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6일 일요일

환부역조[換父易祖]

모욕 가운데 가장 심한 것이 부모와 관련된 모욕이죠. 한 입으로 두말하면 아버지가 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하나 뿐일 수 밖에 없는데, 둘 이상이라면 아주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니까요[물론 어릴 때 어머니가 재혼한다든지, 아니면 아예 고아원에서 입양되었다든지 해서 친아버지와 양아버지가 계실 수는 있습니다. 그런 가슴아픈 일을 겪은 분들께 할 말은 전혀 아니겠죠].

그런데...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위해/ 더 머물기 위해/ 영주권이나 국적을 따기 위해 멀쩡한 아버지를 갈아치우는 일들도 일어납니다. 우리 국민의 외국인 자녀는 F-2-2 라는 체류자격으로 우리나라에 머물 수도 있고, 일정요건을 갖추면 영주권이나 국적도 신청할 수 있거든요. 이 시대의 환부역조[換父易祖]랄까요?

가장 흔한 방식이 아주머니가 국제결혼으로 시집온 다음, 아들이나 딸[물론 갓난아이나 어린아이는 아니죠. 그런 사람들은 의심도 안합니다.]을 새 남편에게 입양시키는 것입니다. 물론 위에서 쓴 것처럼 가슴아픈 집안 일인 경우도 있습니다만, 위장결혼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아무리 다른 나라 사람이니 그 이름을 외우기 힘들다고는 해도, 몇달씩 같이 살아왔고 지금도 집에서 함께 잘 살고 있다고 주장하는 '자기 아들'의 이름도 잘 모르는 사람을 보면 의심을 안할 수 없죠.

심지어는 '아버지 갈아타기'도 합니다. '남편 갈아타기'와 함께 하더군요. 처음 그런 사람을 봤을 때, 참 당황했습니다. 남편 갈아타기야 하도 봐서 그러려니 하고, 나름 이런저런 꼴 많이 봤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아버지 갈아타기'는 충격력이 컸습니다. 무슨 삼국지의 여포도 아니고, 아버지가 셋이라니...

조선족의 경우, '외국국적동포'로서 여러가지 혜택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국적취득 요건이 갖추어지면, 현 체류자격이나 체류기간을 묻지 않고 바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그래서 국제결혼해서 온 아주머니의 아들/딸들이 계부에게 입양되어 국적법 7조의 특별귀화자로서 영주권이나 국적을 신청하는 일도 많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우리나라 제적등본에 남아있다면서 국적법 6조의 간이귀화자로서 영주권이나 국적을 신청하는 일도 많습니다.

앞의 경우는 위에서 다룬 것과 같고, 뒤의 경우는 참 큰일입니다. '내가 누구 아들이다'라면서 영주권이나 국적을 신청하는데, 문제는 그 사람이 해방 전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에서 죽은 사람이라는 거죠. 한마디로 확인이 거의 불가능한 것입니다. 심지어 우리나라 제적등본의 인적사항이 중국 호구부의 인적사항과 다른 경우도 많은데, 당시 시대상황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도 있는 일이겠습니다만, 한편으로는 그 처럼 악용하기 좋은 상황도 없죠. 요즘은 검찰 쪽과 연계해서 유전자감정을 하고 있습니다만, 전에 국적이나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 가운데 할아버지나 아버지를 갈아치운 사람은 얼마나 될 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단순노무인력도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E-9이라고 해서 각종 공장이나 농장 등 중소업체에서 일하는 분들인데, 흔히 외국인노동자라고 하면 떠올리는 그 분들이죠. 언젠가도 말씀드렸다시피, 이분들은 우리나라에서 머물 수 있는 기한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분들이 무더기로 국적을 취득했다가는 어떠한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거든요. 그런데 단순노무인력 가운데 상당수가 머물 수 있는 기한이 끝났습니다. 그러자 더 머물려고 이리저리 찔러보는 일이 많은데, 어떤 사람은 아예 양자로 들어가더군요. 어떤 아주머니의 양자로 들어갔는데, 두 사람의 태도를 보고 있자면 뭔가 묘한 분위기가 느껴지더군요. 양어머니의 적극적인 애정표현을 양자가 참고 견디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아무튼 국민의 양자라도 성년인 사람은 F-1자격을 가질 수 있는데, 쉽지는 않습니다. 이 사람도 -제가 따로 찾아보진 않았습니다만 아마도- 생각대로 되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아무튼 어찌되었던 저렇게 해서라도 뜻을 이루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일찍부터 들어왔고/국제결혼도 많이 했고/외국국적동포로서 혜택도 있는 조선족이 많죠. 각종 언론에서 조선족들이 한국에 와서 돈은 많이 벌었지만 가정이 깨지는 일도 많다는 이야기를 보신 일이 있으실 겁니다. 모르긴 해도, 그 가운데 상당수는 저 얘기가 아닌가 싶어요.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돈 벌어보려고 아버지를 갈아치웠는데 집안이 무사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죠.
뜻은 이루었겠지만, 그래서 더 좋아졌는지는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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