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28일 월요일

난민관련 보도들에 대해서

1. 제가 난민인정업무는 아는 게 없습니다만, 언론보도를 보면서 몇몇 기사는 부연설명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잘못된 정보가 토론의 전제로 되는 것도 자주 보았구요.
하지만 고수들께서 나서지 않으시니, 저라도 사족을 붙여봅니다.
제가 일하는 틈틈이 보다보니 몇 건 밖에 보지 못했고, 집에 자주 오지는 못해서 늦게서야 글을 씁니다.


2. 난민인정율이 너무 낮다는 언론보도가 무척 많았죠?
우리 난민법이 국제적 기준과 동떨어진 것은 아닙니다.
법 제정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국제법적 개념들을 그대로 끌고 들어왔죠.
다만 지리적 여건[우리나라 주변을 보십시오. 중국/일본/러시아 정도입니다] 때문에 난민신청 자체가 적을 수 밖에 없었는데,
언젠가 말씀드린대로 2010년 경 난민신청이 탈법적 체류를 위한 우물고누 첫 수가 되어 버리면서, 신청이 폭주해버린 겁니다.
이 때문에 난민인정율이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무슨 사태/ 어디 내전으로 난민신청이 폭주했다는 기사도 있던데,
그 영향도 있었겠지만 이 사정이 더 클 겁니다. 딱 한가지만 생각해보시죠.
2010년 이전에는 세계가 평온해서 난민신청이 적었을까요?

또 한가지. 난민인정자와 함께 난민불인정 되었지만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사람도 생각해야 하는데, 언론에서 그건 뺐더군요.
시리아의 경우는 아래 다시 다룹니다


3.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9/12/2015091200284.html
다른 부분은 제쳐두고,
마지막에 버려진 여권이 발견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만 말씀드리려 합니다.
위조여권 행사 등 국경관리를 뚫으려 할 때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이 부분은 저도 잘 모릅니다. 인공 입국재심과/환승분석팀 아저씨/아줌마들의 왕국이지요].
예컨대 이란인이 프랑스인으로 위장해서 환승범죄를 시도할 때럼 위조여권을 행사할 때,
짐에서 진짜 여권이 나오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진짜 여권이 필요없어지면, 아예 입국심사 등을 거치기 전에 버려버리는 일도 많죠.

참고로 탈북자들이 중국 위조여권으로 인천공항까지 와서는 화장실에서 중국여권 찢어버리고 귀순했던 일도 많았다는데, 이건 경우가 좀 다릅니다.


4. 난민-대테러 관련 기사들이 몇 건 났더군요.
위험성을 경고하는 입장에서 끌어 쓸 수 있는 기사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9/03/0200000000AKR20150903111851009.HTML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50920_0010301749&cID=10101&pID=10100
http://news.donga.com/3/all/20150922/73787986/1 ~ 기사 논조는 경고입장이 아닙니다만 마지막 부분은.

위험성을 부정하는 입장에서 끌어 쓸 수 있는 기사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9/11/0200000000AKR20150911115300009.HTML
~ 마지막 부분에 보시면 미국 정부는 오랜 '검증절차'를 거쳐 수용할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완전히 사정이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난민인정'과정은 오래 걸리지만,
그 기간 중 난민신청자는 사회 내에서 자유롭게 체류합니다.
희망한다면 지원센터에서 숙식할 수는 있습니다만, 이곳은 구금시설이 아닙니다.
좀 자세하게 말씀드리자면..
난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입국허가 전 난민신청을 했다고 칩시다.
우리나라에 입국허가를 받기 전이므로, 악용가능성이 워낙 커서 난민인정심사의 대상이 되는 지 검토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때 아직 입국허가 전이므로 공항내 별도의 장소에 대기해야 합니다만,
그 기간은 난민법상 7일을 넘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회부결정을 받고 입국한 경우,
난민인정 신청 접수 후 난민신청자[G-1. 인도적 체류허가자도 G-1인데, 좀 다릅니다]자격으로 난민인정 여부 결정시까지 자유롭게[거주제한 없이] 체류하게 됩니다.
탈북자의 경우 하나원에서 머무르는 과정이 있지만,
난민신청자의 경우 이런 과정이 없습니다.

난민/대테러 관련해서, 위와 같이 엇갈린 기사들이 나오고 있죠?
난민수용에 대한 입장차를 배경으로 하는 것 같은데, 제가 대테러 전문가도 아니니 뭐라 할 입장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나라에 온 난민 가운데 주의깊게 지켜봐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맞습니다.
저는 자세한 내용을 알지도 못하거니와, 아는 것을 밝히는 것도 부적절하겠지요.


