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3일 토요일

잊혀지지 않는 꿈 둘

살다보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꿈을 꾸는 일이 가끔 있죠. 저도 두엇 있습니다. 아마 군 제대한 다음, 복학하고 공부하던 시절 꾸었을 겁니다.

1.
문득 심하게 썩은 거구의 시체가 제 앞에 나타나서는, 제 손을 덥썩 잡았습니다.
그리고는 '놀라지 마라. 내가 네 증조할아버지다. 너는 절대 공부하지 말아라. 그냥 돈이나 벌어라' 하시더군요.
그리고는 깼습니다.


2.
어떤 귀신이 붉고 푸른 구슬들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냥 귀한 구슬들이 아니라, -마치 여의주처럼- 어떤 힘과 관련된 구슬들이었습니다.
그걸 제가 주웠죠. 구슬들을 돌려주러 귀신의 집에 찾아갔습니다.
들어가니, 어항에 오색찬란한 보석으로 된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더군요.

귀신에게 구슬들을 돌려줬습니다.
그러자 귀신이 보답을 하겠다며 그 물고기들을 가지고 싶은 만큼 가지라더군요.
제가 귀신에게 말했습니다. '그럼 죽지 않느냐?'
물고기들이 귀신 손에서는 잘 살지만, 내가 가져가면 죽을테니 안 가져가겠다는 뜻이었죠.

이 말을 들은 귀신이 희미하게 웃으며-그깟 일로 복을 차느냐는 얼굴로- 저를 빤히 쳐다보더군요. 그리고는 말했습니다. '네가 이루려던 꿈은 못 이루겠지만, 삶이 그럭저럭 견딜만은 할 것이다'



저도 나름 꿈을 품고 공부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뜻을 이루지는 못하고, 서른이 훌쩍 넘어서야 간신히 밥벌이를 하게 되었죠.
그냥 처음부터 돈을 벌었다면, 아마 지금보다는 낫게 살고 있겠죠.
언젠가 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썼지만, 동네머슴으로 아들을 대학에 보냈다가 집안이 박살난 증조할아버지 입장에서는 충분히 하실만한 말씀입니다.

아무튼 그냥저냥 밥은 굶지 않게 된 듯 한 걸 보니 귀신의 말도 틀리진 않은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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