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2일 일요일

반이민정서

유럽 등지에서 반이민정서가 심상치 않다는 언론보도는 많이들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많은 분들이 여러 글을 써주시고 계신데, 저는 우리나라의 반이민정서에 대해 몇마디 써보려 합니다. 정치사상이나 사회구조까지 다루며 거창하게 쓰지는 못하겠습니다. 제가 그쪽으로 아는게 없다보니 그런 이야기를 다룬 글들은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거든요.
그리고 제가 별로 아는게 없는데다가, 생각이 정리되지도 않아서 글이 엉망일겁니다. 언젠가 내공이 쌓이면 제대로 된 글을 다시 써보고 싶네요.

1. 우리나라에 반이민정서는 있을까? 제가 보기엔 있습니다. 슬슬 커져가고 있죠. 그런데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가. 반이민정서는 '단순히 못사는 나라 사람을 무시하는 것' 이상이란 것이죠. 제가 보기엔,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고 무시하는 것이 -반이민정서와 깊이 엮여 있으면서도- 반이민정서와 똑같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못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을 무시하는 것은 언제나 있어왔습니다. 하지만 반이민정서는 나타난지 오래되지 않았고, 이를 넘어선 뭔가가 있습니다. 바로 '저들 때문에 우리가 피해를 본다'는 생각이 더해진 것 같습니다.

나. 반이민정서에 대한 말이 나올 때마다, '단일민족 신화에 사로잡힌 순혈주의'에 대한 비판이 따라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이것도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조금 빗나간 듯 싶습니다. 반이민정서가 단순하게 '우리가 아닌'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과 배타성의 문제일 뿐이라면 저 비판이 맞을 겁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보면, 반이민정서는 그것을 넘어선 피해의식이 더해져 있습니다.

2. 반이민정서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제가 보기엔 인간의 본능인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섞인) 배타성에 돈 문제가 섞인 것입니다.
가. 개도 낯선 개가 오면 짖고, 개미도 굴에 다른 개미가 오면 죽여버리죠. 사람도 비슷합니다. 낯선 사람이 오면 두렵고 밀어내려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반이민정서는 이렇게 단순한 것만은 아닙니다. 반이민정서가 커져가는 곳은 아무래도 넉넉치 못한 분들 쪽 같습니다. 그 분들은 이민자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입니다. 같은 골목에 살다보면, 그들이 괴물이 아닌 같은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죠. 그 사람들이 고생하며 돈 벌어서 집에 부쳐주는 것을 보면서 안쓰러워하기도 하고, 그 사람들이 나쁜 짓 하는 것을 보면 끓어오르기도 합니다. 저들이 마냥 나쁘기만 한 것도, 그렇다고 마냥 착하기만 한 것도 아니란 것은 그분들이 더 잘 압니다. 겪어봤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타자에 대한 두려움으로 반이민 정서를 비판하는 것은 좀 어긋난 것입니다.
나. 그런데 왜 넉넉치 못한 분들 사이에서 반이민정서가 커져가고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돈 문제가 엮여버린 거죠. 언젠가 다른 글에서도 썼습니다만, 이민자들로 인해 임금 상승이 되지 않거나 임금이 떨어지는 일이 생겨버리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민자들에 대해 적대적인 분들이 하시는 말씀을 보면, '저들 때문에 우리가 짤린다' 또는 '저들이 여기서 돈 다 벌어간다'는 내용이 많습니다.
물론 기피업종에서 한국인들이 일하지 '않는' 것인데 이민자 탓을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솔직히 아주 틀린 말은 아니죠.
그러나 기피업종에서 한국인이 일하지 않는 것은 '그 돈 받고는 그 일 못하겠다'는 것이지, 아예 일할 생각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불체자 쓰는 곳에 가서, 저 돈 받고 나는 저 일 할까 생각해보십시오. 저는 못하겠더군요.
그런데 이민자/불체자는, 우리나라 사람보다 적은 돈을 받고 일해도, 본국이었다면 모을 수 없는 돈을 모아서 돌아가거나/본국의 가족에게 자신이 본국에서는 벌 수 없는 돈을 부쳐줄 수 있습니다. 임금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죠. 나라에 따라 다릅니다만, 자기 나라에서 벌던 돈의 3~5배를 받는다네요. 그래서 한국인이 일하지 않는 곳에 외국인은 일하게 되는 것이죠.
한국인은 게을러서 기피업종에서 일하지 않고, 외국인은 부지런해서 기피업종에서도 열심히 일한다? 말이 안되는 소립니다.