5.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9/15/0200000000AKR20150915197300108.HTML
다른 부분은 제쳐두고, 세르비아에서 난민을 신청했는지 여부가 왜 문제되며, '안전한 국가'는 뭔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박해가 없는 나라- 그러니까 '안전한 국가'-에서 왔으면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난민은 '박해를 받으니까' 난민인 것이죠.
만약 심각한 박해가 없는 나라에서 살던 사람이라면 난민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예컨대 일본인이 우리나라에 난민신청한 경우, 박해가 있었다고 보기 힘들겠죠.
이걸 간단하게 안전한 국가 출신은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만약 세월호 소유주 일가가 프랑스나 미국에서 난민신청을 한다면,
이 것이 중요한 쟁점이 될 겁니다.

안전한 국가 국민 뿐만 아니라,
박해가 있는 국가 사람이 안전한 국가를 거쳐서 온 경우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모두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안전한 국가에 있었다는 것은 이미 박해를 피했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난민으로서 특혜를 줄 필요가있겠냐는 겁니다.
대한민국을 거쳐 영국/캐나다로 간 탈북자를 생각하시면 쉽게 이해가 갈 겁니다.
탈북자들이 위험한 상황에 빠져있던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남한에 들어왔다면? 위험한 상황 끝난 것이죠.
그런데 이들이 남한을 떠나 영국/캐나다로 갔다면, 그건 '박해 때문은' 아닌 겁니다.
그러면 영국/캐나다는 이들에게 난민으로서 특별대우를 해야 할까요?
그건 아니죠. 그냥 외국인으로 처우하면 되겠죠.
헝가리에서는 이 원칙을 그대로 원용하겠다는 겁니다.
다만 안전한 국가를 거쳤더라도, 난민신청을 모두 불인정하지는 않습니다.
안전한 국가에서 난민신청을 할 수 없었던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면 고려를 해야겠죠.
그런데 헝가리 정부에서 그런 사정이 있었다고 봐 줄지는 모르겠습니다.


6.
가.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9/12/0200000000AKR20150912052400004.HTML
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1/26/2015012602855.html

1) 요즘 문제되는 시리아의 경우,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아도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부지시를 공개할 수 없어 모든 것을 밝힐 수는 없습니다만, '나' 기사 두번째 단락의 내용이 맞습니다.
한마디로, 시리아 사람은 중대한 문제가 없다면 거의 구제가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난민인정자와 인도적 체류허가자의 차이를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아사드 정권에서 정치적 문제로 쫒고 있는 사람'은 난민이고,
'정권에서 쫓지는 않지만 내전상태이니 돌아가면 위험'하면 인도적 체류허가자 입니다.
시리아인 절대다수는 후자에 들어가겠죠. 이게 '가'기사 앞에서 다룬 내용입니다.

2) 난민인정자와 인도적 체류허가자는 자국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국내체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같습니다[오해도 있는 것 같은데, 일반적으로 난민인정은 국적/영주권 부여가 아닙니다. 각각의 요건을 구비하면 신청할 수는 있겠죠. 미국에서는 정치적/외교적 고려에 따라서 바로 영주권을 준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제가 모르는 분야이므로 넘어갑니다]

3) 다만 난민인정자는 F-2 자격으로 최대 3년까지 체류기한을 부여받고,
인도적 체류허가자는 G-1[난민신청자와 대분류는 같지만 다릅니다]자격으로 최대 1년까지 부여받습니다.
얼핏보면 체류자격이 달라 처우가 크게 다를 것 같지요?
'가'기사에서도 이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구요.
하지만 한번에 3년까지 연장 가능한지 1년까지 가능한지+
난민법에 따른 사회보장 적용문제를 빼면, '실질적으로' 크게 다른 지는 의문입니다.

가) 난민인정자는 난민법[30조~37조]상 혜택이 있습니다만,
사회보장문제를 빼면 솔직히 얼마나 현실적인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난민법 제정이 큰 업적인 상부 생각은 완전히 다르겠지만요].

나) 예컨대 사회적응교육 같은 경우,
난민인정자 아닌 외국인 누구라도 신청만 하면 사회통합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응교육이 이것과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 지 모르겠구요.

다) 학력/자격인정도 현실적으로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사기업에서 필요한 자격과 능력이 되는 사람을 외국에서 딴 자격이라고 채용 못하지도 않고,
사기업에서 필요한 자격과 능력이 없는 사람을 법적으로 자격인정해준다고 쓰지도 않지요.

