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9일 목요일

국적법상 귀화요건으로서의 품행단정

2013.12.12. 국회의원 13분이 국적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제출하였습니다.
다른 내용도 있으나, 현 국적법 상 귀화허가시 '품행단정' 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지나치게 자의적이 될 수 있다'면서 '위법한 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을 것'으로 개정하려 한다네요.

하도 어이가 없어서 글을 씁니다.
대외공개가 불가능해서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귀화실무상 품행단정 문제로 불허되는 자들은 거의 그럴만한 사람들입니다. 만약 말도 안되는 이유로 불허했다면? 행정소송 걸면 됩니다.

저 의안처럼 개정이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무리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도 '형사처벌 사실만 없다면' 걸러내기 힘들어집니다.
예를 들어보죠.

'가'라는 사람이 강간을 했다고 칩시다. 과거 강간죄가 친고죄이던 시절에는, 피해자와 합의를 봐서 고소를 취하시키면 공소기각판결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공소기각판결은 형사처벌이 아님에 의문이 없구요.
그러면 '가'라는 사람은 형사처벌 사실은 없으니, 다른 요건을 모두 갖췄다면 국적을 줘야 할까요?

얼마전 중국 범죄조직 거물이 국내로 숨어들었다가 잡힌 건을 보죠. 그 사람 중국에서 수배가 내려지기 전에 왔습니다. 당연히 우리나라에선 형사처벌 사실이 없구요. 그럼 이 사람이 다른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면  국적을 줘야 할까요?
중국 삼합회, 일본 야쿠자, 러시아마피아 모두 거물은 자국내 형사처벌 사실이 없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히 형사처벌 기록이 없을테구요. 이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다른 조건을 모두 갖추어 귀화신청을 한다면, 국적을 줘야 할까요?
이렇게 되묻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어쨌든 범죄조직원이니 우리나라에서 처벌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그러나 외국범죄조직이 자국에서 저지른 범죄는 '외국인의 국외범'이라서, 우리 형법으로 처벌이 불가능합니다. 법적으로 처벌이 가능한 경우에도, 해외에서 이루어진 범죄- 그것도 조직범죄의 처벌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이런 말씀까지 드리긴 그렇습니다만...
죄형법정주의원칙 아실 겁니다. 아무리 나쁜 놈이라도 처벌규정이 없으면 벌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그러면 국회에서는 빈틈없는 입법활동을 통해 처벌의 불비를 막아줘야 합니다. 그런데 국회가 그렇게 발빠른 입법활동을 하던가요?
사회가 급변하다보니, 과거엔 없던 문제가 수시로 쏟아져 나옵니다. 그러나 법률은 사회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 다들 아실 겁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반사회적 행위를 한 자라도, 처벌규정이 없어 처벌이 불가능한 경우가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개정안대로 법 개정이 이루어진다면, 어떤 반사회적 행위를 한 자라도, 처벌규정이 없다면 국적취득에 도 아무런 장애가 없을 겁니다.

과연 이번 국적법 개정안, 현명한 선택일까요?

2013년 12월 14일 토요일

복지

저도 처음에는, 저희 일이 복지문제와는 관련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더군요.

먼저 결혼이민자의 부모가 관련됩니다.
결혼이민자의 가족이 우리나라에 방문하기도 하죠. 이 때 C-3라는 단기사증으로 입국하게 됩니다. 90일 이하의 기간동안 머물 수 있죠. 그런데 그 이후에도 우리나라에 더 머물러 보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두가 그 뜻을 이룰 수는 없고, 결혼이민자의 부모[예외적인 경우 여동생]는 손자녀를 돌봐준다는 명목 등으로 F-1-5 자격으로 변경하여 더 오래 머물 수 있습니다.
이 분들께서 우리나라에 더 머물려고 하는 것은 피붙이와 함께 하고 싶어서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집간 딸네 집에 와서 머무는 것이 석달로도 모자라다고 보긴 힘들죠. 저희 고모들도 국제결혼을 하셨기에 할머니께서 바다건너 고모님들 댁에 찾아가시기도 했습니다만, 한달 넘게 머무신 적은 없습니다.
결혼이민자의 가족들이 우리나라에 계속 머물려는 까닭은 크게 보아 두가지 입니다(물론 신청사유와 같이 손자녀를 돌보기 위한 것도 분명히 있습니다). 불법취업과 신병치료죠. 불법취업은 고용허가제 회피문제인데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신병치료는 한마디로 의료보험 가입입니다. F-1-5로 체류자격변경허가를 받으면 외국인등록이 가능해지니, 의료보험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거죠. 얼마전 재미교포들이 국내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것을 비판하는 여론이 있었던 것 아실 겁니다. 바로 그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의료관광과는 정반대의 문제이구요. 우리나라에 와서 치료받는 것은 같지만, 의료관광은 자기돈으로 치료받는 것이니까요.