3.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가. 반이민정서는 더욱 커질 것 같습니다.
우리사회도 자리를 잡아가면서, 신분상승이 어려워지는 세상이 되어버리고 있죠. 넉넉치 못한 분들 입장에서 보면, 상류층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지는데 불체자/이민자 때문에 현상유지도 쉽지 않아지는 셈입니다. 넉넉치 못한 분들은 뛰어난 기술을 가지지 못한 일이 많죠. 그러면 상황 끝난 겁니다. 단순노무직에서 100만원이면 불체자를 쓸 수 있는데, 200만원 주고 한국인을 쓸 사람은 없겠죠.
문제는 자본과 인력의 국제적 이동이 자유로와지면서, 단순노무직 뿐만 아니라 이공계 기술직에도 같은 문제가 나타나리란 것이죠. 미국 등에서는 동양계 엔지니어를 쓰는 일이 많다죠? 우리나라에서도 벌써 동남아 엔지니어들을 불러들이는 회사가 나타나고 있다네요.
그러면 어찌될까요? 뻔해지는 거죠.

나. 요즘 반이민정서를 걱정하는 분들은 진보진영에 속한 경우가 많더군요. 그런데 진보진영에 계신 분들이 하시는 말씀은, 제가 보기엔 -정말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좋게 말해 이상적이고 나쁘게 말해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보수나 진보나 모두 덜떨어진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데, 진보진영내 모자란 사람들은 빼고도 말입니다].
아마 가까운 미래에 진보진영에서 내세우는 정책/진보진영에서 반이민자정서를 공격하는 논거들의 현실적 약점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적당한 시기에 언론에 이민자나 불체자의 범죄들이 보도되면, 여론의 움직임은 심각하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저런 사태가 정치적으로 얼마든지 악용가능할 것이고, 진보진영쪽에서는 악용당할만한 소지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보수적인 사람이고, 반이민정서의 강화가 불체자 단속업무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저런 사태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4. 어떻게 해야할 까요?
가. 기본적으로 이 문제는,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입니다. 우리라고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죠.
나. 다만 악화를 막기 위해서-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아니지만, 사태의 진행을 늦추고 심각성을 완화하기 위해서- 몇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해요.
1)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극복하고자 대규모 이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력합니다. 그런데 좀 신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글로벌인재를 받아들이는 것이야 당연하고,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국적이나 영주권을 취득하는 사람들을 보면, 국익에 보탬이 될 인재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많습니다. 단순노무 이상의 재능은 없는 40대 이상이 다수죠. 저출산 고령화문제를 극복하려면, 젊은 사람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닐까요? 글로벌인재를 받아들이겠다며 열어젖힌 문으로 단순노무인력이 몰려오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보다 근본적으로, 선진국에서 오래전에 추진했다가 실패로 드러난, 지금 그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는 정책을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국익에 보탬은 고사하고 부작용만 클 것이 뻔합니다. 정부 각 부처에서 경쟁적으로 사회통합에 뛰어들고 있습니다만, 과연 그걸로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까요?
2) 결혼이민자들은 기본적으로 가난한 분들이 많다보니, 2세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지 못하죠.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계층간 불화는 있었어도 인종간 불화는 없는 나라였는데, 이제 '못배우고 가난한 코시안'이 사회 하류층에 나타나게 될 겁니다. 지금 이들의 교육문제에 손을 쓰지 않으면, 10년뒤 무서운 결과가 나타나겠죠. 정부 각 부처에서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사회통합, 사람 모으기 식의 이벤트가 아니라 저들에 대한 교육지원이 되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3)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민자들을 인간쓰레기나 사회적 병균쯤으로 보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사악한 한국인들이 불쌍하고 착하기만한 이민자/불체자를 괴롭히고 있다는 영화 '방가방가'식 환상에 빠져 있습니다. 정확한 상황인식이 되지 않으면, 합리적 대안 수립도 불가능합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언론이 선동질/여론몰이를 그만둬야겠죠.

