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6일 일요일

환부역조[換父易祖]

모욕 가운데 가장 심한 것이 부모와 관련된 모욕이죠. 한 입으로 두말하면 아버지가 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하나 뿐일 수 밖에 없는데, 둘 이상이라면 아주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니까요[물론 어릴 때 어머니가 재혼한다든지, 아니면 아예 고아원에서 입양되었다든지 해서 친아버지와 양아버지가 계실 수는 있습니다. 그런 가슴아픈 일을 겪은 분들께 할 말은 전혀 아니겠죠].

그런데...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위해/ 더 머물기 위해/ 영주권이나 국적을 따기 위해 멀쩡한 아버지를 갈아치우는 일들도 일어납니다. 우리 국민의 외국인 자녀는 F-2-2 라는 체류자격으로 우리나라에 머물 수도 있고, 일정요건을 갖추면 영주권이나 국적도 신청할 수 있거든요. 이 시대의 환부역조[換父易祖]랄까요?

가장 흔한 방식이 아주머니가 국제결혼으로 시집온 다음, 아들이나 딸[물론 갓난아이나 어린아이는 아니죠. 그런 사람들은 의심도 안합니다.]을 새 남편에게 입양시키는 것입니다. 물론 위에서 쓴 것처럼 가슴아픈 집안 일인 경우도 있습니다만, 위장결혼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아무리 다른 나라 사람이니 그 이름을 외우기 힘들다고는 해도, 몇달씩 같이 살아왔고 지금도 집에서 함께 잘 살고 있다고 주장하는 '자기 아들'의 이름도 잘 모르는 사람을 보면 의심을 안할 수 없죠.

심지어는 '아버지 갈아타기'도 합니다. '남편 갈아타기'와 함께 하더군요. 처음 그런 사람을 봤을 때, 참 당황했습니다. 남편 갈아타기야 하도 봐서 그러려니 하고, 나름 이런저런 꼴 많이 봤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아버지 갈아타기'는 충격력이 컸습니다. 무슨 삼국지의 여포도 아니고, 아버지가 셋이라니...

조선족의 경우, '외국국적동포'로서 여러가지 혜택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국적취득 요건이 갖추어지면, 현 체류자격이나 체류기간을 묻지 않고 바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그래서 국제결혼해서 온 아주머니의 아들/딸들이 계부에게 입양되어 국적법 7조의 특별귀화자로서 영주권이나 국적을 신청하는 일도 많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우리나라 제적등본에 남아있다면서 국적법 6조의 간이귀화자로서 영주권이나 국적을 신청하는 일도 많습니다.

앞의 경우는 위에서 다룬 것과 같고, 뒤의 경우는 참 큰일입니다. '내가 누구 아들이다'라면서 영주권이나 국적을 신청하는데, 문제는 그 사람이 해방 전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에서 죽은 사람이라는 거죠. 한마디로 확인이 거의 불가능한 것입니다. 심지어 우리나라 제적등본의 인적사항이 중국 호구부의 인적사항과 다른 경우도 많은데, 당시 시대상황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도 있는 일이겠습니다만, 한편으로는 그 처럼 악용하기 좋은 상황도 없죠. 요즘은 검찰 쪽과 연계해서 유전자감정을 하고 있습니다만, 전에 국적이나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 가운데 할아버지나 아버지를 갈아치운 사람은 얼마나 될 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단순노무인력도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E-9이라고 해서 각종 공장이나 농장 등 중소업체에서 일하는 분들인데, 흔히 외국인노동자라고 하면 떠올리는 그 분들이죠. 언젠가도 말씀드렸다시피, 이분들은 우리나라에서 머물 수 있는 기한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분들이 무더기로 국적을 취득했다가는 어떠한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거든요. 그런데 단순노무인력 가운데 상당수가 머물 수 있는 기한이 끝났습니다. 그러자 더 머물려고 이리저리 찔러보는 일이 많은데, 어떤 사람은 아예 양자로 들어가더군요. 어떤 아주머니의 양자로 들어갔는데, 두 사람의 태도를 보고 있자면 뭔가 묘한 분위기가 느껴지더군요. 양어머니의 적극적인 애정표현을 양자가 참고 견디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아무튼 국민의 양자라도 성년인 사람은 F-1자격을 가질 수 있는데, 쉽지는 않습니다. 이 사람도 -제가 따로 찾아보진 않았습니다만 아마도- 생각대로 되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아무튼 어찌되었던 저렇게 해서라도 뜻을 이루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일찍부터 들어왔고/국제결혼도 많이 했고/외국국적동포로서 혜택도 있는 조선족이 많죠. 각종 언론에서 조선족들이 한국에 와서 돈은 많이 벌었지만 가정이 깨지는 일도 많다는 이야기를 보신 일이 있으실 겁니다. 모르긴 해도, 그 가운데 상당수는 저 얘기가 아닌가 싶어요.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돈 벌어보려고 아버지를 갈아치웠는데 집안이 무사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죠.
뜻은 이루었겠지만, 그래서 더 좋아졌는지는 모르겠네요.

