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17일 토요일

베트남 신부 사망 건에 대한 기사를 보고

얼마전 우리나라에 시집온 베트남 신부가 남편 손에 죽은 일이 있었습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0/07/16/0200000000AKR20100716178900051.HTML?did=1179m

입에 발린 말 같지만, 참 가슴 아픈 일입니다. 제가 하는 일이 저런 분들과 부대끼는 일이다 보니 더 하네요. 통곡하는 부모를 보니, 참.... 딸이 즐겁게 배낭여행을 왔다가 죽었어도 가슴아플텐데, 돈 때문에 팔려오다시피 시집왔다가 저리되었으니 그 속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 일로 국제결혼에 대해서 언론보도가 쏟아져 나오는데, 저도 생각나는대로 몇마디 보태볼까 합니다. 제가 별로 아는 것도 없거니와 그나마 생각을 제대로 가다듬지 못해서, 헛소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먼저 짚어둘 것이 있습니다. 모든 국제결혼이 다 문제가 되는게 아니라, 맞선형식의 국제결혼만 문제된다는 것입니다[남녀가 사귀다가 결혼하는 것은, 비록 남녀의 국적이 다르다해도 일반적인 혼인과 다를 바 없겠죠].

또 한가지 결정적인 것은, 혼인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혼인허가'가 아니라 '혼인신고'라는 것이죠. 국가는 혼사에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없습니다. 당사자들이 '우리 혼인했다'하고 신고를 하면, 국가는 근친혼과 같은 경우가 아닌 한 그냥 받아들일 뿐입니다. 이 것은 대안을 검토할 때, 항상 깊이 새겨둬야하는 문제입니다.

1 언론 보도에 다루어진 내용들에 대해 써보려 합니다.
가. '묻지마 국제결혼'에 대한 비판이 있더군요. 지당한 말씀입니다. 실제로 이루어지는 국제결혼을 보면 상대방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습니다. 옛날에 중매쟁이 말만 듣고 신랑신부가 얼굴도 모르고 결혼했다죠. 그거 보다 조금 나은 수준입니다. 그래서 기사에서는 배우자에 대한 정보제공의 필요성을 강조하더군요. 그런데... 몇가지 생각해볼 것이 있습니다.

(1)정보제공이란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을 겝니다. 사귈만큼 사귀어 보고 오고가는 혼담이 아닌한 누구나 자신이나 자신의 집안 약점은 감추려고 할텐데, 그걸 파헤치는게 쉽지가 않을 겁니다. 이걸 파헤쳐 주는게 국제결혼중개 업체가 해야할 일이겠지요. 그런데 국제결혼중개업체에 그런걸 기대하는건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생각되네요.

국제결혼을 하려는 분들은 잘 사는 분들이 아닙니다[안그런 분도 보긴 했습니다. 자기 건물도 가지고 있고 나이도 30대 중반밖에 안된 분이 국제결혼을 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그런데 그리 흔하지 않은 일입니다]. 당연히 이 분들이 낼 수 있는 돈은 한계가 있죠[물론 소개비용으로 천만원을 내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크게 보면 브로커 짓을 하지 않는 한 큰돈 만지긴 힘들어 보입니다]. 씁쓸하게도, 돈이 안되는 곳에 인재가 모이지 않습니다. 그러면 뻔해지는 거죠. '너 지금 누구 무시하냐'고 하시겠지만, 많은 국제결혼중개업체가 영세하고, 위장결혼브로커 짓으로 돈이나 만지는 경우도 없지 않은 듯 합니다.

이건 합/불법, 등록/미등록 업체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질 문제는 아닐 듯 싶군요. 기사에서는 불법미등록업체 양성화 주장도 나오던데, 그게 도움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

(2)무엇보다도, 당사자들은 국제결혼을 어떻게 해서든 밀어붙이는 일이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배필을 찾을 수 없는 사람/ 좀 더 잘사는 우리나라로 오려는 사람들이 국제결혼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 쯤으로 여기는 일이 많죠. 그러면 모든 규제를 뚫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범죄경력/혼인경력/건강상태를 공개하도록 했다지만, 그런 의무의 주체가 될 국제결혼중개업체가 슬쩍 빠지면 그거 잡아내기 쉽지 않을 겁니다[쓸만한 수법으로 짐작이 가는 게 있긴 한데, 쓰긴 좀 그렇군요].{덧붙입니다. 역시나 쓰고 있더군요. 그들이 잘 알고 써먹으니 굳이 감출 필요가 없어 씁니다. 대개 여행사 짓인데, 결혼중개를 하면서 결혼이민자를 사이에 끼워넣고 슬쩍 빠지는 것이죠. 그러니까 여행사가 국제결혼을 중개하면서, 여행사는 쏙 빠지고 한국에 시집온 아무개가 우리나라의 아는 사람과 자기 나라의 아는 사람을 소개시켜서 만나는 식으로 하는 겁니다} 더구나 다른나라에서는 문서위조/허위문서 발급이 아주 쉬울 수 있습니다. 허위 번역도 그렇구요. 현실적으로 그거 가려낼 수 있을까요? 물론 문제가 되면 사후에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나가야 하겠습니다만, 현실적으로 책임 추궁이 쉬울지 모르겠네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국제결혼을 하려는 사람은 어렵지 않게 뜻을 이룰 겁니다.

