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4일 일요일

어찌 하오리까

저는 여러가지 일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는 일들도 많이 마주치죠. 몇가지 써볼까 합니다.


1. 국제결혼을 했는데 아내가 도망가는 일을 많이 봅니다. 아마 그럴 생각으로 우리나라에 온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내가 여자라도 도망가겠다 싶은 경우도 가끔 봅니다. 65년생 아저씨와 90년생 아가씨의 결혼을 생각해 보십시오. 돈이 많은 것도, 잘생긴 것도, 교양이 있는 것도 아닌데 여자가 붙어있긴 힘들겠죠. 국제결혼 중에도 나이차가 꽤 큰 축에 끼긴 합니다만, 이런 일은 많습니다.

저런 결혼이 깨지면 누구의 잘못일까요? 도망가려 작심하고 온/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왔다가 마음이 변해 도망간 여자? 저런 결혼을 한 남자? 모두의 잘못 입니다. 양비론이 아니라 둘 다 잘못한 거죠.

그런데 그런 잘못을 한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마냥 나무랄 수만도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욕망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어쩌면 저런 일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 욕구를 풀 다른 길이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만 있을 지도 모릅니다. 물론 욕구를 잘 다스리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저는 저런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2. 국제결혼과 관련해, 위장결혼은 아닌지 조사하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 살펴보게 되는 것들 가운데 하나는, 그 사람에게 돈이 얼마나 있는가 입니다. 위장결혼은 돈 때문에 하는 것이니까요. 돈이 있는 사람은 위장결혼을 할 까닭이 없죠.
그런데, --모두가 그런 것은 절대 아닙니다만-- 돈이 없어 국제결혼을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분들 입장에서는 화가 날 겁니다. 돈이 없어 짝을 찾지 못해 국제결혼이라도 해보려는데, 돈이 없다고 트집[?]을 잡으니까요. 돈없으면 장가도 못가냐고 울화통을 터뜨리는 분들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 사정 왜 모르겠습니까. 그런데 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국제결혼으로 온 여자들은 모든 게 힘들겁니다. 그러다보니 결혼이 깨지기 쉽죠. 그렇다면 결혼이 깨지지 않을 여건은 갖춰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지 않는다면 수많은 가정이 깨질 겁니다[아니면 여자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가정이 유지되거나]. 그 뒤엔 서로에게 결혼을 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상처만 남기겠죠.

남자가 여자를 패지는 않는지, 두 사람 성격이 잘 맞는지는 결혼 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정수준의 생활유지가 가능한지는 미리 알 수 있죠. 그리고 그건 결혼생활유지에 정말 중요합니다. 결국 저는 남자에게 돈이 얼마나 있는지 물어 볼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돈이 없어 국제결혼이라도 해보려는 분들과, 오면 도망갈게 뻔히 보이는-도망가는게 이해가 가는- 여자들. 저는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3. 불체자단속을 하다보면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많습니다.
불체자를 쓰는 곳 가운데는 우리나라 사람은 구할 수가 없어서 불체자라도 써야하는 곳이 있습니다. 솔직히 제가 봐도, 저 일 하느니 다른 일 구하는게 낫다 싶은 일들이거든요.
그리고 그런 곳은 사정이 어려운 곳이 많습니다. 단속하고 나오면서 여긴 이제 망했구나 싶을 때도 있죠. 그냥 내버려둬도 버티기에 힘겨워하던 곳이, 일하던 사람들 잡혀가고 불법고용으로 벌금내면 버틸 수 없겠죠.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담배만 피우는 그곳 사람들을 보면,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물론 합법적으로 외국인력을 쓸 수 있는 길이 열려있습니다만, 시골구석에서 두어사람이 근근히 꾸려가는 곳에서 모든 법을 지켜가며 일하기 바라는 것은 무리겠죠.

불체자들도 마찬가집니다. 한달에 120받아서 고향의 가족들에게 70~80씩 부쳐주는 사람을, 법을 어겼다고 나무라지는 못하겠더군요.

언젠가는 막걸리 공장에 단속을 나가 불체자들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잠깐만 기다려 달라더군요. 그러더니, 물을 잠그지 않으면 막걸리를 버린다면서 여기저기 벨브를 잠그더군요. 수갑을 찬 채, 이제 쫓겨나면 평생 볼 일 없을 지 모를 공장을 챙기고 있는 사람을 보면,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단속을 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불체자단속을 하지 않으면 불체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죠. 지금이야 단속때문에 저런 곳에서만 일을 하지만, 단속이 사라지면 거의 모든 곳에서 불체자만 쓰게 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밀려나게 됩니다. 왜? 싸거든요. 중국산이 국산을 몰아낸 것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단순노무인력 다음엔 이공계가 직격탄을 맞을 겁니다[불체자들 가운데는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도 많습니다만, 배울만큼 배운 사람도 많습니다. 옛날에 우리나라에서 똑똑한 사람들이 서독에 광부로, 미국에 막일하러 가던 것 생각해보세요]. 미국에서 이공계인력의 상당수를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다죠. 그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지게 됩니다. 그건 단순히 이공계인력의 실업문제를 넘어서,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되겠죠.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불체자 수가 늘어나면 사회가 위험해집니다.
'불체자들이 사악해서' 생기는 문제가 절대 아닙니다. 인간 본성의 문제입니다. 다른 동물들과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게 해 준 인간의 공격본능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것이죠.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진실입니다.

지난 참여정부에서 불체자들에게 온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은 다들 아실겁니다. 그랬더니 불체자 수가 20만을 넘어서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불체자 단속해서 강제퇴거시켰더니, 사무실에 신나 뿌리겠다는 전화가 하루종일 걸려와서 일을 못한 적도 있습니다.
불체자 단속반이 불체자들에게 감금되었다가, 형사대에 지원요청해서 간신히 풀려난 일까지 벌어졌죠. 단속반원 하나가 아니라, 단속반 전체가 말입니다.
'인간사냥꾼'이니 뭐니 하면서 당해도 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불체자 단속업무를 맡은 사람들도 불체자에게 당하는데 일반 국민들은 무사할까요?.

현정부 들어서서 강력한 단속이 펼쳐졌고, 불체자 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단속을 조금만 느슨하게 하면, 언제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날 지 모릅니다. 그 뒤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뻔하죠.
구로구에서 우리나라 주민들과 중국인들 사이에 유혈충돌이 벌어지고, 안산에서 몽골 갱과 베트남 갱이 전쟁을 벌이는게 불가능한 일일까요?

이런 것들을 모두 생각하면서, 저는 불체자와 불법고용을 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댓글 2개:

  1. 안녕하세요. 지난번 우연한 계기로 피드를 등록시켜서 들러보고 있는 독자입니다. 관계자는 아니지만서도, 저 스스로가 독일에 일로 머물고 있다보니 님께서 처한 어려움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정답이 무엇일까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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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in-Kyu님:제 글을 등록까지 시켜서 읽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독일에 계시다니, 반대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시겠군요. 어려운 일은 없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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