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2일 수요일

오해

해외여행 다녀보신 분들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해외로 나가거나 국내로 들어올 때 출입국심사란 것을 하게 되죠. 그때마다 여권의 사진과 얼굴을 비교해보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일을 할 때면, 많은 분들이 싫어하십니다. 대개는 애써서 다른 곳을 쳐다보시며 외면하시죠. 물론 웃으며 받아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벌컥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구요.사진과 얼굴이 달라보여서 좀 오래-그래봐야 몇초- 보면, 거의 정색을 하고 뭐 잘못되었느냐며 물어보십니다.


그런데 얼마전, 제가 어떤 여성분을 심사 할 때였습니다.

여기에 쓸 수는 없습니다만, 뭔가 미심쩍은 게 있어서 사진과 얼굴을 번갈아가면서 오래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되게 화내겠구나' 싶었죠.
그런데 이 여자분, 싱글벙글하시더군요. 무슨 좋은 일 있어서 화 안내고 그냥 넘어가려고 하나 싶었습니다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더 오래쳐다볼 수록 더 좋아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러나 싶었는데, 여자분이 마침내 입을 여시더군요.

'저 맞아요. 제가 다이어트를 해서 살을 15kg빼서 달라보이는 거에요'

그러니까, 살을 너무 빼서 제가 못알아 보는 줄 알았던 겁니다.

그러나 문제는.... 살이 빠져서 제가 그런 게 아니었다는 것이죠. -_-;;
볼살이 조금 줄긴했지만, 살 때문에 못알아볼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아무튼 결국 심사해드렸습니다. 여권에 심사인을 받고 가시면서, 정말 좋아하시더군요.
정말 여자분 입장에서는 기분좋은 오해였고, 제 입장에서도 민원을 막아준 오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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