라) 교육문제- 얼핏보면 심각해 보입니다만,
요즘 불체자도 교육기관에서 교육받는 것 아십니까?
불체자도 초/중/고 잘 다니고 있는데, 인도적 체류허가자 자녀라서 학교 못다닌다?
말이 안됩니다.

마) 사회보장 적용문제는 주무부처의 입장을 들어보시는 것이 나을 듯 합니다.
이건 돈은 물론 해당 제도의 설계와 직결된 문제니까요.
제 생각으로는, 난민인정자/인도적 체류허가자 모두 자국의 비정상적인 상태로 인해 국내체류가 인정되는 겁니다[다른 체류자격으로 머물 수 있다면 당연히 그 자격으로 머물면서 상응하는 처우를 받아야죠].
즉 자국의 상황이 정상화되면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제도에 편입시키는 것이 타당할지 모르겠네요.
참고로 이것은 저와 같은 하급직원들 생각이고, 상부 의견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러니까 난민법안에 못을 박았겠죠.

바) 가족결합 문제도 그렇습니다.
적용이 되고 안되니 심각한 차이 같겠지만, 인도적 체류허가자의 가족도 '아무개의 가족으로서'가 아닌, '본인 스스로의 문제로' 난민/인도적 체류허가자로 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란 점을 아셔야 합니다.

참고로 '가'기사에서는
난민인정자는 "이른바 '가족결합'도 가능하다. 배우자나 미성년 자녀 등 가족들에게 방문동거(F-1)라는 체류 자격을 주고 함께 지내도록 하는 게 가족결합이다." 인 반면,
인도적 체류허가자는 "'가족결합도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가족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아 G-1 비자를 얻으면 함께 지낼 수 있는 정도다."라고 비판하는데,
'가족결합'과 '가족이 함께 지내는 것'의 차이는 뭘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물론 체류담당자 입장에서는 F-1/G-1 에 따라서 처리가 다릅니다. 일반적인 경우, F-1과 G-1의 차이는 크죠. 하지만 이 경우에는 한번에 연장가능한 기간이 2년인지 1년인지 빼고는 실무상 다를 게 없습니다].

* 오해를 막기 위해 덧붙입니다. 가족결합 인부가 사증발급 등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난민의 가족으로서'가 아닌, 본인 스스로의 문제로 난민/인도적 체류허가자가 될 수 있는데 실질적 차이가 과연 얼마나 크겠냐는 것이지요

사) 인도적 체류허가자의 취업에 대해서 다뤄지고 있지요?
난민인정자는 F-2 자격이므로 취업활동에 제한이 없습니다.
G-1 자격 소지자는 원칙적으로 취업이 되지 않으니 차이가 클 것 같지요.
하지만 인도적 체류허가자는 G-1자격이라도 체류자격외활동허가를 받아서 취업할 수 있습니다.
'가' 기사에서 취업은 할 수 있지만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게 체류자격외활동허가입니다.
이 것은 수수료도 없을 뿐더러, 구비서류도 간단합니다. 이걸 문제삼는 것은 글쎄요...

'나' 기사에서는 '하지만 기타비자뿐인 이들을 선뜻 고용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비판하는데, 이건 설명이 좀 필요합니다.
예전에도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 탈법적인 체류를 위해 소송/질병치료/난민신청을 빙자해 G-1자격을 취득하고, 불법취업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인도적 체류허가자가 아닌 난민신청자의 경우, 일정한 경우 체류자격외활동허가가 제한되고, 체류자격외활동허가없이 취업하면 불법입니다].
이 것이 적발되면 고용주도 불법고용으로 처벌받지요.
고용주 입장에서는 외국인등록증이 있으니까 불법체류자는 아니구나 해서 썼는데,
알고보니 취업할 수 없는 사람이라서 불법고용으로 처벌받는 것이지요.
이 것이 벌금이 꽤 쎕니다.
이 것으로 당한 사람이 많아지면서, G-1 자격을 가진 사람을 보면 의심하고 고용을 않으려는 것이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G-1 자격 소지자로서 합법적으로 체류자격외활동허가를 받은 경우[난민신청자/인도적 체류허가자 모두], 여권에 체류자격외활동허가 스티커를 붙여주고 있습니다.
여권만 보여주면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다는 것을 간단하게 입증할 수 있는데,
체류자격 때문에 취업이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죠.
오히려 저런 주장을 한다는 것 자체가
'지금까지 허위난민신청으로 G-1 등록증을 악용했는데, 이제는 잘 안먹히더라. 그러니 이제 다른 자격의 등록증이 필요하다'
는 뜻 밖에 안됩니다.

