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5일 토요일

사람이 싫어집니다

일을 하다보면, 이런저런 사람들을 마주치게 됩니다.

1. 위명여권으로 들어온 사람의 내연녀가 찾아와서 하소연을 늘어 놓다가, 몸부림을 치면서 대성통곡하더군요. '참 불쌍하구나' 하고 있는데, 주변 선배들을 보니 차가운/짜증이 가득한 얼굴들이었습니다. 너무한거 아닌가 싶었죠. 그런데 다음 순간, 그 사람이 눈물 한방울 묻지 않은 얼굴에 또랑또랑한 목소리[울면 눈물/콧물 나오고 목이 메어 말을 못하죠]로 '자기 주장을 펼치기' 시작하더군요.
이런 사람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공항에서 입국거부되자, 직원의 다릴 붙잡고 몸부림을 치더군요. 물기하나 없는 보송보송한 얼굴로 대성통곡하면서[물론 입국거부될만한 사람입니다. 여기에 쓸 수는 없지만].
또 다른 사람은 들어올 수 없는 곳에 막무가내로 들어오더니, 막는 분이 자신을 밀었다고 소리지르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여자가 내몸에 손만 대보라며 소릴 지르는데, 남자직원들이 참....
우연인지 모두 조선족 아줌마였습니다.

저들에게 우리나라는 어떤 나라일까요? 내가 무슨 짓을 해도 큰소리 칠 수 있는 나라, 무슨 잘못을 해도 억지를 쓰고 드러누우면 공무원이 쩔쩔매는 나라는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요? 뭐 저희라고 성질이 없겠습니까만, 나중에 언론/인권단체에서 무슨 소리라도 나오면 깨지는 건 저희라서 꾹 참게 됩니다.

공무원은 그래야한다고 믿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그런 분위기가 확립되어야만 시민들이 존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셔서. 하지만 단속권한을 가진 공무원에게도 저러는 사람들이 평범한 시민을 어떻게 대할까요. 그 때 관계 공무원이 나타나서 시원하게 해결해 줄 수 없다면, 무엇 때문일까요. 물론 그렇게 믿는 분들은 공무원이 잘못한 것이라 말씀하시겠죠.

2. 어떤 외국여성이 농촌으로 시집을 왔습니다.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이혼하게 되었고, 이제는 돌아가야 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사정이 딱했는데, 어떤 사람이 도와주겠다고 나섰습니다. 일자리를 주고 머물 곳도 주겠다고. 그런데 그 여성이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왜 저러나 싶었는데... 그 사람이 자기 집에 있으라고 했더군요. 뻔하죠. -_-;;

3. 여기엔 쓰지 못합니다만, 제가 일하는 곳에도 좋은 분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불체자/ 불체자 고용주/ '불체자를 돕는' 사람/ 그리고 저희들 가운데 어떤 사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꼴들을 보면서, 왜 이렇게 되는가를 생각하다보면 사람이 싫어지게 됩니다.
물론 안그런 사람/일들도 많습니다만, 지금은 저런 일들과 사람들이 머릿속에 들어차 있네요.

오해를 막기 위한 글

제 블로그에 오신 분들께서는 불체자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읽으셨을 겁니다.
그런데 제 마음에 남은/ 제가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일들을 쓰다보니, 읽으시는 분들은 그런 일들만 일어나는 것으로 잘못 아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말씀드려둡니다.

단속된 불체자들이 모두 죽네사네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속되었을 때 죽을 상 쓰면서 절망감에 빠져있는 사람은 열에 하나도 못됩니다. 수갑차고 앉아서 자기들끼리 낄낄거리고 히히덕거리는 사람이 더 많죠[이런 사람들은 열에 두엇쯤 됩니다. 주로 동남아친구들이 그러는데,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같이 수갑차고 앉아 히히덕거리는 걸 보면 참 낙천적이구나 싶어요]. 나머지 사람들은 무덤덤하게 멀뚱멀뚱 앉아 있습니다.
도망가다가 잡혀서 가장 먼저 한다는 소리가 '샤워할 수 있냐'였던 친구도 있었고, 잡힐 때는 대판 싸우더니 보호실 들어가자마자 텔레비전 보면서 요가 따라하는 아줌마도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간단합니다. 불체자는 강제퇴거-한마디로 자기 나라 돌아가는 겁니다- 되는 것이지, 지옥불에 처넣어지는게 아니거든요.

2010년 5월 9일 일요일

스쳐간 짧은 생각 20100509

1 불체자 단속을 나갔습니다. 수갑을 안차려고 몸싸움을 벌이면서 그 사람이 그러더군요.

'우리 나쁜 사람 아니야. [ ]-자신의 나라 이름을 말했는데, 가려둡니다-에도 한국 사람 많아'

정말 씁쓸했습니다. 그 사람에겐 말 못했지만, 돌아오는 차안에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맞아. 당신들 나쁜 사람이 아니란 건 우리도 잘 알아. 그걸 잘 알면서도 당신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어. 당신네 나라도 잘살게 되면, 아마 당신들도 이렇게 하겠지.
당신나라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은 불법체류를 별로 않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도 미국/일본가서 불법체류 많이 해. 내 사촌형도 미국에서 불법체류했던걸.
지금 당신이 받는 대접이 만족스럽진 않겠지만, 한국법에 크게 어긋나지 않고/ 국제적 기준에서 봐도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야. 우리나라 사람들이 당신네 나라에서 법을 어기고 이 정도의 대우를 받는다면, 우리도 할말은 없어.'