2011년 10월 9일 일요일

임신

국내 체류중인 불체자 등이 임신을 한 것을 가끔 보게 됩니다. 물론 우리 국민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진 것이라면 국내에서 그 사람과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게 됩니다만, 같은 불체자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진 경우라면 자기나라로 돌려보내야죠.
언젠가 만삭의 불체자에 대한 글에 썼듯이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외부기관에서 받아온 건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불체를 하다보면 몸도 마음도 힘들겠죠. 그때 같은 나라 사람이 곁에 있으면, 정도 들고 함께 하게 되겠죠. 그러다보면 아이도 생기게 될 테고.

그런데... 그러다가 여자가 잡혔을 때, 남자가 제발로 오는 경우는 별로 못본 것 같습니다.
물론 불체자판 기러기아빠가 되어, 여자와 아이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돈을 벌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나중에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먼저 온 여자와 아이를 찾긴 할까 싶기도 해요.
언젠가 단속에서, 여자가 잡히던 말던 열심히 도망가던 녀석이 떠올라서 이렇게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잡고나서 왜 여자는 팽개치고 갔냐고 하니, 멋적게 웃기만 하던데...

결혼이민자에 대한 신원보증서

얼마전 인권위원회에서 결혼이민자에 대한 신원보증서 징구 폐지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http://www.humanrights.go.kr/04_sub/body02.jsp?NT_ID=24&flag=VIEW&SEQ_ID=602669

이와 관련해서 언론보도도 있었군요.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1/10/02/0200000000AKR20111002037600004.HTML?did=1179m

신원보증서의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이곳에 양식이 있습니다
http://www.hikorea.go.kr/pt/DownLoadTemplPopupR_kr.pt

제가 하는 일과 관련이 있기에 좀 읽어봤는데... 솔직히 말해서 좀 어이가 없네요.
저도 별로 아는게 없습니다만, 저보다 잘 아시는 분들이 말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서 아는 데 까지만 써봅니다.

1. 신원보증서를 받는 제도는 출입국관리법 90조에 따른 것입니다. 이는 1992. 12. 8일 법 4522호로 출입국관리법에 도입된 제도입니다. 당시 국회심의 기록을 보면, 시행령이나 규칙상의 제도를 법률상 제도로 끌어올린다는 말만 있고, 구체적인 입법이유에 대해서는 나와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저로서는 언론보도처럼 신원보증법에 따른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신원보증서 제도는 실무상 여러 체류자격의 여러 민원에 대해 폭넓게 쓰입니다. F-1, G-1, H-2-C[유학생이 부모를 초청할 때 입니다. 연장의 경우는 아니죠]처럼 고용계약과 전혀 상관이 없는 체류자격의 사증발급인정서 발급/체류자격 변경/체류기간 연장의 경우에 신원보증서를 받는 경우가 많죠. 또한 그 신원보증인이 지는 책임도 국내 체류중 제반법규 준수와 출국비용/보호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것입니다. 이를 감안해 보면, 신원보증서 징구 제도가 처음에 신원보증법의 영향으로 출입국관리법에 도입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설사 언론보도가 맞다고 치더라도, 신원보증법과는 별개의 독자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상태라고 보입니다.

2. 2011년판 출입국관리법 해설에 따르면, F-2-1[결혼이민자들의 체류자격입니다] 의 경우 위장결혼이나 무단가출에 따른 소재불명 등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인 배우자에게 신원보증을 받되, 국민의 배우자가 국내에 없거나 보증능력이 없으면 사실상의 부양자/형제자매/기타 동거인 등이 할 수도 있고, 국민인 배우자가 사망하거나 이혼한 경우 친척이나 보증능력[한마디로 경제력입니다]이 있는 제3자도 신원보증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업무처리시 따르게 되는 지침상 규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하면 '당신[=신원보증인] 믿고 이 사람 국내에 머물게 허가해 준다. 그런데 위장결혼일 경우 당신이 책임져야 한다' 이소리죠.

그런데 이 제도는 실무상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F-2-1 체류기간연장허가시 신원보증서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고, 받더라도 당사자가 거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결혼이민자가 가출할 경우 신원보증을 철회하러 오긴 합니다만, 이 때도 무슨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신원보증서 때문에 결혼이민자들이 열등한 관계가 되고 맞고산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습니다. 그러면 무작위로 추출해서 50%의 결혼이민자는 체류기간 연장시 신원보증서를 받지 않고, 나머지 결혼이민자는 체류기간연장시 신원보증서를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신원보증서를 받지 않는 가정은 양성평등이 이루어지고, 신원보증서를 받은 가정은 결혼이민자가 두들겨맞을까요? 이들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데 한표 던집니다.

3. 신원보증서를 국제결혼가정에 적용할 경우, 국가는 사용자, 한국인 배우자는 중간관리자, 결혼이민자는 피용자가 된다구요? 실무상 이혼소송 중이나 혼인파탄 후[그러니까 배우자의 신원보증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 체류기간 연장신청시 이혼소송을 위임받은 변호사, 심지어 여행사 직원이나 행정사, 인권운동가도 신원보증인이 되는 경우도 많은데, 그렇다면 이런 경우 결혼이민자는 변호사/행정사/여행사/인권활동가의 피용자가 되는 것입니까?

4. 결혼이민자의 가출로 혼인생활이 유지되지 않는 경우 국내체류가 불안정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가출이 가정폭력으로 인한 것이라면 당연히 체류기간 연장허가가 됩니다. 가정폭력으로 이혼 한 경우, 다른 요건이 갖추어진다면 영주권이나 국적신청도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두들겨맞다가 쉼터로 피했더니 나라밖으로 내쫓는다는 식의 주장은 말이 안됩니다.

