순박한 어민 못살게 구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요. 그런데 그때 밖에서 들어오시던 과장님 말씀. '밖에 웬 외제차냐? 저거 수천만원짜리다.' 바로 그 분의 차더군요. 제가 불허하자 그분 하는 소리. '어려운 어민들 힘들게 한다'
언젠가 비슷한 일로, 다른 선주가 사무실에 와서는 행패를 부리다 간 일이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150억대 자산가더군요. 소설 태백산맥에 나온 악덕지주를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기업활동을 하면서 폐수를 방류한다거나, 조업을 하면서 폐그물을 투기하는 것은 환경공해입니다. 그렇다면 기업활동이나 어업 조업과정에서 불체자를 숱하게 쏟아내는 것은 '사회적 공해' 아닐까요? 환경공해에 대해서는 잘못되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이루어졌습니다만, 불체자 양산과 같은 '사회적 공해'에 대한 공감대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현재 불체자 수는 18만 쯤 되는데, 상당수는 저런 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