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7일 토요일

이른바 '길거리단속'에 대해서

제가 하는 일 가운데 하나는 불법체류자 단속입니다. 가끔 문제가 생기죠. 얼마전에도 그런 일이 있어서, 인권위 결정이 내려지고 언론보도가 여기저기 나오더군요. 저희를 나쁘게 보는 사람들이 '길거리단속'이라면서 공격하는 사안이었습니다. 제가 잠시 있던 사무소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그 일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어서 뭐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이른바'길거리 단속'이 어떻게 이뤄지는가에 대해서 좀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글을 써볼까 하다가도 자꾸 망설이게 되었습니다. 제가 워낙 신출내기라서 아는 것도 없거니와, 무엇보다도 변명만 늘어놓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더군요. 사람은 자기가 옳다고 믿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하는 일이 옳다고 믿어버리는 일이 많죠.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러다가 저희의 입장을 누군가-그게 저같은 애송이라고 해도- 남겨 두는 것이 아무런 쓸모없는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어떤 사고가 어떠한 맥락에서 터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 조금 더 생각하게 보게 되겠죠. 생각이 달라지지 않는다 해도, 그게 쓸데없는 일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1 먼저 '길거리 단속'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뭔가 문제있는 게 아니냐, 해선 안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슨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길에서 단속하는 '그 자체로서'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보죠. 경찰이 길거리에서 도둑을 보았습니다. 그 경찰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잡아야겠죠. 경찰이 길에서 도둑을 보고 잡는 것이 '그 자체로서' 문제 있는 행동이라 볼 수는 없습니다. 그와 같습니다. 저희는 불법체류자를 강제퇴거[출입국관리법 46조. 행정상 즉시강제입니다]시킬 /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형사처벌하거나 통고처분[출입국관리법 93조의 3, 94조, 102조]할 권한과 책임이 있습니다[다만 실무상 형사처벌/통고처분은 거의 않고, 강제퇴거만 시킵니다]. 길거리라고 해서 불체자를 그대로 놔두는 것은 직무유기/태만에 해당할 겁니다.

2 '길거리 단속'은 왜 하게 될까요? 솔직히 실적은 올려야 하는데 정보는 없을 때 하기도 합니다만, 그게 다는 아닙니다. 저희가 일을 하며/일을 떠나서 사람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씀이 있습니다. 길에 불체자들 몰려 다니는 것 보면 무섭다는 것입니다. 특히 저녁 때 으슥한 곳에 불체자들 모여 있는 것 보면 정말 두렵다는 말씀들을 하시더군요.

물론, 불체자들이 무슨 사회적 병균/인간쓰레기인 줄 아느냐, 통계에 따르면 이들의 범죄율이 일반국민보다 낮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길어지므로 밑에 따로 쓰겠습니다.

저희가 해결해 드릴 수 있는 문제는 저희가 해결해 드려야죠. 불체자들은 뭉쳐있습니다. 서로 정보를 주고받죠. 특히 단속과 관련된 정보는 빠르게 퍼집니다. 예컨대 저희가 건설현장 함바집에 단속을 나가면, 그 뒤로는 함바집에 안오고 다른 식당에 가거나, 배달을 시켜먹는 일이 많습니다. 길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길에서 단속을 많이 했더니, 불체자들이 공장 밖으로 나오질 않고 틀어박혀 지내는 일이 많습니다. 그렇게해서 사람들은 안심하고 다닐 수 있게 됩니다.

3 '길거리 단속'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아마 '길거리 단속'과 관련해 문제되는 것은 이 부분일 것입니다.
가. 먼저 외국인에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합니다[출입국관리법 27조에 의해 국내체류외국인은 신분증을 가지고 다녀야 하죠]. 신분증이 있다면 신분증을 확인하고 바로 끝나고, 신분증이 없다면 단속차량으로 데리고 가서 신분을 확인합니다. 신분에 이상이 없고 그냥 신분증을 안가지고 다닌 것 뿐이라면 [원칙대로라면 출입국관리법 98조에 의해 벌금형에 처해야 합니다만] 그냥 보냅니다. 불체자라면 출입국관리법 51조 3항에 따라 긴급보호를 합니다.

나. 이때 출입국관리법 82조 3호에 따라 저희 신분증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러면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외국인은 아무 일 없을 거란 걸 아니까 가만히 있습니다만, 불체자는 -바보가 아닌 한- 바로 달아나 버리죠. 신분증 다시 지갑에 넣고 쫓아가려면 늦습니다. 그렇게 놓치는 것은 그냥 허탕쳤네 하고 넘어가면 됩니다만, 불체자가 달아나 보겠다고 무단횡단하다가 차에 치거나/ 뛰어내리거나/ 부딫쳐서 다치면 큰일이죠.
그래서 일단 둘러싸거나 손으로 붙잡고 이야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때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외국인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아니까 가만히 있습니다. 그러나 불체자는 반항하죠. 그러다보면 신분증 제시는 커녕[그 상황에서 신분증 제시해봐야, 눈에 들어오기나 하겠습니까] 몸싸움을 해야 하는 일이 많습니다.

