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6일 토요일

유명인

저희 쪽 일을 하다보면 유명인과 마주칠 일이 종종 있죠. 저는 워낙 한직으로만 돌다보니, 그럴 일이 없었습니다만. 그런데 저도 한분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입맛이 쓰네요. 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어느날, 다른 사무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유명한 아무개가 관할을 잘못 알고 그 쪽 사무소로 왔는데, 저희 사무소로 가시도록 안내했으니 친절하게 대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희 업무는 지역적 관할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업무는 관할사무소에서만 다룰 수 있지요. 이 때문에 엉뚱한 사무소를 찾아가서 헛걸음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전국에 저희 사무소가 많지 않다보니, 사무소 사이의 거리는 꽤 멉니다. 이 때문에 사무소를 잘못 찾아갔다가 가야할 사무소로 다시 가는 분들은 몇시간씩 허비하게 되죠.
게다가 대부분의 사무소는 간다고 바로 일을 볼 수도 없습니다. 민원인이 워낙 밀려있어서 대기시간이 무척 길죠. 예전에 제가 서울사무소에 근무할 때는, 민원인이 번호표 뽑고 세시간 넘게 기다리는 것은 예사일 정도였습니다.
그러면 민원인은 담당자 얼굴을 보기도 전에 폭발하기 직전이 되죠.

때문에 헛걸음한 민원인에게 정확한 관할사무소를 안내하고, 그 사무소에 연락해서 어떤 분이 헛걸음하고 가니 또 몇시간씩 기다리는 일은 없게 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저희가 받은 연락도 그 비슷한 것이었죠.

한 때 국민적 영웅 대접받던 분이 무슨 일로 오시나 했더니, 지인이 관련된 건에 그냥 따라 오셨더군요. 한마디로 병풍 치는데 불려온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좀 거만하더군요. 와서는 대뜸 소장을 찾더니, 반말을 합니다[저보다 몇살 많은 사람이 나름의 친근감을 표시한 것인데, 제가 오해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출하겠다고 가져온 서류도 거의 빈칸입니다[헛걸음 하기 전 미리 준비한 것이겠죠?]. 이걸 꼭 써야하냐는 식이었죠.

아무튼 몇시간 헤매다 왔으니 짜증났겠지 싶어, 접수를 받고 제 나름대로는 최대한 친절하게 민원의 성격/보완서류/추후 절차에 대해 안내하여 보냈습니다. 그런데 가고 난 다음 찬찬히 낸 서류 살펴보고 다른 자료 찾아보니, 허가해 줄 수 있는 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불허의견으로 결재 올릴 수 밖에 없을텐데, 아마 그 사람과 얼굴 붉힐 일이 있겠죠.

이 글을 쓰기 전 그 사람에 대해 검색해보니, 평이 그닥 좋지는 못하더군요. 좋지 못한 일과 관련되었다는 언론보도가 몇 뜨고, 포털사이트 연관 검색어도 별로더군요.

어느 유명인이 방송에서 공무원을 질타하면, 그 사람 말이 틀릴 수 있다는 것도 한번 쯤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국민적 영웅 대접받던 분도 잘못하면 타인에게 좋지 못한 인상을 남기는데, 저 같은 녀석이야 더 말할 것도 없죠. 몸가짐을 조심하고 살아야겠습니다.


유명인 이야기 나온 김에 좀 더 해보죠.

먼저 유명인 하면 떠오르는 연예인입니다.
연예인 가운데 외국인-교포를 포함-은 저희를 안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단순한 기간연장/자격변경 관련 건만이 아니라, 좋지 못한 일로 보게 되기도 하죠.
사람들이 법을 어기면 일단 사법처리가 되죠. 국민은 검찰/법원에서 처리한 것으로 끝입니다만, 외국인은 저희도 봐야합니다. 법을 어긴 외국인이 계속 우리나라에 머물 수 있게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거든요.

좀 더 자세히 말씀드려 보자면....
누군가가 법을 어겨서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거나, 법원에서 형을 받았다고 해봅시다.
이 사람이 국민인 경우, 그것으로 끝입니다.
그런데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법을 어긴 경우,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입국/체류하기 위해서는 법무부장관의 허가가 필요하죠.
우리 법을 어긴 일이 없는 외국인도, 모두 우리나라에 있게 해주지는 않습니다. 하물며 법을 어긴 외국인을 우리나라에 머물도록 해줘야만 할 이유는 없겠죠?
그래서 외국인이 법을 어기면, 체류기간 연장허가/ 체류자격 변경허가를 불허하는 경우도 있고, 이미 해준 허가도 취소해버리고 강제퇴거[추방이라고들 알고 계시죠]/출국명령[강제추방은 아니고, 제발로 나가라는 명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범법정도/국내 체류실태에 따라서는 계속 머물도록 해줘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소한 범법을 가지고 모든 외국인을 쫓아낼 수는 없겠지요. 또한 대대로 우리나라에서 살아온 화교, 우리나라에 고액을 투자한 외국인, 우리나라에 시집와서 애 낳고 잘 살고 있는 결혼이민자와 같은 경우는 일반 외국인과 같이 다루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법을 어긴 외국인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정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실무상 사범결정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외국인 연예인을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때 이들이 그닥 좋은 인상을 남기지는 못한다고 하네요.
좋지 못한 일로 뉴스에 나왔던 어느 연예인은 아무일 없다는 듯이 계속 활동하고 있더군요. 이 사람도 처리과정에서 되먹지 못한 특권의식을 보여줬나 봅니다.
그래도 할말 없습니다. 이 사람이 무슨 처분을 받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외국인노동자였다면 어림없을 처분을 받았는지 지금도 잘 살고 있으니까요.




아무튼, 우리나라가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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