* 보도내용에 대한 설명은 여기까지 이고, 저도 한마디 해도 되겠죠?
'나'기사 첫머리에
'시리아 내전을 피해 아델(34·가명)씨와 조카 압둘(32)씨가 한국에 온 것은 2014년 3월.
이들은 난민인정 신청 3개월 뒤 인도적 체류를 허가받았다.
그러나 의료·소송 등을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에게 주는 기타(G-1)비자로는 그의 신분조차 제대로 보장할 수 없었다.
그해 말, 살 곳을 찾아 다시 난민선에 오른 압둘씨는 이탈리아로 가던 중 선박 좌초로 목숨을 잃었다.'라고 하는군요.
이 부분은 G-1자격과 인도적 체류허가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이 보입니다만, 접어두기로 하죠.
저 분이 돌아가신 것은 유감입니다만, 저런 행동 자체가 난민 신청이 어떤 의미인지 말해주는 겁니다. 저 기사에서 말하는 신분보장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저 분이 한국을 찾은 것이 '고문과 박해를 피하기 위함'은 아니었다는 점은 쉽게 알 수 있지요.

아래 7.에서 다룰 기사처럼,
"우리는 거지가 아닙니다. 단지 한국에서 살고 싶을 뿐입니다."라는 것이 진실이라면,
저 분은 왜 한국을 떠난 것이죠? 그리고 난민인정자/인도적 체류허가자에게 혜택이 없다는 비판은 무슨 의미일까요?


7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9/12/0200000000AKR20150912041900004.HTML

제가 이 건 담당자도 아니고, 관련기록을 찾아 볼 까닭도 없습니다.
그저 일반론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1) 기사상 아버지의 체류자격이 D-8 인지 D-9인지 알 수 없습니다만, 이들 자격 모두 미성년자녀는 F-3로 동반체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년인 자녀는 별개 가구로 독립생활을 해야 한다고 봐서, 성년이 되면 연장이 안되죠.
아마 이 때문에 저 사람의 국내체류가 문제되었을 겁니다.
내전 외의 정치적 박해를 받을만한 사유가 있다면 난민인정이 되었겠지만, 그게 없어서 난민인정이 안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전이 터진 것은 사실이니, 인도적 관점에서 고향으로 돌려보내지 못하고 인도적 체류허가를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2) '난민은 여행증명서를 받아 다른 나라에 오갈 수도 있지만 인도적 체류자는 그러지 못한다.':
난민인정자는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여권을 갈음할 수 있는 난민여행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 같은데,
잘못 읽으면 오해하시기 쉽게 쓰여졌군요. 오해하시기 쉬운 부분만 짚어보겠습니다.
- 난민인정자/인도적체류허가자/난민신청자 모두 한국에서 출국하겠다면 다른 문제가 없는 한 막지 않습니다.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와는 정반대죠.
- 다른 나라에 입국할 수 있는 지는 그 나라의 주권사항입니다.
우리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 정부에서 난민인정자로 다루는지 인도적 체류허가자로 다루는 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요.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개발국가의 경우 대사관에서 자국민에게 여권발급을 거부하거나 지체시키는 것은 종종 있는일입니다.
반드시 반정부활동 같은 이유 때문은 아니죠[들리는 말로는 자국에서 운영경비 등이 잘 안온다는데, 맞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 경우, 거의 모든 민원인들이 '알아서 잘' 해결합니다.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면 그냥 얼버무리고 말더군요.

그리고 우리 정부가 난민여행증명서를 발급해준다는 것과 그걸로 다른 나라를 오갈 수 있다는 것은 별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은 국가라면 우리 여권을 유효한 여권으로 인정합니다.
하지만 외교부장관도 아닌 법무부장관이, 국민도 아닌 난민에게 발급한 여행증명서라면?
난민협약에 따라 인정해줄 수도 있지만, 확신은 못하죠.
하물며 사증을 내주고 입국허가를 해 주느냐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이야깁니다.

3) 난민신청자들이 저희를 그렇게 무서워하는 지는 몰랐네요.
우리나라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저개발국가 국민들이 저희를 두려워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예컨대 베트남에서 온 결혼이민자의 부모들이 처음 저희 사무소에 들어서면서, 공손하게 인사를 해서 제가 당황한 적도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처음 외국인등록증 만들러 올 때도 그렇구요.
하지만 몇 번 와보면 달라집니다. 한국 분위기에 바로 적응하죠. -_-;;
요즘같이 진상이 판을 치는 민원실에[특히 젊은 여직원들만 있으면 볼만합니다] 말입니다.