다. 그런데 동남아/아프리카처럼 한눈에 외국인임이 드러나는 경우는 괜찮습니다만, 중국인은 우리나라사람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문제는 불체자 가운데 가장 많은 것도 중국인이고, 단속시 반항이 가장 심한 것도 중국인이란 것이죠.
얼마전처럼, 국민을 외국인으로 오인하고 잡은 사고는 모두 중국인으로 잘못 안 경우입니다. 길가는데 갑자기 오더니 둘러싸거나/붙잡으면 싸우려 하게 되죠. 아니면 저희를 강도로 오인하고 달아나게 되구요. 그러면 저희는, '불체자 같아 보여서 신분확인하려 했더니 달아나네? 정말 불체자라서 저러는 구나' 해서 잡게 되는 거죠.
미리 신분증을 제시하고 양해를 구하면 이런 일이 없는데,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러지 못하게 되는 때가 많으니까 사고가 터지는 것이죠. 이런 문제는 검/경에서 범인을 체포할 때도 똑같이 나타난다는군요. 그렇다고 언제나 신분증 먼저 제시하게 되면, 위와 같은 문제[불체자가 달아나다가 차에 치는]가 생기게 되겠죠.

이른바 '길거리 단속'이라는 데 대해 제가 아는대로 써 보았습니다. 나름대로 솔직하게 써 보려했습니다만, 되도 않는 변명 늘어 놓는다고 느끼실지, 그래서 저런 사고가 터지는구나 싶으실지는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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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나온 '불체자가 무슨 사회적 병균이나 인간쓰레기인 줄 아느냐, 통계상 범죄율이 더 낮다'는 말씀에 대해서 좀 써보죠.

1. 불체자는 사회적 병균이나 인간쓰레기가 아니라는 말씀은 옳은 말씀입니다. 저들이나 우리나 착한사람은 착하고 나쁜 사람은 나쁘죠. 흔히들 생각하는 '사회적 병균' 따위는 감옥에도 없습니다. 다 나름의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죠. 불체자는 가난 때문에 돈벌러 왔을 뿐, 딱히 우리보다 더 나쁜 사람들은 아닙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사람들 가운데 성인군자/부처님 가운데 토막같은 분은 몇 없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선과 악 사이에서 흔들리는, 또는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둥둥 떠다니는 존재죠. 그래서 통제가 없으면 본능대로 행동하게 되고, 그러다가 어떤 기회가 되면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겁니다.
누구나 패버리고 싶은 사람 있을테고, 닥치는대로 때려부수고 싶었던 적 있을 겁니다. 그런데 왜 그러지 않으셨습니까? 도덕적 심성에서 나온 숭고한 결단으로 그렇게 했었나요? 솔직히 빨간 줄 가는 게 싫어서 아니었습니까? 형벌보다도, 지금까지 이뤄온 모든 것[직장/재산/가족이라든지]들을 날려버리고 싶지 않아서 아니었습니까? 사람은 법적인/법률외적인 통제장치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면, 틀린 말일까요?
그런데 우리나라에,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저런 통제장치가 있습니다만, 불체자에게는 저런 통제장치가 허술합니다. 불체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잡기가 쉽지 않거든요. 솔직히, 화성연쇄살인사건도 불체자 짓이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 많습니다[거기 불체자가 참 많습니다]--바로잡습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불체자가 많아지기 전에 있던 일입니다. 제가 잘못알고 썼네요--. 어떤 중국인은 한국판결은 한국 떠나면 휴지조각이라고 하더군요. 법률외적 통제? 아예 없습니다. 말 그대로, 여기서 무슨 짓을 했든 자기나라 돌아가면 그만 아닙니까.
바로 이런 것 때문에, 불체자 개개인이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불체자가 늘어나면 사회가 위험해진다는 것입니다.

2 통계상 범죄율이 낮게 나온다더군요. 아무래도 남의 나라에 오면 조심하게 될테니, 맞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좀 더 생각해봐야할 게 있습니다.
가. 먼저 암수/숨은 범죄의 문제입니다. 사람은 대개 주변에서 범죄를 저지르게 되어 있습니다. 불체자도 범죄를 저지른다면, 자기 주변의 불체자에게 많이 저지르겠죠. 그런 경우 피해를 당한 불체자는 신고할 리가 없겠죠? 또한 범죄는 일어났는데 범인이 누군지 모르는 경우, 불체자가 한 걸로 통계에 잡히지 않겠죠.
나. 실무상 불체자의 범죄는 인지를 하지 않고 강제퇴거로 끝내는 일이 많기 때문에, 통계상 범죄율이 낮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범죄의 대다수는 중형에 처해지지 않습니다. 살인/강도 같은 범죄보다는, 즉심이나 약식명령쯤으로 끝나는 가벼운 범죄가 훨씬 많다는 뜻입니다. 주변에 살인자나 강도는 별로 없지만, 벌금 내 본 사람은 꽤 있으실 겁니다. 그걸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 가벼운 범죄의 경우, 국민이 저지른 짓이라면 인지를 해서 수사를 하고 벌금을 때리게 됩니다. 하지만 불체자가 저지른 짓이라면 저희에게 넘기고 끝내버리는 일이 많습니다. 벌금 얼마보다는 강제퇴거가 더 무거운 벌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사실 그런 면이 있구요].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범죄의 대다수는 가벼운 범죄인데,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불체자는 범죄통계에는 잡히지 않고 강제퇴거 되버리는 듯 합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불체자와 관련된 범죄통계는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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