5. 결혼이민자가 한국인 배우자에게 열등한 관계에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신원보증서 때문이 아닙니다.
가. 먼저 외국인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인 배우자 이외에는 이 곳에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한국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죠. 억울한 일을 당해도 어디가서 어떻게 하소연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어찌어찌해서 찾아가도, 말이 잘 안통합니다. 각종 관공서에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직원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렇다면 타이/베트남/캄보디아라면 어떨까요?
우리가 외국에 나갔다가 어려운 일을 겪게되면 어떨까 생각해보시면 쉽게 아시게 될 겁니다.

나. 더구나 국제결혼중개로 이루어진 결혼이라면 문제가 더해집니다.
1) 먼저 생전 처음보는 사람들끼리 거의 매매혼에 가까운 결혼을 하게 되죠. 이런 경우 양성평등이 이뤄지는게 이상한 겁니다. 우리나라 국민끼리 결혼한다고 해도, 처음보는 사람들끼리 돈에 팔려 결혼을 한다면 그 삶은 뻔해지는 거죠.
2) 또한 결혼생활이 끝날 경우에도 결혼이민자는 자기 나라로 돌아갈 생각이 없습니다. 애초에 결혼을 하다보니 우리나라에 온 게 아니라, 우리나라에 오기 위해 결혼을 한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결혼이민자의 국내체류가 배우자에게 의존하게 되는데, 이것이 약점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그럼 결혼이민자의 국내체류가 배우자에게 의존하게 되는 것이 잘못된 것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그 결혼이 아니었다면 우리나라에 들어올/ 머물 수도 없던 사람이 결혼때문에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머무는 것인데, 국내체류가 배우자에게 의존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요? 이게 잘못된 것이라면, 혼인 후 국내 입국하자마자 그냥 이혼해버리게 됩니다. 한마디로 결혼사기가 합법적으로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국민인 배우자가 이를 이유로 각종 인권침해를 한다면? 위에서 쓴 것처럼 국민인 배우자의 잘못으로 이혼한 경우 국내 계속체류가 가능하고, 국적/영주권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죠.
- 결혼이민자들이 국민인 배우자에 비해 불리한 관계에 있는 것은 맞습니다.
- 결혼이민자의 국내체류가 배우자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도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은 아니고 당연한 것입니다. 결혼사기를 생각해보시죠.
- 신원보증서 제도는 결혼이민자의 인권침해와 별 상관없습니다.

2011년 10월 1일 토요일

가출

어떤 분들께서 오셨습니다. 아들이 국제결혼을 했는데, 며느리가 가출을 해버렸다네요.
자주 있는 일입니다만, 이런 분들이 오실 때마다 저희는 긴장하게 됩니다. 막말로 마누라/며느리가 도망갔는데 눈에 뵈는게 뭐가 있겠습니까. 더구나 저희가 딱부러지게 도와드릴 수 있는 것도 없는 상황에서 사무소가 난장판이나 안되면 다행이죠.

아무튼 조심스레 이야기를 듣다보니, 여자 쪽에서는 처음부터 결혼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위해 이분들을 이용했더군요. 뭐 이런 건은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뭔가 달랐습니다. 냄새가 납니다.
구체적인 건 밝힐 수 없지만 간단히 말씀드리면, 결혼이민자는 그 나라에서 몸을 팔던 아가씨였고, 우리나라에 선을 대둔 상태에서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___]의 매춘조직에서 결혼사기 형식으로 조직원을 우리나라에 들여보낸 것 같더군요.

어찌보면 저런 일이 없는게 더 이상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한달에 100만원 남짓 벌어도 그 나라에서 버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데, 보통사람이 벌기 힘든 돈을 만지게 되는 일이라면야 더 말할 것도 없겠죠. 뭐 못할 말로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본/미국 등에서 많이 하는 짓 아니겠습니까.
아마 저 또는 피해가정에서 몰랐을 뿐이지, 이 사람만 이런 건 아닐 겁니다.

흥분하시기도 했고, 시골노인분들이라서 말씀하시는 것이 정리가 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이리저리 물어봐가며 간추려서 경찰 분께 알려드렸습니다. 그런데 경찰분께 말씀드릴 때 저도 횡설수설하게 되더군요. -_-;;

제가 알아낼 수 있는 것은 모두 알려드렸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수사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증거가 없지 않습니까. 지금으로서는 '결혼할 생각이 없던 결혼이민자가 가출해서 아는 사람을 찾아갔다'는 것 말고는 증거가 없습니다. 냄새는 납니다만,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판사를 확신시킬' 증거는 없죠. 그런 증거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행정처분도 쉽지 않습니다. 다른 증거는 몰라도 처음부터 결혼할 생각이 없이 결혼사증[F-2-1]으로 들어온 것은 맞으니, 출입국관리법 89조에 따라 체류허가를 취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같은 분위기에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물론 매춘조직연계가 입증가능하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무슨 밥버러지 같은 소리냐!'고 폭발하시는게 당연하고,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하지만....요즘 '결혼이민자=사회적 약자'라는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는 별도로 정책적 판단 내지 정당한 법집행은 제대로 이루어져야겠지만, 현실적인 국민여론은 그게 아니죠.

