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4일 수요일

이제는 들을 수 있다

어제 라디오에서 업타운이란 그룹의 다시 만나줘라는 노래가 나오더군요. 깜짝 놀랐습니다. 군에서 막내시절, 항상 내무반에 울려퍼지던 노래거든요.

제대하고 처음 그 노래가 라디오에서 들렸을 때, 바로 꺼버렸습니다.
정말 가슴이 벌떡거려서 들을 수가 없었거든요. 또다시 음침한 내무반 분위기[이상하게도, 막사왕고 때 내무반을 생각하면 어두컴컴할 때도 음침하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데, 막내시절 내무반을 생각하면 악몽에나 나타나는 음침한 분위기가 떠오릅니다]에 빠져버리는 듯 했습니다.

그 뒤로도 몇번인가 라디오에서 그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만, 그때마다 꺼버렸습니다. 몇년 지나면서 점점 덜해지긴 했지만, 정말 듣기 싫었거든요. 이 노래 들었다가 괜히 군대악몽 다시 꿀 것 같기도 했고.

제대하고 10년이 지난 어제에서야 그 노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가슴이 조금 두근거리긴 했지만. 군대악몽 다시 꾸지 않을까 걱정되기는 했는데, 다행히 안꾸었습니다.


얼마전 빠리바게뜨/해피포인트의 군입대 축하[?]광고 때문에 말이 많았죠. 솔직히 그 때, 화는 나지 않았고 정말 웃겼습니다. 뭐랄까.... 자살골을 넣기 위해 죽자살자 뛰어가는 축구선수를 구경하는 기분이랄까요? 아마 저는 영장받았을 때, 그리고 입대할 때 별로 괴롭지 않았으니까 웃을 수 있었을 겁니다. 좀 긴장되긴 했지만, 뭐가 기다리고 있는 줄을 몰랐기[!]때문에 별 느낌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첫 휴가를 나왔다가 복귀할 때- 정말 죽고싶었습니다. 두통/설사/발열/구토가 일어나더군요. 아마 빠리바게뜨/해피포인트에서 첫휴가 복귀를 가지고 같은 광고를 만들었다면, 저도 모르게 쌍욕이 튀어나왔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세월이 약이란 말이 맞나봅니다. 그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되다니....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