다음으로 복지와 관련되는 것은 국적취득입니다.
국적을 취득하면 우리 국민으로서 각종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니까요.

이와 관련된 규정이 국적법 5조 4호입니다. 본인의 자산이나 기능,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에 의존하여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자만이 귀화허가를 신청할 수 있게 하고 있죠(물론 예외가 있습니다. 예컨대 7조의 특별귀화자의 경우 생계유지능력 요건이 면제되죠). 여기서 생계를 같이 하는가족에 의존한다는 것은 간단히 말해 주부를 위한 규정입니다. 법적으로는 부부별산제가 확립되어 있습니다만, 현실적으로 상당수의 결혼이민자는 자신 명의 자산이 없습니다. 남편과 함께 애써서 재산을 모았으니, 명의야 어찌 되었든 결혼이민자의 자산으로도 봐야겠죠. 경우에 따라서는 시부모의 자산도 결혼이민자의 경제능력으로 봐주기도 합니다. 다만 일가면 아무 사람 재산이나 결혼이민자의 재산이라고 내세우는 경향도 있는데, 이건 좀 곤란하겠죠.
그러면 얼마나 있어야 재정능력이 있다고 볼 까요. 국적법 시행규칙 3조는 기준을 3000만원 정도로 잡고 있습니다(물론 현금3000만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구요. 자녀가 있는 결혼이민자의 경우 이 기준이 대폭 완화됩니다). 그런데 이 기준은 98년 국적법 시행규칙 제정시부터 있어왔던 것인데(그 이전에 어떠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그대로인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네요. 98년의 3000만원과 지금의 3000만원은 그 가치가 완전히 다르죠.

위에서 잠깐 7조에 의한 특별귀화자는 재정요건을 보지 않는다고 했지요. 9조에 따른 국적회복자도 마찬가지 입니다. 모두 일반적인 귀화와 달리, 대상자가 우리나라와 어떤 관련성이 있기에 재정요건은 보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력이 부족해도 귀화허가를 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는 장차 복지수급 대상자의 증가로 연결될 수 밖에 없죠. 실제로 귀화/국적회복 허가를 신청하는 분들 가운데는 복지혜택을 노리고 신청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어느 정도냐하면, 장기간 불법체류를 한 사람도 합법적인 신분을 갖게 되면 바로 귀화 얘기를 꺼냅니다. 자신을 입국시킨 한국정부가 자신의 노후도 책임져야 한다며 큰 소리를 치는 사람들도 많죠(어처구니 없게 느끼시겠지만 사실입니다. 특히 불체하다가 결혼이민자로 변신한 사람들이 저러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뜩이나 재원이 모자란데 외국인의 의료/복지비용까지 떠 맡을 순 없다
-아니다 이게 국격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다문화 가정은 취약하다. 결혼이민자의 가족에 대한 복지혜택 부여는 파탄율 높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으로서의 기능도 한다.