아마 '개별사안에 따라 적정하게 일을 하면 되지, 왜 이렇게 뭉뜽그려가면서 핑계만 대는 걸까?'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옳으신 말씀이고, 저도 그렇게 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을 하다보면, 그게 아닙니다. -결혼사기에 대한 체류허가 취소건은 아니었습니다만- 사람들이 행정청에서 정당한 처분을 했다고 인정하게 되는 사안에서도 결혼이민자라면 동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은데, 결혼이민자가 울고불고 악을 쓰면서 '공무원이 거짓으로 서류 꾸며가면서 나에게 불이익을 줬다'고 소리쳐 보십시오. 허위서류제출한 것은 결혼이민자일지라도, 잘 모르는 사람들 반응은 뻔합니다. 어떤 건에서는 전혀 상관도 없는 사람까지 전화를 해서 큰소릴 치더군요. 저도 겪어보고 나니, 윗분들-바꿔말하면 저희보다 훨씬 오래 겪은 분들-이 저러는게 한편으로는 이해도 갑니다.

체류허가 취소야 그렇다 치고, 나중에 체류기간 연장은 어떨까요? 신청한다고 그냥 연장해주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만...... 그렇다고 포기할 저들이 아니죠. 경찰들 쓰는 말로 '남편기리까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다른 사람을 구해서 남편으로 해두는 거죠. 위장결혼을 적발해 내면? 또다시 사정 딱한 사람+ 결혼이민자의 '어렵지만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데 공무원이...'가 나옵니다. 그게 안통하면 소송까지 가기도 하구요.

행정소송이 제기되면 승소가 쉽지 않습니다. 제 선배님 한분께서는 위장결혼을 적발했는데, 추석/설때 남자의 부모를 만났다는 한가지만으로 위장결혼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까지 난 적이 있다네요[보충설명이 필요할 듯 합니다. 위장결혼했을 때 흔히 하는 거짓말 가운데 하나가 명절때 부모님도 뵌다는 것(물론 가족과 입은 맞춰두죠)입니다. 제가 그 사건에 직접 관여하지 못해서 잘 모릅니다만, 재판부에서 불쌍하니까 그냥 그 주장 믿어주고 승소시켜준 것 같아요]요즘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저들도 머리가 있으니까, 문제가 되었다 싶으면 그때부턴 정말 함께 살아버리거든요. 적어도 재판이 끝날 때까진.

도대체 왜 이리 빌빌거리나 한심하시죠? 저는 오죽이나 갑갑하겠습니까.

2011년 9월 24일 토요일

권력분립

오랜만에 대학동기들과 만났습니다. 모두 다른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돌아오는데 문득 느껴지는게 있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일에 대해서 정말 아는게 없구나 싶더군요.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자기의 일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하고 살게 되는 것이죠.
그 생각을 하다가, 권력분립문제까지 생각이 미쳤습니다.

저희가 일을 하다보면, 이런저런 통제장치들이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각종 감사-저희 부의 자체 감사/ 감사원의 감사/ 국정감사-도 받고, 개별사건에 대해서는 행정심판/행정소송에서 다뤄집니다. 그러니 저희 일을 아는 사람들이 꽤 많을 듯 싶지만, 저희가 보기엔 전혀 아닙니다. 물론 비리도 잡아내고 권익구제도 합니다만, 지켜보고 있자면 저 분들이 저희 일을 깊숙히 꿰뚫어보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일을 하다보면 정말 어찌해야 할 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물어볼 곳이 아무데도 없습니다. 저희도 외국인문제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만, 저희보다 잘 아는 곳이 아무데도 없거든요. 저희를 통제하는 곳은 많아도, 저희보다 잘 아는 곳은 없습니다.

결국 저희 일은 저희 밖에 모른다는 결론이 됩니다. 아마 저희만 이렇지는 않을 겁니다. 거의 모든 분야가 이렇게 되고 있는 듯 합니다. 밖에서는 건드리고 싶어도 몰라서[그런 분야가 있는지, 있다면 무슨 일들이 문제가 되는지, 문제가 된다면 어떠한 선택사항들이 있는지] 못 건드리게 되는.

헌법학에서 고전적 권력분립론의 위기라는 내용이 나오죠. 이제 실감이 납니다. 사회가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복잡하게 되어, 저희가 완전히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데[현실을 완전히 파악/통제하고 있지 못합니다], 국회나 법원은 저희도 못 따라잡고 있다[행정부의 업무를 완전히 파악/통제하고 있지 못하다]는 말입니다.

이를 보면, 지금은 소수의 집단이 국가를 장악하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인 것 같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해방 직후, 우리나라의 해외 유학생의 절대 다수가 미국으로 유학가는 군인이었다죠. 미군은 2차대전을 치르면서 막대한 인력과 물자를 관리해야 했고[보통 군이라면 총쏘고 싸우는 것만 생각하지만, 세계대전에서는 인력의 모집/훈련/배치, 장비 및 물자의 조달/배분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는군요], 그 과정에서 행정이 발달하게 되었는데, 군유학생들이 이를 배워온 것입니다. 그러나 군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는 여기에 맞설만한 역량이-질과 양 모두에서-없었고, 이는 군사독재의 지속이 가능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죠. 이제는 설사 쿠데타가 성공한다 해도, 군에서 국가체제 전체를 유지/관리할 능력은 없는 듯 합니다.