나. '도대체 이런일이 터졌는데도 양비론이냐'고 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런 결혼을 하는 여성들도 문제가 없지 않습니다.

(1) 천리타향에 남편 하나 믿고 시집왔더니 남편이 패더라. 도저히 못살겠어서 헤어졌다- 우리나라라면 치를 떨면서 돌아가는게 정상 아닐까요? 그런데 대부분 돌아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십대 아가씨가 얼굴밖에 모르는 마흔/쉰넘은 아저씨에게 왜 시집을 오겠습니까. 노리는 게 있으니까 오는 겁니다.

이게 기사에 나온 이혼건수 급증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인 배우자의 잘못으로 결혼이 깨지면, 외국인 배우자는 우리나라 영주권/국적을 딸 수 있죠. 그래서 서로 짜고 이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외국인 배우자가 이혼소송을 걸면, 우리나라 사람은 재판이 걸린 걸 알면서도-송달 받고서도- 법정에 보이지도 않거나, 나와서는 상대방 주장을 모두 인정하는 것이죠.

그게 잘 안되면, '남편 갈아타기[아내갈아타기]'도 합니다. 그냥 도망가버린 다음 새 배우자를 찾아내는 겁니다. 브로커를 통하면, 그리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신원보증 서주는 사람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해서 영주권이나 국적을 따면, 다른 사람을 초청할 수 있겠죠. 그건 돈이 되는 일이구요.

(2)'이혼을 하면 불체자로 전락'하는 것이 문제라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마냥 동정적으로 볼 일이 아닙니다. 이혼을 하면 바로 불체자가 되는 게 아닙니다. 이혼을 하고도 안나가고 버티다가 체류기간이 끝나야 불체자가 되는 겁니다[체류기간이 끝나기 직전에 헤어졌다면? 한달쯤 국내생활을 정리할 시간을 줍니다].

위에도 말씀 드렸다시피, 말도 안통하는 나라에 남편하나 믿고 왔는데 그 남편이 두들겨 패서 갈라섰다면 왜 돌아가지 않을까요. 이건 애초에 혼인이 목적이 아니었다는 말 밖에 안되는 겁니다.

2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결혼은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하죠. '가난하게 살면 뻔한 사람들 아니냐. 그러면 아무래도 마누라를 잘 패지 않겠느냐. 그래서 일어나는 일들 아니냐'는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네요.

3. 마지막으로, 정말 이런 말 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이런 일은 더 있는데 우리가 모르는 것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왜 그런지는 말씀드리기가 그렇네요. 읽고 해보는 놈이 있을까봐.


***글 다 쓴 뒤에 덧붙입니다.
제가 결혼이민자 가운데 딴 생각을 품고 온 사람들을 좋지 않게 본다 하더라도, 그들을 미워할 수는 없습니다. 저들과 우리의 차이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할 다른 방법이 있는가 뿐일지도 모릅니다. 팔려오다시피 하는 결혼, 좋아서 하는 사람 누가 있겠습니까.
남편에게 두들겨 맞고 갈라서서는[위장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당한 분입니다], 공장에서 한달에 80 벌면서 아들 기르고 사는 분을 본 적 있습니다. 그 분이 하고자 하는 일을 제가 좋지 않게 본다하더라도, 그런 분 미워할 수 있겠습니까.

솔직히 제 고모들 가운데도 국제결혼 하신 분들 계십니다. 물론 이런 결혼은 아니었습니다만, 어찌보면 크게 다르지 않은 혼사였죠. 막말로 고모부들이 가지고 놀다 차버렸어도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는 상황이습니다만, 하늘이 도우셨는지 고모부들이 착한 분들이라서 지금까지 잘 살고 계십니다. 이 일을 하면서, 그동안 전혀 감도 못잡던 고모들의 사연이 저들에게 비춰지는 것 같더군요.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들이 내 고모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임을, 저들의 고향에는 내 할머니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일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냥 내버려두면, 불과 수십년안에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뻔하거든요.

이런저런 것들 다 생각하다보면.... 늘 씁쓸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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