어느 이라크 난민신청자가 저더러 '이라크 같았으면 교수형감'이라고 하던 걸 보면, 모든 난민신청자들이 저희를 그렇게 두려워하는 지는 의문이네요.
다만 제가 옆에서 봐도 문제가 있는 직원도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4) '한국에서 사업하는 한 시리아 친구는 난민 신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아이 2명을 낳아 외국인등록증을 받는 데 3년 정도가 걸렸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기가 외국인등록을 하는 것은 체류자격 부여라는 것입니다.
업무 자체가 까다롭지 않고, '건실한' 사업가가 국내에서 사업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태어났다면, 문제될 여지가 없습니다.
저희 업무처리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지만, 이 건은 저 사람이 말하지 않은 뭔가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보도 내용에 대한 설명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도 문제점을 지적해도 되겠지요?
[함단은 "난민으로 인정받으면 가장 먼저 여행증명서를 받아 5년간 보지 못한 첫째 여동생을 만나러 가고 싶다"며
"지금은 나도 한국을 떠날 수 없고, 시리아에 사는 여동생도 비자 문제로 한국에 올 수 없다"고 마음 아파했다.]

저 말을 읽는 순간 떠오른 것은 동학의 궁궁을을 부적이었습니다.
갑오농민전쟁 당시, 농민군은 궁궁을을 부적으로 총알도 피할 수 있다고 믿었다죠.
여권발급마저 거부된다는, 돌아가면 바로 위험에 처한다는 반정부 활동가도 난민인정을 받으면 돌아가서 여동생도 만날 수 있다니,
대한민국 난민인정서가 궁궁을을 부적 못지 않은 위력을 가지고 있나봅니다.
시리아 정부는 난민인정을 받으면 반정부활동가도 손을 못대나요?

저 분이 한국의 50년대를 언급하니, 우리나라 얘기를 해보죠.
홍세화 선생이나 윤한봉 선생이 난민신청하거나 난민인정받자마자 귀국하지 못하고, 문민정부출범 이후에야 돌아올 수 있었던 까닭은 뭘까요?
홍세화 선생이 난민신청해놓고 유신시절 한국에 가족 보러 올 수 있었나요?
윤한봉 선생이 난민인정받고 5공시절 한국에 자동차부품팔러 오는 게 말이 될까요?

말 나온 김에, 사업을 한다는 저 사람과 가족들은 어느 나라와 거래하는지 궁금하네요.
만약 시리아라면 박해의 대상이라는 주장과 모순이고, 주변국이라면 거기서 체류가 가능하겠죠.
난민신청자들이 자국에 사업을 하는 것이 왜 난민신청과 모순이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조금만 생각하면 바로 답이 나오죠.
시리아보다 훨씬 낫다는 러시아도, 푸틴에게 밉보인 올리가르히들 어찌되었나요?

저 분이 한국의 과거를 언급하니 우리나라 얘기를 해보죠.
국제그룹 같은 대기업도 공중분해되었던 것 기억하십니까? 군부에 빼앗긴 기업, '헌납한'재산은 얼마나 될까요?
저희 집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제가 예전에 썼던 것처럼 할아버지는 좌익으로 학살되셨습니다. 아버지는 빨갱이 아들로 살아야 했구요.
지금은 없어졌지만, 80년대까지만 해도 구인광고마다 빠지지 않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해외여행에 결격사유가 없는 자'
60년대에 빨갱이 아들에게 국외여행허가가 나올리 없었고, 그 때문에 웬만한 직장은 지원할 엄두도 못냈습니다.
어찌해서 교직에 들어갔더니[요즘은 교직의 인기가 높습니다만, 옛날엔 많이 달랐습니다. 할 것 없으면 면서기하고, 면서기도 못하면 선생했다는 것이 아버지 말씀입니다], 주임교사[지금은 없어진 말입니다. 학년별로 하나씩 있었다는데, 평교사 바로 위 교감 아래입니다]만 하려해도 비밀취급인가가 필요했다죠.
빨갱이 아들에게 비취인가가 나올리 있습니까. 승진은 남의 얘기였다죠.
나중에 '세상이 좋아지면서' 그런 것이 없어졌습니다만, 이미 나이는 들고 또래들은 저만큼 위로 올라간 뒤였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명퇴하실 때까지 승진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학살과 박해가 기다리는 자국에 무사히 드나들고, 투옥과 고문은 하는 나라에서 사업은 하게 놔둔다?
독재는 다큐멘터리에서나 본 미국/서유럽의 난민심사관은 납득할 지 몰라도, 저들말대로 독재를 겪어본 우리 경험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