군 뿐만이 아닙니다. 기성 정치질서에 반기를 드는 신진세력이 대선과 총선을 휩쓴다해도, 국가경영능력의 부족으로 곧 주저앉아버릴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독재도 혁명도 불가능해진 시대가 된 것이 아닐까싶어요.

더구나, 이제는 국가가 사회 모든 분야를 다 아우르지 못하는 시대가 온 것도 같습니다. 단순히 국가의 통제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넘어서서[국가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던 시대가 있었는지 자체가 의문입니다만], 국가가 전문성의 부족으로 손도 대지 못하는 분야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자본의 위력'이란 말을 써가면서 경계심을 나타내기도 합니다만.

이제는 어찌될까요? 아마 과거와 같은 국가기관에 따른 3권분립이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 바탕을 둔 권력분립이 이뤄질 것 같습니다. '다원성'이란 점에서 헌법학의 '포괄적 권력분립론'과도 통하는 면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만, 제가 그 쪽을 잘 몰라서 뭐라 말을 못하겠네요.
이미 우리사회에서 법조/의료/외교/군/금융/언론계 등이 파워엘리트로 군림하고 있죠. 각 국가기관/사회분야를 넘나들면서요. 예컨대 고위 군 장성이 전역 후 국방장관을 거쳐 국회의원이 되어서 국방위원회에 있는 일이 심심찮게 보입니다. 법조계/언론계 인사들도 행정부와 입법부를 넘나들고 있죠. 이들은 여당과 야당 모두에 있으면서, 당파적 이해때문에 서로 대립도 하지만 때로는 당파를 떠나서 뭉치기도 할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 3권분립이라는 말보다는 사회세력들이 권력을 나눠가지고 있다는 게 맞을 겁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세력들이 여기에 참여하지 않을까요? 물론 모든 세력이 저렇게 되기는 힘들겠고, 저런 메인 파워엘리트 그룹 밑에 서브 파워엘리트 그룹으로 지분을 나눠갖게 되지 않을까요? 사회의 변화에 따라 세력구도도 변해가면서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가지가 될 것같습니다. 먼저 해당분야의 전문성 또는 업무처리 능력. 또 하나는 해당 분야의 시스템 장악-바꿔말하면 정보의 장악. 저희같은 경우, 업무시스템을 가지고 일을 합니다. 거기에 모든 정보가 들어있어서, 그게 없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죠. 아마 다른 국가기관도 비슷할 것으로 짐작합니다. 전문성이 없으면 정보가 있어도 그 것을 활용하지 못하고, 정보가 없으면 전문성이 있어도 추상적인 주장만 할 수 있지 실제 일은 할 수 없죠.

아마 우리세대가 죽기 전에, 지금까지의 권력분립론에 바탕을 둔 통치구조와는 상당히 다른 통치구조가 등장할 법도 합니다. 각분야별 파워엘리트들의 이합집산속에서 국가의 의사결정이 이뤄지면, 국가적 차원에서 어떤 목표를 향해 돌진하다가 파국을 맞는 일은 사라지겠지만, 도약적 발전 또한 힘들어지겠죠? 조용히 지켜볼만한 일 같습니다.

2011년 8월 12일 금요일

결혼이민자의 가정내 인권침해에 대해서

여기저기에서 결혼이민자들의 인권침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죠. 이와 관련해서 두서없는 이야기 써볼까 합니다. 틈도 안나고 내공도 부족해서, 제대로 된 글이 아닙니다.

결혼이민자 '가'씨는 시댁에서 학대받다가 화장실에 감금되기까지 했다고 주장하더군요. 그런데 시댁 쪽 이야기는 달랐습니다. '요즘 아파트 구조를 생각해 봐라. 화장실 문을 안에서 잠그지 밖에서 잠그냐. 어떻게 화장실에 가둘 수 있냐'고 반박하시더군요.
결혼이민자 '나'씨는 남편의 장애를 문제삼으며 시댁에서 종처럼 부려먹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런데 시댁쪽에서는 남편에게 장애가 있는 것은 맞지만, 결혼 전에 서로 만나보면서 이미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군요. 과도한 가사노동과 관련한 주장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했고[그런 것이 심각하게 문제제기가 되었다면, 그에 대한 시댁 나름의 대응논리를 준비했겠죠. 그런데 그런 문제제기 자체를 몰랐습니다], 그 집에는 가정부까지 하나 쓰더군요.
결혼이민자 '다'씨가 가출을 했습니다. 남편이 저희 사무소에 와서 '가출신고를 해도 관공서에서 도대체 해주는 게 뭐냐'며 소란을 피웠습니다. 보다못한 실장님이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서 얘기를 해 봤습니다. 결혼한 지 열흘만에 아내를 공장에 보내서는, 야근까지 해서 월급을 받아오면 반을 챙겼더군요[아내쪽 주장이 아니라, 남편이 제 입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결혼이민자 '라'씨의 시부모가 찾아왔습니다. 시집온 '라'씨의 낌새가 이상하더랍니다. 그래서 다른 결혼이민자의 도움으로 '라'씨의 핸드폰 문자를 읽어보니, 언제 어디로 달아나기로 약속이 다 되어 있는 상태에서 시집왔더라는군요.
결혼이민자 '마'씨는 남편에게 맞았습니다. 그래서 남편은 사법처리가 되었죠. 그런데, 남편은 시어머니가 '마'씨에게 맞았다고 생각해서 때린 것이었습니다- 남편이 '마'씨를 때린 것은 맞지만, '마'씨가 정말로 시어머니를 때렸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결혼이민자 '바'씨의 남편은 술을 마시고 '바'씨를 때리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같은 결혼이민자인 '바'씨의 친구말에 따르면 괜찮답니다. '바'씨도 때린다나요? '바'씨와 남편을 모두 본 사람 입장에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바'씨가 덩치도 크고 성격이 만만치 않거든요.

