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0일 일요일

실패한 구조

저희 사무소는 항만에 있습니다. 부둣가 가건물에 세들어 있지요.
얼마전 비가 내리던 날, 동료와 점심을 먹으러 가고 있었습니다.
길로도 갈 수 있고, 부둣가로 갈 수도 있는 갈림길에서, 별 생각없이 부둣가로 갔습니다. 냄새도 나고 더럽기도 하지만, 웬지 길보다는 부둣가가 좋거든요. 동료도 별 생각없이 따라왔습니다.

부둣가에 접어들자 마자, 바다에 사람이 하나 엎어진채 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를 흘낏 보더니 한 손을 조금 움직이더군요.
어처구니없게도, 처음에 든 생각은 '저 사람 수영하나?'였습니다. 해수욕장도 아니었고, 옷을 다 입고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두어걸음 옮기자 상황파악이 되더군요[2~3초 쯤 걸렸을 겁니다] .

일단 급하게 해경 122에 신고했습니다[부둣가에 있어서, 해경쪽 광고 전광판을 자주 봤기에 전화번호는 알고 있었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들고있던 우산을 팽개치고, 그 사람 옆에 정박해 있는 작은 어선으로 뛰어올라갔습니다. 그 상황에서도 물에 뛰어들면 함께 빠져죽으니, 밧줄이나 장대로 구해야 한다는 것은 생각나더군요.
올라가보니 어선에서 쓰는 굵은 호스가 있었습니다. '아저씨 아저씨'하고 소리지르면서 호스를 그 사람쪽으로 던졌습니다. 호스도 닿지 않았고, 그 사람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호스를 있던 곳에 던져놓고 다른 것을 찾아 두리번 거리는데, 119에 신고를 마친 동료가 장대를 쓰라고 하더군요. 어선이라서 그랬는지, 선실 위에 대나무 장대와 갈고리가 달린 대나무 장대가 있었습니다만 닿지가 않더군요.

수십미터 옆에 낚시꾼들이 있었습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낚싯대를 가져오라고 하니[낚싯대로 끌어당겨 보려는 생각이었습니다], 몇 분이 달려오셨습니다. 아저씨 두 분이 상황을 보더니, 안되겠다면서 옷을 벗고 바다로 뛰어드셨습니다. 마침 뱃머리에 굵은 밧줄이 있어서 던져드렸습니다[이제와 생각해보면, 호스나 장대보다 훨씬 눈에 띄기 좋게 있었는데 처음엔 왜 못봤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 둘이 뛰어들어갔고 굵은 밧줄까지 충분히 있었습니다만, 건져지지가 않았습니다.
엎어져 있던 그 분을 돌려놓은 것까지는 되었는데, 그 이상이 되질 않았습니다. 밧줄로 어떻게든 묶어보려했지만 잘 되지가 않았습니다. 사람이 물에 떠 있으려면 두손/두발을 모두 써야 하죠. 그 상태에서 의식을 잃은 사람을 밧줄로 묶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신고한지 5~6분 만에 해경 구조보트가 나타났습니다. 신고한 곳에서도 전화가 와서는, 구조대가 정확하게 가고 있냐고 물어보시더군요. 방향을 한번 정정해드리자, 바로 저희쪽으로 오셨습니다. 구명대로 건지려다 두번 실패하고, 그냥 보트를 붙여서 끌어올렸습니다.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서 급하게 돌아가시더군요.

물에 뛰어들으셨던 분께 수고하셨다고 말씀드리면서, 출동해서 상황파악하고 있는 다른 해경에게 연락처라도 남기고 가시라 했지만[그 때는 구조된 줄 알고, 나중에 그분께 좋은 일이라도 될까 싶어 그랬습니다], 그냥 웃으면서 가시더군요[그 분은 '뭘 이런 걸로.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다'라는 뜻이셨던 것 같았습니다].

사다리차[부둣가에서 사람 건져낼 때 쓰려했던 것 같습니다]까지 동원한 119도 도착했습니다만, 해경에서 먼저 구조해 갔다고 하자 돌아가셨습니다. 오해를 막기위해 덧붙이자면, 소방서는 해경보다 멀리 있어서 몇분 더 늦게 오신 것입니다.

제가 처음 발견했을 때로부터 신고하기까지 2분이 안걸렸고, 신고받고 구조팀이 도착하기까지 10여분 이상은 걸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처음 봤을 때 희미하게나마 의식이 있었던 것 같았으니, 그 분께서 목숨은 건지셨을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동료와 함께, '물에는 뛰어들지 못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사람 하나 구했구나'하고 뿌듯해 하면서 점심먹고 사무소로 돌아와서 일하고 있는데.. 해경에서 연락이 오더군요. 그 분께서 돌아가셨다고.
당시 정황을 조사하기 위해 해경분께서 저희 사무실로 오셔서는, 간단하게 진술서를 받아가셨죠[참고로 저는 그 분의 인적사항이나, 물에 빠진 경위 등은 알지 못합니다].

그 뒤에야, 물에 떠 있을 때 이미 그 분의 입에 흰거품이 가득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그 분야의 문외한입니다만, 해경이나 119에서 잘못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골든타임 내에 구조가 이뤄지면 '살 수도 있다'는 것이지, '모두가 산다'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성인남자 넷이 밧줄까지 있었지만 제대로 구해내지 못했습니다. 구조란 게 절대 쉬운게 아니더군요. 아무튼 착잡했습니다. 그 분을 살리기 위해 애쓰셨던 모든 분들 수고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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