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6일 토요일

비정

저희 일과 관련된 언론기사가 났더군요.
http://news.donga.com/3/all/20140814/65758935/1

이 일을 하기 전이었다면, 무척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저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을 것 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다릅니다.
무척 비정하죠? 피도 눈물도 없다고 욕 먹을만 합니다. 하지만 저도 지금까지 보고 듣고 겪어본 것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왜 이러는지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먼저 저 언론기사 말고는, 저 사람들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찾아본 것이 없다는 것을 밝혀둡니다.

1. 아버지가 1999년 입국후 반년만에 산재를 당했지만, 돈이 없어서 2004년에서야 수술을 받았다고 하는군요.
이 것을 보면, 아버지가 불체상태였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합법체류자였다면, 보험혜택을 받아 치료를 받았겠죠. 물론 불체하다가 산재를 당했다하여도, 치료가 늦었다는 것은 분명히 불행한 일입니다.

참고로 99년 당시에는 어떠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현재는 산재를 당한 불체자는 범칙금을 면제받고 체류자격을 부여받습니다[최근에 이루어진 변화는 아닙니다]. 그리고 보험혜택을 받아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이 때문에 산재를 당한 불체자 또는 고용주가 제발로 오는 일이 종종 있죠].

2. 2000년 어머니가 자식들을 데리고 입국하였다고 하죠.
 불체다발국가의 경우, 사증발급이나 입국심사가 쉽지 않습니다. 제 짐작처럼 아버지가 불체자였다면 더욱 힘들어지겠죠.
어찌되었든, 산재피해자에 대한 인도적 배려차원에서 가족들에게 사증이 발급되었을 것입니다. 입국심사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겠죠. 이 때 어머니는 '부상당한 남편의 병간호를 위해 입국하는 것뿐이며 다른 목적은 없고, 병간호가 끝나는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어떠한 행동을 했는지는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3. 2003년 즈음, 아버지는 불체자에 대한 구제정책의 혜택을 받았던 듯 합니다. 합법적인 체류자격으로의 전환과정에서, 아버지는 자발적인 귀국을 다짐했겠죠.
그러나 그 약속은 지키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비전문취업 체류자격은 기업체 취업을 전제로 합니다. 취업이 된 것을 보면 아버지는 장애가 없거나 경증의 장애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4. 기사에 나오는 '2006년에 다시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로 체류 기간이 2008년 9월까지 연장됐다'는 내용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간병 및 가족상봉'이라는 인도적 사유를 주장하며 데려왔을[그게 아니었다면 입국할 수 없었을] 아이들이, 부모 체류기간 연장의 방패로 쓰였다는 것은 확실하죠?
--찾아보니, 2006년에 불체아동 및 부모에 대한 한시적 구제 조치가 있었습니다. 당시 체류기간을 2008년 2월말까지 충분히 부여하였고, 부모는 자녀에게 귀국적응교육을 하고 기간안에 아동과 출국할 것을 서면으로 약속했습니다. 물론 이 역시 지키지 않았죠.


5. '아동의 교육권 보호 차원에서 자녀들이 학교 교육을 받고 있는 동안 강제 출국 조치를 할 가능성은 적지만' 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악용가능성이 크니 자세한 내용을 다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불체자의 자녀가 학교에 다닐 경우, 학습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강제퇴거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했더니 결과는 어떻습니까?
'덕분에 학교를 마쳤다. 이제 돌아가겠다'가 아니었습니다.
'난 한국말 밖에 할 줄 모른다. 돌아가면 할 줄 아는 일도 없다. 그냥 여기 살게 해달라'입니다.
물론 부모도 함께.


일반인들은 '사정 딱한데 그냥 봐주지. 피도 눈물도 없구나'라고 하시겠지만, 지금까지 사정이 어떠했는지 짐작가는 저희 입장에서 보면 좀 다릅니다.
인도적 사정때문에 하나를 봐주면,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악용하는 사례도 좀 많은 게 아니죠.

언젠가 불체자가 돌연사한 일이 있었습니다. 장례문제로 가족을 입국시켜줬죠. 들어와서는 죄도 없는 관련자를 형사고소했습니다. 가족이 죽었으니 그럴 수도 있죠. 거칠 절차 다 거쳐서 무혐의 처리되자, 재정신청을 하더군요. 여기까지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 행정소송/국가배상청구 등등 닥치는대로 소송을 걸어댔습니다. 말도 안되는 건이라 모두 졌습니다만,  끝까지 계속하더군요. 왜 그랬을까요? 불법취업때문이었습니다. 소송을 핑계로 수년씩 한국에 머물면서 돈을 벌기 위해서였죠.

여기에, '호의가 되풀이 되면 권리인 줄 아는' 경향까지 보태집니다.

이런 건들을 보다보니, 저희들도 비정해지더군요. 솔직히 저도 이런 제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딱한 사정이 있어서 편의를 봐주면, 그걸 악용하지 않고 제 나라로 제 때 돌아가는 사람만 있었다면, 저희도 비정해지지 않았겠죠.

불체자가 임신하면 임신중이라 강제퇴거가 안된다고 합니다.
아이를 낳고 나면 돌아가는 게 아니라, 아이가 어려서 강제퇴거가 안된다고 하죠.
아이가 조금 크면 돌아가는 게 아니라 학교에 보냅니다. 이제 아이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강제퇴거가 안된다고 하죠.
여기까지 저들의 뜻대로 이루어졌습니다[이 기사에 나온 사람들이 그랬다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이야기입니다].
학교를 마치게 해줬더니 이제, '아이가 그 나라말도 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돌아가면 할 일도 없으니 강제퇴거가 안된다'를 주장하는 군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 얼마전 문제되었던 '이주아동 권리보장 기본법'이었습니다. 이 법안에 대해서는 할말도 없습니다.

비정한 저희가 잘못일까요, 인도적 사유를 악용하는 저들이 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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