-귀화자에 대한 복지혜택 부여는 당연한 것이다. 일단 국적을 취득한 이상 평등하게 다룰 수 밖에 없다
-귀화자에 대한 재정능력 심사는, 없이 살면 국적도 못 따게 만드는 것 밖에 안된다.
-아무런 기여도 없이 복지혜택만 노리는 무임승차는 걸러야 하지 않을까? 혜택만 받아먹고, 조금만 불리하면 제 나라로 튈 사람들이다.
-현재로서도 보유자산 기준이 낮다. 더구나 실무상 저 기준마저도 무너지는 일이 많다. 그리고  자녀가 있는 혼인귀화자에 대한 재정능력 심사는 거의 형식적인 수준이다.
-대한민국을 젊게 만들겠다며 이민의 문턱을 낮춰 귀화를 늘린다더니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젊은 피가 아닌 늙은 피, 생기있는 피가 아닌 병든 피를 수혈받는 꼴이다

위와 같은 주장들이 나올 법도 합니다(실제 있다는 것이 아니라 제가 생각해 본 것들입니다).
복지문제도 그렇지만, 귀화문제는 백년앞을 생각하고 다뤄야 할 문제입니다.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2013년 11월 22일 금요일

돈 벌기 쉬운 세상

저희 일과 관련된 브로커 가운데는 인권/종교 관련 간판을 걸고 영업하는 곳이 많습니다.
간판도 간판이거니와 주 거래처인 불체자들이 사회적 약자인지라, 인권감수성이 충만한 기자들 / 사회의 그늘진 곳을 비추는 기사가 가끔 필요해지는 언론에서 다뤄줄 때가 있더군요.

그런 기사가 나면, 마음이 따뜻하지만 이쪽 사정은 잘 모르시는 분들이나 기부실적이 필요한 곳 등에서 도움이 꽤 가는 듯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의 실적으로 선전되는 사례 가운데 그게 아닌 건들이 꽤 있다는 것이죠.
예컨데 불체자가 산업재해를 당한 경우, 저희에게 체류자격 변경허가를 받기도 합니다. 여기 드는 비용은 체류자격변경허가 수수료 5만원과 등록증 발급비용 2만원입니다. 자판기에서 사진찍을 때 6천원 쯤 들테고 진단서 발급비용도 들긴 하겠네요. 그러나 이들은 여기에 끼어들어서[불체자 혼자 와서 신청할 일을, 자신을 통해야 한다는 식으로]얼마를 불체자에게 받을지......
임금체불건도 그렇습니다. 노동부에서 무료로 해주는 일이[마찬가지로, 불체자 혼자 신청하면 되는 것인데 자신을 통해야 한다는 식이죠]그들이 끼어들었을 때도 그대로 일런지.....
제가 들은 이야기들을 쓰지 못해 유감이네요.

심한 경우, 거래처에서 거래를 끊으면 저희에게 불체자니 잡아가라고 신고하는 업체도 있었다네요. 거래처에서 한글을 모르는 것을 십분 활용하기도 하구요.

저들을 띄워주는 기사를 볼 때마다, 과연 기자들은 몰라서 그리 썼을까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한달에 백만원 남짓 벌기위해 고생하시는 분들은 천대받는데, 저런 업체들은 참 돈 쉽게 번다싶어요. 그것도 폼나게...
머리만 잘 쓰면 돈 벌기 쉬운 세상입니다.



2013년 8월 15일 목요일

어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

요즘 웬만한 비인기직종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쓰입니다.
대표적인 기피직종인 어업에서도 마찬가지죠. 어선원 관련 업무를 하면서 보고들은 일들을 두서없이 몇가지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 어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고용허가제에 따른 E-9자격을 가진 분들과 선원법에 따른 E-10자격을 가진 분들로 나눌 수 있습니다(E-9자격에도 어업 이외의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 더 많고 E-10 자격소지자에도 내항선원 등이 있어, 모두 어업에 종사하는 것은 아닙니다).그런데 공통점은 비인기 직종이란 것이더군요.
고용허가제로 들어오시는 분들은 한국어 교육을 받고 오는 분들입니다(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말이 통하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만). 그 가운데 성적이 가장 낮은 분들이 어업으로 오게된다는군요(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말이 있습니다). 고용허가제의 다른 업종들 가운데 기피업종이 아닌 것이없습니다만(기피업종이 아니라면 비전문취업의 대상 자체가 아닙니다), 어선원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한가 봅니다.

