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9일 토요일

솔축(率蓄)

옛날에는 솔축(率蓄)이라는 게 있었다지요. 저도 잘 모릅니다만, 여자 종을 아내로 데리고 사는 것이었답니다. 봉건제를 벗어난 뒤에도, 식모가 많던 시절에는 주인아저씨와 식모 사이에서 비슷한 일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자랑스레 내세울만한 일은 못되니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을테고, 저도 확실하게 아는 것은 없습니다.

어떤 분의 위장결혼 여부를 조사하게 되었습니다. 자료를 읽어보며 뭔가 있겠구나 싶었는데, 막상 찾아가 만나 보니 위장결혼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싶었는데, 그 분들 이야기를 듣다보니 솔축이란 말이 떠오르더군요. 요즘은 간병인과의 사이에서 그런 일이 생겨나나 봅니다[물론 전문적인 간병인을 말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간병인이란 이름으로 노인이나 병자 수발들고 집안일까지 도와주는 뭐 그런 형태 말입니다].

생각해보니, 다른 업무를 할 때도 이런 일을 본 적이 있더군요. 아흔이 넘은 노인과 예순이 넘은 '간병인'이었는데, '간병인할머니'의 체류기간이 다 되어서 우리나라를 잠시 떠나야 했습니다[단순노무만 가능한 외국인력은 우리나라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런 제도를 강력하게 비판하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글쎄요.... 뒷감당은 어쩌시려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자 노인과 아드님께서 찾아오셔서는 '간병인할머니'를 더 머물게 할 방법이 없겠느냐며 상담을 하셨죠. 이 분께서는 금방 되돌아 오실 수 있는 경우였는데도, 어린아이처럼 되어 버린 노인께서는 잠시라도 떨어지기 힘드셨나봅니다. 다만 정식으로 혼인까지는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돌아가실 날이 얼마남지 않은 노인을 혼인시켜드렸다가는, 아드님 입장에서는 상속문제 등 골치아픈 일들이 벌어질테니까요.

봉건시대에는 여종이었고, 60/70년대에는 식모였다가, 이제는 '간병인'이 되었나보네요. 지금의 간병인[다시한번 강조합니다만, 전문간병인을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과 봉건시대 여종의 사회적 지위[또는 상대남성과의 관계]는 도저히 같게 볼 수 없습니다.
세월이 좋아지고 시대가 발전해 나아가면서, 점점 여성의 지위가 올라온 것이겠죠. 이런게 역사의 진보가 아닐까 싶습니다. 앞서간 사람들 덕에 저는 이런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이겠죠.

한편으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라는 것은 쉽게 말할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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