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7일 일요일

의료관광

언젠가부터 '굴뚝없는 산업'으로 관광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언론보도가 많이들 나옵니다. 그 가운데도 많은 분들이 공들여 추진하는 것이 '의료관광'입니다.
그만큼 매력적인 분야란 뜻이겠죠.
우리 주변에도 의료수준이 높지 못한 나라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나라에는 엄청난 부자들도 많죠. 그 나라 부자들이 우리나라의 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고 관광도 하다 가면, 참 좋겠죠.

저희가 하는 일은 의료관광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먼저 초청업체에서 해당 외국인의 사증발급인정서를 신청을 대리합니다.
그리고 공항만에서 입국심사를 받죠.
그 뒤 장기체류가 필요한 경우 외국인등록을 하고 체류자격 변경/체류기간 연장허가를 받게 됩니다.
이렇게 의료관광 건들을 다루다 보면, 의료관광에도 빛과 그림자가 있더군요.

자국의 의료사정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시던 분들이, 우리나라에 오셔서 수술을 받으시는 것을 자주 봅니다. 간경화/ 각종 말기 암 등등... 의학에 문외한인 제가 봐도 살기엔 글렀다 싶은 분들이지만,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우리나라에 오시죠. 남이 봤을 때야 '어차피 글렀는데 뭐하러 저러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 분 입장은 완전히 다를 겁니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보니까요. 이 분들의 입소문으로, 다음에는 더 많은 분들이 제 때 치료를 받고 새 삶을 사시길 바라봅니다.
물론 치료 과정에서 수천만원을 쓰고 가시죠.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먹고자고 구경다니면서 사기도 하면서. 의료관광의 '빛'입니다.

그런데 그림자도 있습니다.
바로 불법체류와 불법취업입니다.

의료관광을 하겠다며 들어온 사람들이, 치료는 안받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죠.
조금 더 머리를 쓴 사람은, 제 때 나가긴 하되 불법취업을 하다가 갑니다.

의료관광 건을 다루다가 그 나라로 직접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찬찬히 물어보면, 의료얘긴 별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와서 기술을 배우겠다나요. 의료관광은 입국하기 위한 구실일 뿐이란 소리죠[참고로 기술을 배우는 것은 다른 비자를 통해 가능합니다].
전재산이 천여만원도 안되고, 특별한 질병도 없는 젊은 사람이 몇번이고 되풀이해서 우리나라에 건강진단을 받으러 오겠답니다. 들어와서 불법취업을 하고 간다는 뜻이죠.

이들을 걸러내기 위해 심사를 하려면, 아무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별한 준비나 지식도 없이, 그냥 돈이 되는 줄 알고 의료관광유치업에 뛰어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일이 어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공무원들이 블루오션에 뛰어드는 업체의 발목을 잡는 줄만 알고 있죠.
의료기관에서도 '진료받으러 외국에서 오겠다'는데 '훼방'을 놓고 있으니 좋게 볼리 없죠. 불법체류나 불법취업은 자신들과 상관없는 문제겠죠.
심지어는 다른 부처의 공무원들도 그렇게 아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뭐가 문제가 되어서 왜이러는지도 모르고, 출입국이 의료관광활성화에 딴지 건다고만 생각하죠.

어찌어찌해서 의료관광명목으로 입국하면 어떻게 할까요?
대개 먼저 입국한 지인들(E-9으로 있는 분들이나 불체자들)에게 가는 것을 짐작됩니다.
그 연줄로 불법취업 및 불법체류를 하죠.

의료관광, 과연 좋기만한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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