 - 왜 이렇게 될 까요? 근본원인은 언제나 그렇듯 돈입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은 거의 법정최저임금입니다. 어선원들의 월급은 '표준근로계약서[외국인 근로자의 근로계약은 고용센터 등에서 정해둔 내용과 서식을 따라야 합니다. 이것이 표준근로계약서죠. 물론 외국인근로자 보호를 위해서 입니다]'상 일반 제조업 종사 외국인근로자보다 10만원 정도 높지만, 실제 받는 돈은 적습니다. 야간/휴일 근무 수당 때문에 그렇죠.

 - 노무관리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제조업체도 일정규모 이하의 중소기업에서만 고용허가제도를 통해 외국인근로자를 쓸 수 있다보니 노무관리가 뛰어나진 못한 듯 합니다. 건설업체의 경우 규모제한은 없습니다만, 건설업이란 특수성이 있죠. 그러나 어선원들의 경우 그만도 못합니다. 중소기업에 근무하시는 분들 가운데 '가족적인 분위기의 회사'라면 치를 떠는 분들이 많죠? 그런데 그보다 더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번은 외국인 근로자가 도망을 가서, 선주의 신고로 소재불명자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외국인근로자의 의견을 듣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도망갈만 하더군요. 월급은 두세달에 한번주는데 이자는 물론 없었습니다. 표준근로계약서상 규정된 월급이 10만원 올랐는데도 5만원만 줬더군요. 선주가 외국인근로자에게 대리권을 수여받아 일을 처리[외국인이 행정업무를 보기 힘드니, 고용주가 외국인을 대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하는 것을 틈타 임금인상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입니다.
그 외국인 근로자는 임금을 정산받고 다른 업체로 근무처변경을 하였죠.
그 선주는 다른 외국인을 쓰려고 하길레 불허해버렸습니다. 고용주의 귀책사유로 외국인근로자가 이탈하면 불허대상이거든요. 그런데 모두들 '원래 그런 건데 왜 그러냐'고 하더군요. 졸지에 저만 물정 모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똑같은 선원자격이지만, 내항선원은 어선원과 달리 이탈이 없습니다. 배를 탄다는 것만 같을 뿐이지 일이 다른 것도 있습니다만, 선사에서 제대로 된 노무관리를 하거든요.

- 어선의 선주분들께서는 '제발 좀 어업인이나 관련 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보내달라'고 말씀하십니다만, 관련기관에서는 그렇게 하질 못하는 모양입니다. 그런 기술이 있는 사람들은 여길 오지 않는다나요. 그리고 어업경력이 있는 분들이 오더라도, 우리나라에 와서 겨울바다 한번 겪어보면 다 도망간답니다[동남아 출신]. 동남아에서 조업하던 분들이 우리나라에서 겨울에 조업하면 견디기 힘들겁니다. 더구나 고기를 잡다보면 러시아쪽까지 가야 할 때도 있는 모양인데, 그러면 더 말할 것도 없겠죠.

- 결국, 아무런 기술이 없어서 제돈 내고서라도 한국에 와야 하는 사람들이나 오게 된답니다. 이는 어선원의 체류기간 연장/체류자격 변경의 제한문제로 연결됩니다. 저런 분들이 무더기로 우리나라에 눌러앉는 일은, 국익에 보탬이 되지 않겠죠. 그래서 저희가 일정 기간 이상 체류기간 연장을 해주지 않고, 다른 체류자격으로 잘 바꿔주지도 않습니다.

