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5일 수요일

알 수 없는 인생

요즘 위장결혼이 아닌 것이 명백한 사람들의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만약 이 사람들이 처음 결혼하려 할 때, 내가 이들을 맡았다면 어떻게 보았을까?

저희는 모사드도 아니고, 관심법같은 것을 쓰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상식적/일반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게 되면 의심을 하게 되고, 저희가 알고 있는 위장결혼 수법과 브로커가 써먹을만한 법제의 허점을 생각하면서 일을 하게 되죠.
그런데 문제는, 여느 사람들처럼 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는 걸 보면 아주 어설프고, 생각없이 사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아내를 맞아오는 것인지, 어디가서 강아지를 한마리 얻어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결혼[말이 너무 심했나요? 그런데 딱 그 꼴입니다]을 보면,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죠.

그런 결혼들....쉽게 깨져버리기도 하지만, 또 어떤 집은 잘 살기도 합니다. 옛날에는 신랑신부 얼굴도 모르고, 중매자의 말 몇마디 들어보고 결혼을 했어도 아들딸 낳고 잘 사는 집이 많았다죠. 마치 그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결혼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봐서는 정말 결혼하려는 것인지, 얼마 받고 위장결혼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브로커들도 머리가 있으니까,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똑같거든요. 도청/고문이라도 한다면 모를까, 가려내기란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저런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한 사람이라도 억울하지 않게 하려면 위장결혼을 막을 수 없고, 위장결혼을 막으려면 억울한 사람이 안 나올 수 없습니다. 진범 열을 놓쳐도 한 사람이라도 억울하게 처벌받게 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떠올리는 분들도 계실 테지만, 그건 형벌의 적용에 관한 것이죠. 이런 일에는 맞지 않습니다. '너 교수형이야!/감옥에 가!' 와 '너 우리나라 못들어와. 그냥 너희나라에서 살아!'는 아주 다르죠.

위장결혼 그 까짓 거 내버려두면 안되냐고 하실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그건 아닙니다. 30년대 태어난 영감님에게 50년대 태어난 중국아주머니가 시집와서는, '국민의 배우자'로서 쉽게 국적을 취득하죠. 그리고 나서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혼을 하고, 남편/아들/딸들을 불러들입니다. 그러면 그들도 '국민의 배우자/자녀'로 쉽게 국적을 취득하고, 다시 아내/남편[그러니까 처음 시집온 아주머니의 며느리/사위들]을 불러들이게 되죠. '뭐 그냥 함께 잘 살면 되지'하실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닙니다. 종로에서 폭탄 터지고 강남에서 총질하는 꼴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봐야지, 30년 뒤 이 땅에서 벌어지게 만들 수는 없죠.

아무튼 저렇게 어설픈[?] 결혼들을 보고 있으면, 참 답이 안나옵니다. 참된 결혼인지 위장결혼인지 가려내기도 쉽지 않은데, 참된 결혼도 쉽게 깨져버리는 일이 많고, 위장결혼인데도 정들어서 살림 차리고 사는 일도 있습니다. 정말 인생은 알 수 없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여기에 브로커들에게 돈 받고 위장결혼 해 준 사람 또는 억울하게 의심받은 사람이 '악성 민원인'으로 나타나면.... 참 골치 아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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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입니다.

얼마전, 불허된 분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밤에 한숨도 못잤다는군요.
제가 썼던 보고서를 다시 읽어봤습니다. 다시봐도 수상한게 많았습니다.
그러나 찾아온 분의 걱정이 가득한 얼굴을 보면, 내가 정말 제대로 본 걸까 싶어집니다.

선배님 한분이 그러시더군요. 사람사는게 딱딱 맞아떨어지는 게 아니라고.

그래서 좋게만 보면 아무 문제없어 보이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수상한게 정말 많은 경우도 많습니다. 그 분이 그랬죠.
사람사는게 딱딱 맞아떨어지는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저런 일이 맡겨지면 차갑게 이것저것 뜯어볼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보고서엔 이러저러한 면은 의심스럽고 어떠어떠한 면은 정상적인 것 같다고, 솔직하게 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그걸 읽어보는 분은 더 헛갈리겠죠. 찾아가서 눈으로 본 저도 모르겠는데, 보고서 몇장 읽어보는 사람은 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솔직하게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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