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5일 일요일

탈북여성

제가 일을 하다 보면 탈북자를 만나게 되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탈북해서 중국의 조선족과 함께 살다가 남한으로 넘어온 다음, 조선족을 불러들이거나 [이미 들어온]조선족의 체류자격을 변경해 주는 일이 많거든요. 거의 여성인 것 같더군요.

이분들이 탈북해서 중국에 숨어 살아야 하다보니, 중국의 신분증을 위조해서 써야합니다. 더구나 모두가 좋은 사람일 수는 없으니까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도 없지 않은 듯 하구요. 그래서 이분들과 관련된 일을 할 때는 조심해야 하죠.

얼마전, 탈북여성과 결혼한 조선족이 신청한 것을 제가 조사하게 되었습니다. 두분의 혼인경위를 알아보면서, 어떻게 남편과 만나게 되었냐고 묻자 그분이 그러시더군요.

'팔려갔어요'

처음엔 제 말을 잘못 알아들으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머리가 띵해지더군요.
물론 탈북자 특히 여성들이 인신매매되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제 귀로, 더구나 그 여자분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것을 들으니 느낌이 정말 달랐습니다.

윤락가도 아닌 곳에서 인신매매가 이루어지는 중국[물론 우리나라도 80년대까지 윤락가의 인신매매가 사회적 문제였고, 지금도 각종 인권단체나 다른 국가에서 인신매매국가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이것과는 상황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이나, 그런 중국으로라도 탈출을 해야 하는 북한. 뭐라고 할 말이 없어지더군요.

그렇게 팔려갔으면, 남한에 넘어오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버릴텐데 그렇지 않으시더군요. 경제적으로도 뭐하나 바라볼 게 없는 남편인데도. 비록 아들이 하나 있긴 했지만, 저로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튼, 이 일을 하게 되면서 힘들고 어렵게 사는 외국인들을 많이 보는 셈입니다. 그러면서 저는 마음가짐이 달라진게 있습니다.
주말에 서울로 돌아와서 번화가에서 잘 차려입은/예쁘게 꾸민 사람들이 즐겁게 다니는 걸 보고 있으면, 어떻게든 이걸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행히도 어렵게 산다는 게 어떤 건지는 모르고 삽니다만, 지키지 못하면 어찌될지 조금씩 감이 오거든요. 더구나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닌, 우리 할머니 우리 아버지어머니들이 피땀흘려 일궈낸 것들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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