*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힘들고, 문화적 차이에서 오해도 많은 가 봅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나 우리 선주분들이나 모두 외국어에 능통하진 못하신 분들이죠. 상대국가에 대한 경험도 별로 없는 분들입니다.
 - 스리랑카인의 경우 어선원으로 왔다가, 종교상 이유로 하선하기도 합니다. 돈벌러 한국에 와서, 다른 일에서 밀리고 밀려 어선에 타게 되었는데, 막상 배를 타 보니 고기도 잡고 고기 배도 따야 하거든요. 그 것이 불교도로서 차마 못할 짓이라고 느꼈나 봅니다. 그런데 골뱅이는 잘 잡는다네요. 절에서 고기는 안 먹어도 굴은 먹는다는 말[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것과 같은 이치인지 모르겠습니다.
 - 인도네시아에서 오신 분들은 화장실 문제로 다툼이 있나봅니다. 어선주 분들 댁에서 언제부턴가 하수구가 자꾸 막히더랍니다. 이상하다 싶었는데, 알고보니 데리고 있던 인도네시아 분들이 '범인'이었답니다. 큰 일을 볼 때 변기에서 보지 않고, 수채구멍에 일을 보더랍니다. 이게 처음 한두번이야 웃으면서 말로 끝내겠지만, 허구헌 날 되풀이되면 정말 화가 나겠지요. 인도네시아 분들 입장에서는, '선주가 뭐라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어찌어찌 이해해 보니 이상한 짓을 시키더라'일테고.
- 동티모르에서 오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희 사무소에 처음 동티모르 사람이 나타났을 때, 말이 안통해서 한참을 서로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었습니다. 이 친구가 도망갔을 때는 걱정부터 앞서더군요. 어디에서 밥이나 얻어 먹을까 싶어서요. 불체자들도 동포들끼리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생활정보를 얻고 일자리를 구하는데, 우리나라에는 동포가 거의 없는 동티모르사람이니.... 지금도 어디에서 뭐하는지 걱정됩니다.

* 이러다보니, 어선원은 이탈율이 높니다.
 - 그런데 외국인 근로자의 이탈에 대해 고용주들은 어떤 책임의식도 없습니다. 고용주들을 처벌하는 것도 아니고, 도망간 만큼 신규 인력 도입만 막을 뿐인데도 반발이 거세죠. '제발로 도망가는데 그게 왜 우리 탓이냐'는 말을 합니다.
물론 고용주가 책임질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컨대 체류기간이 다 되어서[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어선원은 국내 체류기간의 상한이 있습니다], 더이상 국내에 합법체류가 불가능하면 도망가버리기도 합니다. 그런 경우는 저희도 이해합니다.
그러나 근로자 이탈의 절대다수는 처우문제 입니다. 불법체류자가 일하는 곳 가보면 근무여건이 좋지 못합니다. 또 합법적인 신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는 불체자들이 더 잘 압니다. 그런데도 도망가는 것은, 지금 있는 곳이 불체자들 있는 곳만도 못하기 때문이지요. 한두명이 달아났다면 외국인근로자쪽에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여럿이 달아났다면 해당 선주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 아닐까요?

- 이탈자가 다수 발생한 업체에서 외국인근로자를 쓰겠다고 하면, 해당업체에 문제가 없는지 조사하기도 합니다. 한번은 순박한 표정의 어민이 와서 귀책사유가 없다는 자료를 제출한 일이 있었습니다. 믿을만한 내용은 없었지만 순박한 표정에 좀 흔들렸습니다. 그런데 서툴게 돈봉투까지 주시더군요. 못받는다고 사양해서 돌려보내 놓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내가 괜히 순박한 어민 못살게 구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요. 그런데 그때 밖에서 들어오시던 과장님 말씀. '밖에 웬 외제차냐? 저거 수천만원짜리다.' 바로 그 분의 차더군요. 제가 불허하자 그분 하는 소리. '어려운 어민들 힘들게 한다'
언젠가 비슷한 일로, 다른 선주가 사무실에 와서는 행패를 부리다 간 일이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150억대 자산가더군요. 소설 태백산맥에 나온 악덕지주를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기업활동을 하면서 폐수를 방류한다거나, 조업을 하면서 폐그물을 투기하는 것은 환경공해입니다. 그렇다면 기업활동이나 어업 조업과정에서 불체자를 숱하게 쏟아내는 것은 '사회적 공해' 아닐까요? 환경공해에 대해서는 잘못되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이루어졌습니다만, 불체자 양산과 같은 '사회적 공해'에 대한 공감대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현재 불체자 수는 18만 쯤 되는데, 상당수는 저런 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게 됩니다.

