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29일 토요일

범죄

가끔씩 경찰분들이 저희에게 찾아 오셔서 도움을 청하실 때가 있습니다. 지나간 몇몇 일들을 적어볼까 합니다.

1. 언젠가 변사체가 하나 발견되었답니다.
외국인인 것은 알겠는데, 누구인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도 알 수 없었답니다. 그래서 저희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셨죠.
그러나... 저희도 뾰족한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지금까지도 그 사건은 아무 것도 나아지지 못했을 겁니다.

2. 언젠가 총기도난 사건이 있었습니다. 수렵용이지만 사람도 죽일 수 있는 총이라네요. 유력한 용의자가 외국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셨죠. 저희가 가진 자료는 다 뽑아드렸습니다만, 누군지 알아내기도/알아낸다 한들 잡기도 힘들었을 겝니다.

3. 언젠가 어느 외국인에 대한 정보를 달라고 하시더군요. 무슨 일이신지 여쭤보자, 굳어진 얼굴로 말씀하셨습니다- 성폭력사건이라고.
찾는 사람은 이미 몇해전 불법체류를 이유로 강제퇴거 되었더군요. 범인이 인적사항을 도용했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찾을 수 있는 자료는 모두 뒤져서 드렸고, 궁금해 하시는 것은 모두 알려드렸습니다. 범인을 꼭 잡으셨길 빕니다.

-----------뒤늦게 생각난 것이 있어서 보탭니다-----------
4. 언젠가 형사분과 함께 불체자를 하나 잡았습니다. 휴대폰이 여러 개, 각기 다른 명의의 통장이 여러 개 나오더군요. 심심해서 휴대폰과 통장들을 여러개씩 만들지는 않았겠죠. 그런데 증거부족으로 사법처리가 힘들었습니다. 형사분께서는 눈물을 머금고 그자를 저희에게 넘기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야만 했죠[그런 범죄는 경찰소관입니다]. 저희도 그 자를 강제퇴거시키는 것으로 끝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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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적지는 못합니다만, 이 밖에도 범죄수사 때문에 저희에게 찾아오시는 일이 많습니다.
그럴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범인이 외국인- 특히 불체자라면 더 잡기 힘든 면이 분명히 있더군요.
먼저 그들에 대해 잘 모릅니다. 그리고 그들은 뭉쳐있습니다. 누가 무슨 범죄를 저질러서 그 친구들을 찾아가도,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또한 삶이 안정되어 있지 않다보니, 여기서 범죄 저지르고 달아나도 다른 곳에 가서 그냥 살면 됩니다. 멀리 달아나서 기숙사 딸린 일터에 처박혀 있으면 수사기관에서 무슨 수로 찾아낼까요. 불체자 입장에서는 그런 일터 찾기도 쉽고, 쓰는 사람도 불체자의 과거를 묻지도 않습니다[물어본다한들 뭐하겠습니까마는]. 정 안되면 자기 나라로 돌아가면 그만이죠.

불체자는 사회적 병균이란 말을 하려는 게 절대 아닙니다. 불체자들이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 누구보다 제가 더 잘 압니다.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도 저런 것들 얼마든지 있습니다. 저런 어려움은 그들을 수사할 때도 같겠죠.
그런데 사람이라는 게 성인군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죠. 범죄의 유혹이 클 수록, 범죄를 저질렀을 때 치러야할 대가가 작을 수록 사람은 위험해질 수 밖에 없는데, 불체자의 경우 그런 여건이 갖추어졌다는 것이죠. 불체자가 무리를 지어 어떤 곳에 몰려살면? 말 다한거죠.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만, 불체자=인간쓰레기라는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불체자=사회적 약자라 해서 영화 '방가방가'식 환상에 빠져서는 안될 겁니다.

2011년 1월 24일 월요일

스쳐간 짧은 생각 2011년 1월

지금의 내 모습은 내가 지금까지 만들어 온 것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누구 탓할 것 없죠.

이런 내 모습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싫어한다면...
그것 역시 내가 안고 가야 하는 것이겠지요.
마음은 아프지만.....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2011년 1월 8일 토요일

누군가에게는 위장결혼이 어떤 의미일까요

위장결혼인지 알아내기 위해 어떤 여성분을 만나 보게 되었습니다.
미리 알고 갔던 것들도 있고, 이것저것 살펴보고 그분이 하시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위장결혼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죠.

위장결혼이란 것은 밝혀진 것 같은데.... 그 분의 사정을 듣다보니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그분께서는 고아셨습니다. 돈도 없었죠. 장애까지는 아니지만, 혼사에는 충분히 장애가 될 만한 신체조건이셨구요. 그래서인지 나이들도록 짝을 찾지 못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쉰이 다 되어서 처음으로 결혼을 하셨더군요-합법적 체류자격을 노리는 불체자[열살 넘게 어린]와 위장결혼을.

처음에 자료만 보고 갈 때는 '또 진상 하나 만나겠구나' 싶었습니다[다행히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만, 솔직히 언제 진상으로 돌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그 분을 만나고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가족 하나없이 지내면서 쉰이 다 되도록 결혼도 못하고 있는데, 열살 넘게 어린 사람이 가끔씩 찾아와서 자고 갈테니[돈도 주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주겠죠?] 위장결혼을 해 달라고 한다면.... 그 분에게는 그것이 어떤 의미였을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범죄는 여러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자연범과 법정범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학문적 정의는 제쳐두고 간단하게 말하자면, '자연범'이란 모두가 '자연'스레 '범'죄로 인정하는 것들입니다. 살인, 강도, 강간 같은 것들이죠. '법정범'이란 모두가 당연히 범죄라고 여기는 것은 아닌데, 어떤 사회적인 필요 때문에 '법'률로써 범죄라고 '정'해두어서 '범'죄가 된 것들입니다. 각종 행정법규 위반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마 저희가 다루는 불법체류/불법취업/위장결혼도 법정범일 겁니다.

자연범도 그 짓을 한 사람의 사정을 들어보면 딱한 경우가 있겠지만[물론 그렇다고해서 범죄자를 '필요 이상으로' 옹호할 필요는 절대 없습니다], 법정범의 경우 사회적 비난이나 행위자의 죄의식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에, 사정이 딱하면 많이 안타깝겠죠. 그렇지만 그런 것을 법률로써 범죄로 정해둔 것은 다 나름의 까닭이 있어서이니, 불쌍하다고 마냥 내버려둘 수도 없습니다.
위장결혼들도 그렇죠. 딱한 사람들이 많이 한다고 그냥 내버려뒀다간, 머지않아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사회적 갈등이 우리나라를 뒤흔들 겁니다. 어디에선가 중국 조폭과 베트남 조폭이 전쟁을 벌이고, 다른 곳에서는 몽골 갱과 우즈벡 갱들이 죽고 죽이겠죠. 강남에서 폭탄 터지고 종로에서 총질하는 것이 영화가 아닌 현실로 되버릴지 모릅니다.

저희가 이 분을 위장결혼 혐의로 사법처리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위장결혼이 계속되는 것은 막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