아무래도 낯선 나라에 혼자 온 결혼이민자들은 인권침해에 취약한 것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인권침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정말로 인권침해에 시달렸는지는 또 다른 이야기이죠. 예컨대 위의 '다'씨는 정말로 인권침해에 시달린 것이 확실합니다만, '가'씨와 '나'씨는 아닌 것 같죠. '마'씨는 자세히 조사해 봐야할 것입니다. '라'씨가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한다면, -해서는 안될 말이지만- 당할 짓 했습니다. '바'씨는 인권침해를 당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앞으로는 알 수 없으나 지금은- 지지고 볶으면서 사는 수준이지 법적으로 문제삼을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사는 것이 모두 그렇듯, 여러 사람이 가지가지 일을 겪다보니 한데 뭉뜽거려서 다룰 일은 아니죠.

그런데 결혼이민자들의 인권침해에 대해서 여성단체쪽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분들의 열정은 높이 사야 하겠습니다만, 아쉬운 점들도 많습니다.
먼저 결혼이민자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너무 쉽게 믿는 듯 합니다. 예컨대 위의 '가'씨와 '나'씨의 주장은 여성단체를 통해 제기된 것이었죠. 여성들 가운데 빈곤층 남성들을 혐오하는 분위기도 없지는 않은 듯 한데, 그런 정서가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또한 -인권침해에 대한 구제절차에서 필수불가결한- 법적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예전에 여성단체에서 유명한 분께서 라디오에 나오셔서 성폭력에 대한 대응방법을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성폭력을 당한 경우 증거수집이 중요한데,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면 그것도 증거가 된다고 하시더군요. 증거수집이 중요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내용증명은 어떠한 내용의 우편물이 보내졌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이지, 거기 쓰여진 내용이 사실이라고 증명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예컨대 서울에 사는 일본인이 '독도는 일본 땅이다'라는 내용증명우편을 일본으로 부친다면,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것이 증명되는 것일까요? 문제는 저것만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잘 모르시더란 것이죠.].
다만 인권침해를 당한 결혼이민자들이 그분들과 함께 있을 때, 더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런 강점을 살려나가야겠지요.
저희를 비롯한 정부기관에서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해서 저분들이 나서게 된 점은 저희가 반성을 많이 해야겠습니다.

또 한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습니다.
결혼이민자들이 이혼할 때, 우리 국민의 잘못으로 이혼하였다는 내용으로 조정/화해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를 가지고 결혼이민자의 인권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는 것은 틀립니다. 우리 국민의 경우, 그 잘못으로 이혼한다고 해도 위자료만 주지 않는다면 불이익이 없습니다. 하지만 외국인의 경우 우리 국민의 잘못으로 이혼해야만 국내체류가 가능하죠. 그러다보니 법원에서 사건을 빨리 처리하기 위해서, 우리 국민의 잘못으로 이혼한다는 내용의 문안을 넣어주는 경우가 많다는군요. 판결의 경우도, 판결문을 읽다보면 판사가 나름 고민을 해서 판결을 내린 것인지 얼른 사건 하나 치워버린 것인지 알 수 없는 것들도 있었습니다[제가 그분들을 평가할 주제는못됩니다만, 이유설시에서 티가 나는 것도 있더군요]. 아마 비슷한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또한 영주권이나 국적취득을 위해 양자가 짜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로 결혼이민자가 자백간주로 승소하는 수법을 쓰더군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부부 모두가 자백간주로 승소판결을 얻는 것도 보았습니다[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사실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판결문을 위조한 것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 판결문들을 가지고 국민은 다른 외국여성과 다시 결혼하겠다고-한탕 더 뛰겠다고- 신청하고, 외국인은 국민의 잘못으로 이혼했으니 영주권을 따겠다고 신청하더군요.