2013년 7월 7일 일요일

의료관광

언젠가부터 '굴뚝없는 산업'으로 관광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언론보도가 많이들 나옵니다. 그 가운데도 많은 분들이 공들여 추진하는 것이 '의료관광'입니다.
그만큼 매력적인 분야란 뜻이겠죠.
우리 주변에도 의료수준이 높지 못한 나라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나라에는 엄청난 부자들도 많죠. 그 나라 부자들이 우리나라의 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고 관광도 하다 가면, 참 좋겠죠.

저희가 하는 일은 의료관광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먼저 초청업체에서 해당 외국인의 사증발급인정서를 신청을 대리합니다.
그리고 공항만에서 입국심사를 받죠.
그 뒤 장기체류가 필요한 경우 외국인등록을 하고 체류자격 변경/체류기간 연장허가를 받게 됩니다.
이렇게 의료관광 건들을 다루다 보면, 의료관광에도 빛과 그림자가 있더군요.

자국의 의료사정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시던 분들이, 우리나라에 오셔서 수술을 받으시는 것을 자주 봅니다. 간경화/ 각종 말기 암 등등... 의학에 문외한인 제가 봐도 살기엔 글렀다 싶은 분들이지만,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우리나라에 오시죠. 남이 봤을 때야 '어차피 글렀는데 뭐하러 저러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 분 입장은 완전히 다를 겁니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보니까요. 이 분들의 입소문으로, 다음에는 더 많은 분들이 제 때 치료를 받고 새 삶을 사시길 바라봅니다.
물론 치료 과정에서 수천만원을 쓰고 가시죠.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먹고자고 구경다니면서 사기도 하면서. 의료관광의 '빛'입니다.

그런데 그림자도 있습니다.
바로 불법체류와 불법취업입니다.

의료관광을 하겠다며 들어온 사람들이, 치료는 안받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죠.
조금 더 머리를 쓴 사람은, 제 때 나가긴 하되 불법취업을 하다가 갑니다.

의료관광 건을 다루다가 그 나라로 직접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찬찬히 물어보면, 의료얘긴 별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와서 기술을 배우겠다나요. 의료관광은 입국하기 위한 구실일 뿐이란 소리죠[참고로 기술을 배우는 것은 다른 비자를 통해 가능합니다].
전재산이 천여만원도 안되고, 특별한 질병도 없는 젊은 사람이 몇번이고 되풀이해서 우리나라에 건강진단을 받으러 오겠답니다. 들어와서 불법취업을 하고 간다는 뜻이죠.

이들을 걸러내기 위해 심사를 하려면, 아무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별한 준비나 지식도 없이, 그냥 돈이 되는 줄 알고 의료관광유치업에 뛰어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일이 어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공무원들이 블루오션에 뛰어드는 업체의 발목을 잡는 줄만 알고 있죠.
의료기관에서도 '진료받으러 외국에서 오겠다'는데 '훼방'을 놓고 있으니 좋게 볼리 없죠. 불법체류나 불법취업은 자신들과 상관없는 문제겠죠.
심지어는 다른 부처의 공무원들도 그렇게 아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뭐가 문제가 되어서 왜이러는지도 모르고, 출입국이 의료관광활성화에 딴지 건다고만 생각하죠.

어찌어찌해서 의료관광명목으로 입국하면 어떻게 할까요?
대개 먼저 입국한 지인들(E-9으로 있는 분들이나 불체자들)에게 가는 것을 짐작됩니다.
그 연줄로 불법취업 및 불법체류를 하죠.

의료관광, 과연 좋기만한 일일까요?

2013년 3월 30일 토요일

지문

등록외국인에 대한 지문등록제가 작년부터 다시 실시되었습니다. 사실 재작년부터 기계가 들어와서 열심히 찍고 있었습니다만, 사무소 민원혼잡문제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2012년 1월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되었죠.
2003년말에 등록외국인 지문날인제도가 폐지되면서 문제가 많이 있었는데,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입니다.

등록외국인 지문등록제가 다시 시행되면서, 담당자 입장에서는 민원인들의 반발이 걱정되었습니다. 지문날인제도가 자리잡은 지금도, 솔직히 부담이 없진 않구요.
그래서 지문입력이 한번에 되지 않아 여러번 찍어야 할 때[지문이 잘 안나오는 살갗이 있더군요. 나라에 따라서도 좀 다른 게 있고, 사람에 따라서도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면, 민원인이 짜증낼까봐 은근슬쩍 눙치기도 합니다.
'고생을 많이하셔서 지문이 잘 안 찍히네요'하고 말이죠.

