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19일 토요일

위장결혼들

모든 이야기를 다 쓸 수는 없고, 적당히 얼버무려 씁니다.

1. 제가 맡았던 일은 아닌데, 여든이 넘은 노인이 위장결혼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담당자가 위장결혼이란 걸 밝혀내자, 그 영감님이 배째라는 식으로 따지기 시작했답니다. 시골 구석에서 별다른 수입도 없이 사는데, 이 여자가 돈을 주는게 도움이 된다고.
결국 담당자가 그냥 넘어가 줬다는군요.

2. 어떤 여자가 위장결혼을 했습니다. 조사해보니 남자는 정신지체 장애인, 주소라고 써둔 곳은 시골 폐교의 교실. 신청했던 건은 당연히 불허가 되었죠.

다른 건으로 제가 조사를 나갔습니다. 어마 뜨거라 싶었는지 다시 붙어살고 있더군요. 어떻게 달랬는지 뭘 받았는지 남자도 위장결혼이 아니라고 하고[사리분별 못하는 저능은 아니고, 챙길 건 챙길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있는 그대로 보고서 써서 올렸습니다. 결정권자가 불허를 할 지는 모르겠습니다. 허가가 나가면 여자는 다시 나가서 살테고, 다음에 허가가 필요할 때 쯤 다시 돌아와 살겠죠.

3. 어떤 남자가 국제결혼을 하려고 했습니다.
처녀총각이 만나서 결혼하는데, 여자에게 애가 있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그런데도 남자집안에서 그대로 밀어붙이더군요. 둘이 죽고 못사는 사이도 아니고 얼굴만 한두번 보고 하는 결혼에서 말입니다.

왜 저러나 싶었는데 남자가 정신지체장애인이더군요.
그 집안에서는 아들을 돌보기에 지친 듯한 눈치였습니다. 며느리를 맞아와서 아들을 떠 넘기려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십년중풍에 효자 없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제 할머니께서 치매와 풍으로 고생하시다 가셨는데, 돌아가셨을 때 -정말 죄송한 말씀입니다만-슬픈 게 아니라 홀가분했죠. 그 뒤로, 가끔씩 뭔가가 가슴속에서 울컥 치밀어 오르긴 했습니다만.
아마 자식들만 그런게 아니라 부모도 그런가 봅니다.

아무 여자나 데려와서 그런 아들을 떠 넘기는 부모, 그런 남자란 걸 뻔히 알면서도 시집을 오는 여자.... 아마 곧 여자는 달아날테고, 부모는 분노에 불타올라 다시 저희를 찾아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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