결혼이민자가 정말 인권침해를 당했는지 밝혀내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만, 인권침해를 당한 여성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도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가해자에게 재산이 없다면 피해배상은 물건너 가버리죠. 물론 실무상 국내체류가 거의 무제한 가능하므로[우리나라와 자국의 임금차이 때문에, 결혼이민자의 국내체류는 경제적 의미가 큽니다] 어느 정도 손해배상에 갈음하는 역할을 하긴 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일해서 돈 벌 기회를 얻는 국내체류가 곧 손해배상은 아니죠. 사실상 의미는 비슷해도 법적 의미는 전혀 다릅니다.
또한 피해배상이 이뤄진 뒤, 피해자의 거취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문제입니다. 현행 법/행정실무상 인권침해를 당한 것이 확실하다면 국내체류는 거의 무제한 가능한데[F-2-1이라는 국민의 배우자 자격으로 머물 수 있고, 더 나아가 영주권이나 국적신청도 할 수 있습니다], 이게 바람직한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피해배상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피해배상을 받고 나서도 국내에 계속 체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것이냐는 것이죠.
알지도 못하던 사람을 한두번 만나보고 만리타향으로 시집왔는데, 인권침해를 당했다면 다 걷어치우고 어서 돌아가고 싶은게 정상이겠죠? 그런데 이혼은 했지만 한국에 계속 있겠다고 한다면, 다른 목적을 가지고 결혼했다는 말밖에 안되거든요.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문제가 이 문제 같습니다. 아직은 제대로 된 대응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지도 않구요.

2011년 7월 23일 토요일

아저씨, 나랑 틀려?

어느 결혼이민자 분이 체류기간 연장을 하러 오셨습니다. 따라온 아들이 뜬금없이 제게 묻더군요.
"아저씨, 나랑 틀려?"
뭔 소린가 해서 멀뚱멀뚱 그 아이를 보고 있자니, 어머니가 당황해서 아이에게 말합니다.
"아니야, 아저씨도 한국인이야"
그때서야 감을 잡고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너도 한국인이야"
그러자 아이 엄마는 얼른 맞장구를 칩니다.
"맞아, 너도 한국사람이고, 아저씨도 한국사람이야"
그리고 힘없이 한마디 덧붙입니다.
"엄마만 외국인이야"
아마도 아이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큰 고민을 하는 모양이더군요.

'외국신부수입'이 시작되고 세월이 좀 흐르니, 그 아이들이 문제가 되기 시작하나 봅니다. 옛날에는 국제결혼은 있었어도 신부수입은 아니었죠. '신부수입'이 시작되었을 때 조선족/고려인 신부들이 많이 왔었지만, 한민족이었으니까 아이들의 정체성이 크게 문제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신부수입'이 동남아로 뻗어나가면서, 얘기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이제 시대의 화두가 하나 드러난 것이죠.

먼저 못박아둘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대규모 이민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입니다. 인구감소가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대규모 이민을 받아들였다가는 어마어마한 사회적 갈등이 우리나라를 휩쓸 것이 뻔히 보이거든요[노동력 감소가 문제된다면, 비전문취업 E-9 이나 방문취업 H-2 같은 사증들을 발급 수를 늘리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이들 사증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체류기간만료 후 귀국하지 않고 불법체류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방법이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예컨대 임금이나 각종 보험금의 일부를 귀국한 다음 자국내에서 받게 한다든지. 그러면 우리는 불체의 위험이 줄고, 외국인노동자 본인은 도난/강탈이나 낭비의 위험없이 목돈을 만들 수 있겠죠-바로잡습니다. 보험금의 경우 이런 것들이 벌써 이뤄지고 있네요. 이 때문에 군말없이 돌아가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단 우리나라에 와서 결혼해서 잘 사는 분들, 그리고 그렇게 해서 태어난 아이들은 끌어 안아야겠지요. 여기서 문제되는 것이 이른바 사회통합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보면, 사회통합이 제대로 된 것 같지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인력부족입니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저희 조직 일선 사무소에 사회통합 전담직원은 거의 없었습니다. 체류지사무소 가운데는 가장 큰 서울사무소에는 전담직원이 두어분 계셨습니다만, 절대 다수의 지방사무소에서는 아예 전담인력이 없었죠. 다른 일 하는 짬짬이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나 어찌저찌 해내는 수준이었습니다. 요즘은 계약직 직원 한둘 쯤 두게 되었죠. 사무소마다 사회통합과를 두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만, 그렇게 된다 해도 실제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몇을 넘기기 힘들 겁니다.

그 때문인지, 사회통합을 위한 활동들은 아직 이벤트성 행사 정도에 머무른 상태죠.[사통에 대해서 거의 아는게 없는 제 생각이 아니라 사통담당자의 고백입니다. 물론 각종 사회통합과정 교육도 많이 합니다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니, 일단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봐야 하는 상황인가 봅니다.

그러다보니 부작용도 나타나는 것 같더군요. 사람들을 끌어모으려고 이것저것 나눠주다보니, 이젠 무슨 행사를 하려고 홍보하면 나오는 반응이 '가면 뭐주는데?'랍니다. 10만원어치 쯤 되지 않으면 시큰둥 하다네요. 그만큼 가봐야 별 도움도 되지 않고 귀찮기만 하다는 뜻이겠죠.

문제는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조직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죠.
사회통합이란 것이 여러 기관의 소관이 되나 봅니다. 외국인이니 저희 소관이고, 여성과 가족의 문제라 해서 여성가족부 소관이기도 하고, 지역주민의 문제라고 지자체 소관이기도 하나봅니다. 솔직히 각 조직에서 조직확대를 위해 사회통합에 경쟁적으로 뛰어든 면도 있다는 군요. 그래서 여러 기관에서 사회통합에 손대고 있는데, -그쪽에서는 다르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희보다 인력과 예산면에서 훨씬 나은 곳에서도 저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인가 봅니다.