제가 그런 말을 할 때, 남자들과 여자들-정확히 말하면 주부들-의 반응은 완전히 다릅니다
남자들은 그저 씁쓸하게 웃을 뿐입니다.
여자들, 정확히 말하자면 남편과 함께온 여성분들은 순간 기세등등해집니다. 함께 온 남편은 바로 죄인이 되어 풀이 죽어버리구요.

산업재해로 다친 손가락의 지문이 잘 안찍히는 것을 빼면, 사실 고생을 많이해서 지문이 안나오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저도 한두분 밖에 못 봤죠. 하지만 지문이 잘 안나오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아주 다르게 받아들여지나 봅니다.

제가 무심코 던진 너스레 한마디에, 평생 부부싸움할 때마다 시달릴 남편분들....
이자리를 빌어 사죄라도 해야할 것 같습니다. ^^;;

2013년 3월 19일 화요일

장군님 단타치신다

이젠 모두 무신경해졌습니다만, 북한에서 이런 저런 짓들을 하며 전쟁위협을 하고 있습니다. 나름 노리는 것이 있어서겠지요. 그러나 그 게 먹히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이제는 약발이 떨어져 가는 듯 합니다. 그걸 뻔히 알텐데도 계속 저러는 것을 보면, 달리 뾰족한 수가 없으니 저러지 싶습니다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자식, 단타치나?

김정일도 그렇고 김정은도 그렇고, 세계경제는 물론이고 우리 경제에 결정적인 영향력은 없습니다. 전쟁을 하면 우리 경제가 잿더미로 되어버리겠지만, 제 목숨도 끝장날테니까요. 하지만 우리 주식시장의 단기적인 낙폭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홍콩이나 마카오에 끄나풀을 두고 우리 주식시장에 손을 대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예컨대 농협해킹 건을 생각해보죠[정부발표대로 북한이 한 짓이라는 전제하에]. 많은 분들이 불편을 겪었습니다만, 북한이 만족할만한 사회혼란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럴 건도 아니었죠. 하지만 그 일로 보안관련 주는 상한가를 쳤다는군요.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는 많은 '웃음'만 안겨주었습니다만,
'장군님 단타치신다'는 그럴 듯 하지 않습니까? ^^;;
물론 웃자고 해 본 소립니다.



2013년 1월 5일 토요일

투표

얼마전 대선이 있었습니다. 선거때마다 세대별 투표율이나 투표성향으로 말이 좀 있었죠. 생각나는 일이 있습니다.

저희 사무소에 1930년대 태어나신 할머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젊어서 간호사로 서독에 일하러 가셨던 분인데, 은퇴 후 고국으로 돌아오신 분이시더군요. 오셔서는 '국적회복'에 대해 물어보셨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다른 국가의 국적/시민권을 얻으면, 우리 국적은 원칙적으로 없어집니다. 이 분께서는 독일시민권을 취득하였으니 우리 국적을 잃으신 것이죠. 이런 분들이 다시 우리나라 사람이 되려고 할 경우, 일반적인 '귀화'가 아니라 '국적회복'에 해당하게 됩니다. 이 분께서는 바로 이 '국적회복'을 하고 싶어하셨습니다.
나이들어 고국으로 돌아왔으니 다시 한국인으로 살겠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만, 이런 경우 조금 복잡한 문제가 있습니다.

국적회복을 하면, 이전의 다른 나라 국적은 포기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그 나라에서 연금 기타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게 되더군요. 나라에 따라/상황에 따라 다를테니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그런 일이 꽤 많은 듯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부에서도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복수국적[이중국적]의 예외적 인정입니다. 65세이상의 고령자가 영주귀국을 할 경우 예외적으로 복수국적을 인정해서,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특별한 것은 아니고, 한국에서는 한국인으로만 살겠다. 불리할 때 외국인행세 하지 않겠다고 서약하는 것입니다]'이란 것을 하면 그 나라 국적을 버리지 않아도 되죠.