하지만 입맛이 쓴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2. 불체자들[때로는 고용주도]의 딱한 사정을 알면서도, 눈앞에서 성질부리고 지랄하면 저도 모르게 욱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특히 노숙자 일보 직전에 있는 사람 하나 앞세워서 책임 떠넘기고 빠져나가는 업주가 성질 부리는 걸 볼 때면 더하죠.

똑같이 딱해도, 온순한 분들이 어떻게든 책임을 줄여보려고 머리쓰면 모르는 척 속아주지만, 성질부리면서 그러면 '오냐 끝까지 캐내주마' 하게 되죠[이 일은 제가 맡은 일은 아닙니다].

그러다가도 일이 끝나고 나면, 참 씁쓸해져요. 그리고 일을 할 수록 이런 느낌마저도 사라져가는 것은 더 뭐하고.


아무튼 마음이 편치 않은 일들입니다.

2010년 5월 5일 수요일

알 수 없는 인생

요즘 위장결혼이 아닌 것이 명백한 사람들의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만약 이 사람들이 처음 결혼하려 할 때, 내가 이들을 맡았다면 어떻게 보았을까?

저희는 모사드도 아니고, 관심법같은 것을 쓰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상식적/일반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게 되면 의심을 하게 되고, 저희가 알고 있는 위장결혼 수법과 브로커가 써먹을만한 법제의 허점을 생각하면서 일을 하게 되죠.
그런데 문제는, 여느 사람들처럼 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는 걸 보면 아주 어설프고, 생각없이 사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아내를 맞아오는 것인지, 어디가서 강아지를 한마리 얻어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결혼[말이 너무 심했나요? 그런데 딱 그 꼴입니다]을 보면,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죠.

그런 결혼들....쉽게 깨져버리기도 하지만, 또 어떤 집은 잘 살기도 합니다. 옛날에는 신랑신부 얼굴도 모르고, 중매자의 말 몇마디 들어보고 결혼을 했어도 아들딸 낳고 잘 사는 집이 많았다죠. 마치 그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결혼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봐서는 정말 결혼하려는 것인지, 얼마 받고 위장결혼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브로커들도 머리가 있으니까,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똑같거든요. 도청/고문이라도 한다면 모를까, 가려내기란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저런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한 사람이라도 억울하지 않게 하려면 위장결혼을 막을 수 없고, 위장결혼을 막으려면 억울한 사람이 안 나올 수 없습니다. 진범 열을 놓쳐도 한 사람이라도 억울하게 처벌받게 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떠올리는 분들도 계실 테지만, 그건 형벌의 적용에 관한 것이죠. 이런 일에는 맞지 않습니다. '너 교수형이야!/감옥에 가!' 와 '너 우리나라 못들어와. 그냥 너희나라에서 살아!'는 아주 다르죠.

위장결혼 그 까짓 거 내버려두면 안되냐고 하실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그건 아닙니다. 30년대 태어난 영감님에게 50년대 태어난 중국아주머니가 시집와서는, '국민의 배우자'로서 쉽게 국적을 취득하죠. 그리고 나서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혼을 하고, 남편/아들/딸들을 불러들입니다. 그러면 그들도 '국민의 배우자/자녀'로 쉽게 국적을 취득하고, 다시 아내/남편[그러니까 처음 시집온 아주머니의 며느리/사위들]을 불러들이게 되죠. '뭐 그냥 함께 잘 살면 되지'하실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닙니다. 종로에서 폭탄 터지고 강남에서 총질하는 꼴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봐야지, 30년 뒤 이 땅에서 벌어지게 만들 수는 없죠.

아무튼 저렇게 어설픈[?] 결혼들을 보고 있으면, 참 답이 안나옵니다. 참된 결혼인지 위장결혼인지 가려내기도 쉽지 않은데, 참된 결혼도 쉽게 깨져버리는 일이 많고, 위장결혼인데도 정들어서 살림 차리고 사는 일도 있습니다. 정말 인생은 알 수 없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여기에 브로커들에게 돈 받고 위장결혼 해 준 사람 또는 억울하게 의심받은 사람이 '악성 민원인'으로 나타나면.... 참 골치 아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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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입니다.

얼마전, 불허된 분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밤에 한숨도 못잤다는군요.
제가 썼던 보고서를 다시 읽어봤습니다. 다시봐도 수상한게 많았습니다.
그러나 찾아온 분의 걱정이 가득한 얼굴을 보면, 내가 정말 제대로 본 걸까 싶어집니다.

선배님 한분이 그러시더군요. 사람사는게 딱딱 맞아떨어지는 게 아니라고.

그래서 좋게만 보면 아무 문제없어 보이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수상한게 정말 많은 경우도 많습니다. 그 분이 그랬죠.
사람사는게 딱딱 맞아떨어지는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저런 일이 맡겨지면 차갑게 이것저것 뜯어볼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보고서엔 이러저러한 면은 의심스럽고 어떠어떠한 면은 정상적인 것 같다고, 솔직하게 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그걸 읽어보는 분은 더 헛갈리겠죠. 찾아가서 눈으로 본 저도 모르겠는데, 보고서 몇장 읽어보는 사람은 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솔직하게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