솔직히 이런 문제에 대해서 국가가 뭘 할 수 있는지 의문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다문화와 관련된 사회시설을 짓는다든지, 인력을 양성하는 것까지는 국가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생각해보면, 국가가 할 수 있는 것은 교육/홍보 정도인데, 그걸로 뭔가가 될 것 같지는 않네요[그렇다고 해서 그마저 손 놓아버릴 수는 없지만].

예를 들어보죠. 우리는 국민학교에 들어가서 바른생활을 배웠고, 중학교 때 도덕, 고등학교 때 윤리를 배웠습니다. 매일 아침 저녁 조회종례, 매주 월요일 애국조회 때마다 좋은 얘기 많이 들었죠. 그래서 우린 착해졌을까요? 우리가 바르게 산다면 그 덕분일까요? 군에서, 예비군/민방위 때마다 교육받았습니다. 그래서 우린 애국심이 고취되고 안보의식이 투철해졌을까요?

국가가 이 이상 뭘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요?

사회통합도 마찬가집니다. 아무리 교육과정을 만들어 강사가 거품을 물고 떠들어도, 받는 사람입장에서는 귀찮은 일일 뿐이죠. 열심히 듣는다해도, 그 덕에 뭔가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언젠가 혼혈가수 인순이씨의 삶이 주목받은 때가 있었죠. 그것도 한 때였습니다만, 아무튼 사람들 인식이 좀 달라지긴 했을 겁니다. 이런 바람이 자연발생적인 것이었는지 누군가의 의도적 띄우기였는지 알 수 없습니다만, 어느 정도 먹혀들어간 것 같습니다. 아마 사회통합과 관련해서, 몇번 쯤은 써먹을만한 것 같습니다. 환풍기 수리공이었다는 허각씨가 돌풍을 일으키며 연예인이 된 것처럼, 다문화가정의 아무개가 무슨 대회에서 우승을 하며 화려하게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식으로 말이죠. 하기도 쉽고 홍보효과도 만점일듯 합니다[예컨대 다문화가정 아이가 사법시험에 붙는 것을 생각해 보십시오. 국가가 어떻게 조작하기도 힘들고, 며칠 뉴스에 나오고 끝날 겁니다. 효과측면에서, 연예인이 계속 활동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죠]. 그러나 저것도 오래, 많이 할 일은 못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듯 국가가 할 수 있는 것은 뻔한데, 문제는 심각합니다. 결혼이민자의 아이들은 단순히 외모만 다른 게 아니거든요.

저는 민원창구에서 매일 여러 쌍의 결혼이민자와 그 배우자를 만나봅니다. 그런데 '신부수입'이 이루어진 부부의 경우, 아내의 이름을 제대로 쓸 줄 아는 남편은 몇 없습니다. 대개는 비슷하게 소리나는 한글로 한두마디 간신히 쓰는 것이 전부죠. 그만큼 교육수준이 낮고, 아내쪽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뜻입니다. 어찌보면 그럴만 하죠. 돈 천만원 들여서 데려오고-솔직히 말하면 사오고-, 아내 친정에 돈도 부쳐주는데 관심까지 퍼부어야 하냐고 대꾸하면 할말은 없어집니다[오해를 막기 위해 덧붙이면, 저런 사람들이 모두 아내를 종부리듯 한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만남은 저러했고 아내쪽 문화에 관심은 없어도, 사이좋게 사는 분들 많아요. 두사람 표정을 보면 알죠. 쉽게 이해가 가지 않지만 산다는 게 그렇더군요]

아버지는 교육수준이 낮고, 어머니는 -자기나라에서는 어떠했을 지는 몰라도-우리나라에 와서 아는 게 별로 없으니, 아이 교육은 뻔해지는 겁니다. 그러면 가난은 대물림되겠죠. 이제 못배우고 가난한데 생긴 것까지 다른 사회계층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영호남/서울과 지방의 갈등도 어쩌지 못하던 우리나라가, 이런 사태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요?

50년쯤 뒤 우리나라에도 오바마와 같은 대통령이 나올까요? 정말 힘들어 보입니다만, 아직 글러버리진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해 봐야죠.


**글을 끝내며 덧붙입니다.

다문화가정은 저렇게 문제가 심각해도, 적어도 혈연적 유대관계는 강력합니다. 아버지는 한국인, 자식들도 우리 피가 섞였고 이 땅에서 나고 자랐죠. 아마 그것이 문제해결의 가장 강력한 밑바탕이 되겠죠. 그런데 대규모 이민정책으로 피한방울 안섞인 가정들이 몰려온다면?

대규모 이민정책으로 우리 '상전들'을 모셔들이자는 이야기는 아닐겁니다. 정책을 세우시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 지 몰라도 일반국민의 정서가 받아들일 수 없겠죠. 그러면 우리 사회에서 이민가정에게 주어지는 위치는 뻔해지죠. 생각해보십시오, 글로벌 인재가 우리나라에 그런 대접 받으러 오겠습니까? 그러면 어떤 사람들이 몰려올까요? 그들은 어떤 문제에 마주치고, 또 어떤 문제를 일으킬까요? 그런 문제들을 해결 하기 위해 국가/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무리 봐도 희망적인 상황이 그려지지가 않습니다. 대규모 이민정책은 누군가의 지적처럼 '역사적 과오'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