다만 이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가 복수국적을 인정해준다는 것 뿐이지, 그 나라에서 우리의 국적회복을 어찌 다루는 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그 나라의 주권이 걸린 문제로 우리 정부가 전혀 손을 댈 수도 없죠.
그 나라에서 복수국적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한국국적을 다시 얻었으니 자국 국적을 없애버리게 됩니다.
그 나라에서 복수국적을 인정한다고 하여도, 미국법상 denaturalization 과 같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저도 아는 게 없습니다만, 미국의 경우 시민권을 취득(naturalization)한 뒤에도 일정한 경우에는 시민권을 박탈(denaturalization)해버립니다. 여러가지 사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원국적의 회복도 사유가 되는 듯 하더군요]--바로잡습니다. 원국적의 회복이 denaturalization의 사유가 되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책을 다시 보니 그 내용을 찾을 수 없네요. 아마 제 기억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잘못된 글을 썼네요.  죄송합니다.--

그 나라 국적은 유지할 수 있다고 하여도, 연금 등 사회보장 수급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국적의 회복이 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저희로서는 알 수 없지요. 다만 어느 나라든지 돈 나가는 것은 싫어한다는 것, 영주귀국/국적회복은 그 나라에서 돈을 주지 않을 좋은 구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담당자분께서 그 할머님께 모든 사정을 말씀드렸습니다. 지금 이대로도 우리나라에서 사시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으시다는 것, 국적회복은 복잡하고 기간도 여러 달 걸린다는 것. 국적회복을 하셨을 때 독일 쪽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우리 정부는 거기에 어떤 도움도 드릴 수 없다는 것.
그러나 그 할머님의 뜻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독일시민권 없어져도 좋고, 독일쪽 연금 날려도 좋답니다. 까닭은? 아주 간단하고도 확고했습니다. '다시 투표해야겠다'

순간, 서독으로 간 광부들과 간호사들이 서독에 온 박정희 대통령 내외를 붙잡고 울던 이야기가 생각나더군요. 이 분께서는 어디에 투표하실까요. 그리고 이분께 투표권은 어떤 의미일까요.

제 아버지께서는 아마 반대이실 겁니다.
일흔이 넘으신 분이십니다만, 어릴 때 단지 '빨갱이 아들'이란 이유로 길가다가 얻어맞던 일을 잊지 못하십니다.
다른 형제자매의 희생 덕에 7남매 중 유일하게 정규교육을 받으실 수 있었습니다만, 취업을 하려니 갈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요즘은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루어졌습니다만, 옛날에는 웬만한 회사 구인광고에 '해외여행에 결격사유가 없는 자'란 요건이 빠지지 않았거든요. '빨갱이 아들'이 그런 게 될 리 없지 않습니까. 가난 때문에, 자신의 졸업을 위해 다른 6남매가 국민학교 2학년만 마치고 작파한 것을 두눈으로 똑똑히 지켜본 아버지께, 이것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결국 아버지께서는 교사가 되셨습니다. 요즘이야 공무원/교사의 인기가 높습니다만, 그 때는 '할 것 없으면 면서기하고, 면서기도 못하면 선생한다'는 시절이었더랍니다. 그런데 교사가 된 뒤에도, 그 문제는 끝까지 발목을 잡았습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예전에는 평교사 바로 위에 '주임교사'란 자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절에는 주임교사가 되려해도 비밀취급인가가 필요했다네요. 물론 '빨갱이 아들'에게 그런게 나올 리 없었고, 승진은 아예 남의 일이었죠.
아버지께서는 단 한번도 여당에 표를 줘 보신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께 투표권은 어떤 의미일까요.

노인들의 투표성향에 대해, 젊은 사람들의 말이 많습니다.
저 또한 30대 중후반으로 세상 많이 겪어보진 못했고 별다른 고생없이 자랐습니다만, 저보다도 더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내 뜻과는 다르게 투표한다고 해서, 악담을 퍼부을 일은 아닙니다. 그 분들의 투표에는 나름의 가슴아픈 사연이 새겨져있다는 것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