댓글 4개:

  1. 한국은 다문화 불가능합니다 이미 유럽,일본 및 여러나라가 실패선언했습니다 더군다나 이 한반도를 보세요 중국,일본등주변 강대국들에 수도없이 약탈당한게 바로 한국,한반도입니다 한국사람들 이민족에게 배타적인정서 아마 유럽보다 더할겁니다 또한 외국인범죄율은 꾸준히증가하고 지금도 자국민들과 계속마찰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사전적동의없는 정치권의 다문화는 반드시 실패한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한국같은 나라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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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결혼이주여성 이라며 국적취득하는 여성들 출신나라들을 보세요 10명중에 6명이 중국인(조선족포함) 나머지는 동,서남아 쪽이죠 외국인노동자들 출신국가 또한 동일소이 합니다 이건 다문화,다인종이 아니라 그야말로 오로지 돈보고오는 코리안드림을 꿈꾸는 기회주의자들 이라는거죠

    이들이 벌써 수도권 및 일부지역에서 상권을 점령하고 집단부락을 형성했습니다 자국민들은 그쪽지역에서 계속멀어지고 있죠 ex) 서울 서남부, 인천,안산등

    외국인150만시대(불체자포함) 그들은 점점 정치세력화를 꿈꾸고있습니다 그들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는 국회의원,정치인을 선출하려고 할겁니다 좌파들이 득세하겠죠

    일자리와 각종복지정책과 더불어 국가재정난..결국 유럽의 뒤를잇는겁니다 모두가 생각없는 정치권의 책임이죠

    다문화라는건 태생자체가 그러한 국가들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들어 미국,캐나다,뉴질랜드등등..그런 국가들에서 조차도 요즘은 시끄럽습니다 특히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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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한달에 120만원 정도주는 지방쪽 공장 하청업체들 많습니다 물론 주말없고 3교대씩으로 그야말로 위험하고 막노동같은 3D업종 말입니다 생각해보세요 고등학생 80프로이상이 대학가는 세상인데 누가 그런일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청년들 미래도없고 장가도 못갑니다 그러니 4년제 졸업하고 고작한다는게 공무원공부죠

    한달 100만원이상에 먹여주고 재워주면 베트남,방글라데시,스리랑카같은 가난한국가 외국인노동자들은 그래도 그일을 하려고 한다는겁니다

    그러니 중소기업사장들은 정부기관에 외노자인력 더달라고 아우성 치는겁니다 한국 젊은이들은 그야말로 좁아터진 취업시장에서 서로전쟁하다가 낙오자는 그냥 아웃되는겁니다

    정부부터 정치권 여,야 전부 미쳐돌아가는겁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려고 하질 않습니다 일단 90년대 초반대학 숫자처럼 대학을 반으로 줄이고 부실대학정리,다운사이징하던지 뭔가를 해야하는데.. 계속 악순환만 반복되죠

    얼마전에 신문보니 전문인력 외노자들이 연봉2천3백 이상 받는다는군요 헌데 4년제졸업하고 중소기업 취업하면 신입 얼마받는지 궁금합니다..

    앞으로 자국민들이 외노자한테 역차별당하는 그런세상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맞습니다 님이 지적했듯이 내가 가진게없고 초라하면 이민족들에게 감정이 폭팔하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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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익명님: 덧글을 이제야 보았습니다.
    익명님의 '국민들의 사전 동의 없이 정치권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다문화'라는 비판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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